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6

2014.07.14

수원벨트의 사생결투

수원丁 임태희 vs 수원丙 손학규, 적진에 거물 투입
인접 선거구 파급 효과에 재보선 승리까지 노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4-07-14 09:4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원벨트의 사생결투

    6월 15일 지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임 전 실장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다.

    ‘미니 총선’이라 부르는 7·30 재·보궐선거(재보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여야는 7월 10, 11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 선거전에 나섰다.

    이번 선거는 전국 15곳에서 치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보선이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가 여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만큼, 여야는 7·30 재보선에서 세월호 참사와 인사 파동에 대한 민심 현주소가 고스란히 표심에 반영될 것이라 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여소야대(與小野大)가 형성될 수 있고, 당내 역학관계와 향후 정국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야는 사활(死活)을 건다. 새누리당은 최소 4개 지역에서 승리해야 과반 의석(현재 147석)을 유지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세월호 참사로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데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15곳서 격돌…수도권이 승부처

    선거를 치르는 15곳의 원래 주인은 새누리당 9곳, 새정치연합 5곳, 통합진보당 1곳. 새누리당이 9곳 이상 승리해야 이기는 선거가 되지만, 세월호 참사와 인사 파동 등으로 “5곳에서만 이겨도 사실상 승리”라는 주장이 여당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의 설명이다.



    “공천 초기에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으로 당내 위기감이 팽배했다. 저쪽(새정치연합)에서 공천만 잘하면 결과는 뻔했다. 그런데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광주 광산을 공천으로 공천 잡음이 커지면서 해볼 만한 선거가 됐다. 새누리당은 최소 4석을 가져오면 선거에선 져도 국회 과반 상징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역을 잘 아는 신인들을 대거 공천한 만큼 잘하면 7, 8석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수도권이 승부처 아니겠나.”

    그의 말처럼 이번 재보선에서 수도권은 승부처다. 서울 동작을과 함께 경기 김포, 평택을, 수원을(권선), 수원병(팔달), 수원정(영통)이 그곳. 따라서 ‘경기 정치 1번지’ 수원은 7·30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이자 전체 판세를 가를 분수령이 됐다. 그만큼 여야는 막판까지 ‘수원벨트’에 내보낼 장수(將帥) 조합에 골몰했다.

    고심 끝에 새누리당은 야당 강세인 수원정에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새정치연합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내리 5선을 한 수원병에 손학규 상임고문을 출전시켰다. 임 전 실장은 3선 국회의원과 고용노동부 장관,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중진이고, 손 고문은 4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당대표를 지낸 야당 거물이다. 인접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은 18대 의원을 지낸 정미경 전 의원(수원을)과 김용남 변호사(수원병)를, 새정치연합은 막판 진통 끝에 MBC 앵커 출신인 박광온 대변인(수원정)과 백혜련 변호사(수원을)를 공천했다. 새누리당은 임 전 실장의 ‘인물론’과 ‘지역 일꾼론’ 조합에, 새정치연합은 개혁 성향 인사들의 바람에 기대를 걸었다. 물론 대표 장수들이 적진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인접 선거구까지 연쇄 파급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7·30 재보선 결과는 임태희, 손학규 손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원벨트의 사생결투

    7·30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수원을(권선), 수원병(팔달)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정미경, 김용남 후보와 수원을, 수원정(영통)에 출마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백혜련, 박광온 후보(왼쪽부터).

    임 전 실장과 손 고문은 지금까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다. 다만 임 전 실장이 대통령비서실장이 되면서 치른 2011년 4·27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고 당선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던 새누리당 텃밭을 손 고문이 움켜쥐면서 손 고문은 단박에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고, 자기 지역구를 잃은 임 전 실장은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후 두 사람은 야당 대표와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 정국 현안을 놓고 전선을 형성했다.

    수원대전 결과가 갖는 정치적 의미도 남다르다. 일찌감치 경기 평택을 출마를 준비하다 평택을 경선에서 배제되자 강력 반발했던 임 전 실장은 7월 6일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당의 출마 요청을 수락했다. 수원 영통이 정말 어려운 지역이니까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이 이제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친박 지도부 체제에서 우여곡절 끝에 공천받은 만큼, 선거를 통해 친이 비주류의 목소리를 키우고 비주류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중진으로서 당의 어려운 곳에 출마한다는 ‘대의’를 앞세워 정치권에 복귀하는 것도 임 전 실장으로선 나쁠 게 없다.

    비주류 리더 vs 차기 대권주자

    수원벨트의 사생결투

    2011년 4·27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경기 수원병에 출마한다.

    손 고문은 2011년 재보선에 이어 7·30 재보선에서도 생환한다면, 당내 입지는 물론 차기 대권주자 발판도 다질 수 있다. 재보선 공천 갈등으로 지도부 교체를 의미하는 조기전당대회론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어서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신주류)와 친노(친노무현) 진영(구주류) 사이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 지역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원벨트에서 3석을 모두 휩쓸고 평택을과 김포에서도 승리한다면 당내 손 고문의 영향력은 배가될 것이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차기 전당대회와 대권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나처럼 중도 성향의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수원벨트 선거 지원에 대거 뛰어들 것이다. 손 고문이 ‘뜨면’ 신주류도 구주류도 아닌 ‘중도 주류’에게 기회가 올 건 분명하다.”

    그러나 수원대전에도 변수는 있다. 7월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등장할 차기 당대표와 이로 인한 선거 구도 형성, 공천 잡음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이 그것이다.

    임 전 실장은 7월 7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수원 후보 간 긴밀한 팀플레이를 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다. 지도부에서 힘을 실어달라”며 이미 지도부에 손을 내밀었다. 임 전 실장 처지에선 자신이 출마한 수원정이 20~40대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 곳인 만큼 당 지도부의 도움이 절실하고, 당 지도부 역시 국회 과반 사활이 걸린 만큼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 지도부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만약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서청원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해 수원을 휘저으면, 7·30 재보선은 박근혜 대 손학규 구도가 형성되고, 여당은 보수표 결집을 기대하는 전략을 펼 수 있다. 반면 김무성 후보가 당선하면 김무성 대 손학규라는, 차기 대권주자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선거 프레임이 바뀌면서 양당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역 일꾼론’과 ‘바람’ 큰 관심사

    여기에 새정치연합의 잇따른 공천 잡음과 정의당 천호선 대표의 수원정 출마가 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새정치연합은 서울 동작을 공천을 받지 못한 금태섭 전 당대변인을 연고가 없는 수원에 전략공천하려다 실패했고 박광온, 백혜련 두 후보 역시 수원에 연고가 없는 게 내심 걱정되는 눈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설명이다.

    “전체 선거구 3분의 1이 수도권에 몰린 만큼 수도권, 그중 수원벨트에서의 선거 결과는 전체 선거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신임 새누리당 당대표와 손학규 고문 간 만들어질 선거 구도, 그리고 새누리당의 ‘지역 일꾼론’과 새정치연합의 ‘바람’이 어떤 결과를 낼지도 관심사다. 역대 선거에서 여야 표차가 적었던 수원을 승부가 수원벨트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손 고문이 선전해 새정치연합이 7석 이상 가져가면 손학규 부활론이 커질 것이다.”

    한편 정치권은 7월 10일 7·30 재보선 공천을 사실상 확정했다. 서울 동작을에는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이 9일 당 공천을 받아들이면서 ‘박원순의 남자’인 새정치연합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나경원 대 박원순’ 구도를 형성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도 출사표를 던졌다. 천정배 전 의원의 공천 배제로 잡음이 일었던 광주 광산을에는 국가정보원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이 전략공천됐다. 천 전 의원은 출마를 접었다.

    역대 수원을·병·정 선거는

    선거마다 박빙의 접전 수원을이 승부처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고문이 출마하는 경기 수원병(팔달)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998년 이후 내리 5선을 한 곳. 2012년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50.34%를 얻어 민주통합당 김영진 후보(45.14%)를 눌렀다.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2.44%(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7.18%)를 얻었고, 6·4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남경필 후보가 52.50%, 김진표 후보가 47.49% 득표한 곳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출전하는 경기 수원정(영통)은 반대로 야권 강세 지역이다. 19대 총선에선 김진표 후보가 61.02%(새누리당 임종훈 후보 38.97%)를,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가 54.39%(박근혜 후보 45.28%)를 얻었다. 6·4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김진표 후보가 58.28%(남경필 후보 41.71%)를 얻었다.

    이에 비해 경기 수원을(권선)은 여야 표차가 거의 나지 않는 접전지.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49.53%, 문재인 후보가 50.10% 득표했고 6·4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남경필 후보(49.38%)와 김진표 후보(50.61%)가 거의 반분했다. 수원벨트 안에서도 수원을 승부가 수원대전의 승부처인 셈이다.

    수원벨트의 사생결투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