주간동아 955

2014.09.22

“괜찮아, 조금 아픈 거야”

국민 8명 중 1명 ‘정신질환’ …편견이 가장 큰 문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9-19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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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전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제 병을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흔한 병이며, 불치병이 아닌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말을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믿고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순간에도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거라 믿으니까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이 한 말이다. 극중에서 그는 필력과 외모를 겸비한 인기 작가다. 화려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신이 환각과 망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 감추는 대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솔직하게 털어놓는게 바로 이 대목이다.

    크고 작은 ‘마음의 병’ 앓는 사람들

    그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크든 작든 ‘마음의 병’을 갖고 있다. 배우 공효진이 연기한 정신과 의사 지해수는 성행위에 거부감을 느끼는 특정공포증 환자다. 그의 친구 박수광(이광수 분)은 투렛증후군에 시달린다. ‘틱장애’라고도 부르는 이 질병 탓에 수시로 얼굴과 몸을 씰룩대고 심지어 욕설까지 내뱉지만, 그의 곁에는 이 모습까지도 사랑해주는 연인이 있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들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일상의 기쁨을 누리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대본을 쓴 노희경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정신질환이 감기와 다를 바 없는데 우리는 그걸 약점으로 삼는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밝혔다.



    현실에서는 자신이 ‘정신병자’임을 밝히는 이를 보기 어렵지만, 각종 통계는 꽤 많은 사람이 사는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12.9%)이 우울증을 경험했고, 이 중 정신건강 상담을 받은 사람은 9.7%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2012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여기서 우울증은 조사 전 1년 동안 연속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을 겪고도 절대다수가 치료는커녕 상담조차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김윤아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연구원은 이에 대해 “우울증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고,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에 대한 편견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도 정신질환을 앓은 적 있는 사람 중 15.3%만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39.2%), 호주(34.9%), 뉴질랜드(38.9%)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59만1000여 명. 그러나 증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병원 문을 두드리지 않는 이들까지 더하면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긴 인생에서 자연스러운 반응

    “괜찮아, 조금 아픈 거야”

    젊고 매력적인 정신질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신병’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일 뿐임을 보여준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한 장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인구의 80%가 신경증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쉽게 발병하는 우울증을 비롯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마음의 병’은 적잖다. 장재열이 언급한 ‘정신분열병’은 인구 100명 중 1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 국회는 2011년 ‘정신분열’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부정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 약사법을 개정해 ‘조현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이 병을 앓는 사람 뇌의 신경망 조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해수의 특정공포증 역시 많은 이에게서 대상을 달리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새, 쥐, 개 등에 심각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과도하게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왜곡해 지각하는 ‘신체추형장애’를 앓는 이가 있고,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거나 가라앉는 상태가 반복되는 조울병을 비롯해 불안, 열등감, 분노, 무기력, 자기학대, 노이로제 등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을 모두 치료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우울한 나를 버리고 행복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을 쓴 미국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페넬로프 러시아노프는 이 책에서 “인간은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하거나 걱정하거나 화를 낼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에는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다. 너무 길게 지속하지만 않는다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상황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은 오히려 긍정적 가치를 지니기도 하는데,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생물학적 장치다. 위험이 닥쳤을 때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를 몰아붙여 목숨을 구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 또 분노를 느껴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 평소에 없던 힘을 발휘해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도 있다. 현대인들이 대부분 무익한 것으로 여기는 우울증조차 고대 원시인들에게는 굶주림이 계속되는 동안 에너지를 아껴 살아남게 하는 역할을 했다”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문제는 우울, 불안, 공포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데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무작정 참는 이가 많다는 점이다. 숙명여대 졸업반인 김주화 씨(가명)는 지난 봄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대신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학원으로 등원하면서 시작된 증상이다. 취업 전까지는 졸업하지 않겠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두 학기째 휴학 중인 그는 매일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학원에 가 한밤중까지 공부하고 돌아오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이 커진다고 털어놓았다. “푹 자지 못한 지 꽤 됐다. 편안한 데 누우면 너무 오래 자게 될까 봐 일부러 바닥에서 새우잠을 잤는데 이젠 침대에 누워도 수시로 깬다. 밥을 먹다가도 가끔 ‘내가 이렇게 속 편하게 밥이나 먹고 있을 땐가’ 싶은 생각이 떠오르면 미쳐버릴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증상이 공부에도 방해되는 것 같아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볼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진료기록이 남으면 취업에 방해가 될까 봐 포기했다고 한다.

    주부 강은주 씨(가명)는 외출할 때마다 식은땀을 쏟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면서부터 현관문은 잘 잠갔는지, 가스불은 껐는지, 창문은 다 닫았는지 등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집에 들어가 꼼꼼히 살펴보고 나온 뒤에도 혹시 냉장고 문이 열려 있는 건 아닌지 같은 또 다른 공포에 휩싸이기 일쑤다. 그는 최근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렸다. 국소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 가지 못하거나 비행기를 타는 데 불안을 느끼는 등 각종 특정공포증 환자는 다른 사람에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이들이 이때 느끼는 고통은 마음을 고쳐먹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괜찮아, 조금 아픈 거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2월 보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국민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왼쪽). 8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경찰청의 정신장애 차별저지를 위한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적절한 치료 없으면 심각한 결과

    이처럼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을 때는 즉시 치료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치료를 받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그 결과 전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던 지혜가 생기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 치료에는 약물과 상담 둘 다 포함된다. 그가 쓴 심리에세이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에는 “마음의 변화를 신경전달물질이냐 감정 경험이냐 따지는 건 마치 빛이 입자냐 파동이냐 따지는 것과 같다. 마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복합체”라는 대목이 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다를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통제 불능의 분노, 극심한 우울감 등은 현대의학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2007~2011년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온 8848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살 시도 원인 중 1위가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37.9%)이었다.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31.2%), 경제적 문제(10.1%) 등이 뒤를 이었다.

    2012년 우리나라의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1명)의 2.4배 수준, 회원국 중 1위다. 눈여겨볼 것은 같은 해 우리나라의 항우울제 소비량이 국민 1000명당 14.7DDD(Defined Daily Dose·일일 상용량)로 OECD 평균(56.4DDD)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정신과 질환을 제때 치료하기만 해도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유무형의 차별 때문이다. 7월 경찰청은 경찰공무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의 동의를 받아 직전 3년간의 정신병력 유무를 확인하겠다고 발표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의 반발을 샀다. 김영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교수)은 “이 조치로 정신질환 병력자는 경찰공무원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됐다. 우리나라 정신보건법 제2조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의 기본 정신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보험사는 약관을 통해 정신질환 병력자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을 처방받지 않고 상담만 받을 경우 의사가 건강보험료를 청구할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뜻하는 F코드(정신질환) 대신 Z코드(상담)를 입력할 수 있게 했다. Z코드는 세계보건기구의 질병 분류 기준에 따르면 현재 질환을 갖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상담 등을 받을 필요가 있을 때 쓰는 코드. F코드는 정신적 질환상태를 의미한다. 진료기록에 F코드가 남으면 정신질환자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의사, 약사, 변호사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Z코드의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 의료진에 따르면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경우 경증 정신질환이지만 치료하려면 심리검사와 약물 처방이 반드시 필요해 Z코드를 사용할 수 없다. 불면증이나 스트레스 증세도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결국 F코드를 넣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심리검사나 일정 기간의 약물치료는 Z코드로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증상 직시가 첫걸음

    서울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ADHD클리닉을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내원하는 부모 중 상당수가 진료기록이 남아 혹시라도 아이한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최근 군대에서 정신과 질환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치료를 받았다가 나중에 군대도 못 가는 거 아니냐’고 하는 분도 많다”며 “소아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나쁠 건 없을 거라고 안심시키지만, 그래도 불안하면 진료기록이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 넘어가지 않는 비급여 방식으로 치료를 받게 안내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개원가에서는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비급여 진료를 받는 환자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장재열은 어린 시절 겪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조현병을 얻은 것으로 그려진다. 그는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혀온 분열된 자아를 인정하고, 그에게 이런 인사를 건넨다.

    “내가 만약 널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난 죄책감에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거래. 내가 널 위로하면서 실은 나 자신을 위로했던 거래. 널 만나고야 알았어. 내가 강한 척해도 의붓아버지의 폭력이 형의 폭력이, 정말 많이 무서웠구나. 엄마가 맞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힘없는 게 참 싫었구나. (중략) 난 그때 어렸고 그 일은 지나갔고 지금 난 참 괜찮은 어른이 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이렇게 자신의 증상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이런 단계로 나아가려면 먼저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이 더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가벼운 우울증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

    자신의 감정 기록…완벽 추구하는 태도 지양을


    “괜찮아, 조금 아픈 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 남녀 주인공이 스스로 병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한 장면.

    “일이 늘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항상 일이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해요. 잘못되면 다 제 탓으로 생각하고요. 일이 잘돼도 불안해요. 꼭 실패하려고 태어난 인생 같아요.”

    미국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페넬로프 러시아노프가 저서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우울한 나를 버리고 행복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에 소개한 한 환자의 사례다. 러시아노프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대부분 습관을 통해 형성되며,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하지 않은 경우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우울한 나를 버리고 행복한 나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제안하는 것 중 하나는 자기 감정을 기록하는 것. 러시아노프에 따르면 자기감정을 기록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불행이라는 실체 없는 안갯 속에서 구체적인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성격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의 경우 자신이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 예를 들어 언제 배고픔을 느끼는지, 배고픔을 느낄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뭔지, 그것을 먹으면 어떤 느낌일 것 같은지 등을 적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기본적인 감정이라 하더라도 한 번 자기감정과 마주하게 되면 그다음에 더 높은 수준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쉬워진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중을 10kg 빼기 전엔 해변에 가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면 해변에 가는 대신 먹는 것으로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게 되고, 결국 더 살이 찌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을 더욱 미워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그 결과는 완벽하지 않을 것이며 완벽할 수도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러시아노프는 “누구나 완벽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실패했다’고 말하지 말고 ‘실수했다’고 하라. 실수는 인간적인 일이며 만회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운동도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운동할 때 우리 몸은 엔도르핀이라는 천연 각성물질을 생성한다. 이 물질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도취감을 일으킨다. 운동의 또 다른 효과는 감정대체(Emotional Replacement)다. 인간은 반대되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피로감을 느끼면 이 감정이 우울감을 대체하게 된다.

    러시아노프는 평소 기분 좋을 때의 감정을 녹음해뒀다가 우울할 때 재생해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즐거운 기분을 녹음할 때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최대한 풍부하게 묘사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을 때 사람들은 그 감정이 영원할 것처럼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녹음 테이프를 듣게 되면 현재의 우울은 얼마든 변할 수 있는 ‘지나가는 감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나는 한때 행복했고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우울증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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