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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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현지인처럼 살다 올래

해외여행지에서 밥해 먹고 수영장 다니고 ‘특별한 경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7-07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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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현지인처럼 살다 올래

    일본 북알프스에 선 여행자 왕영호 씨.

    “미스터 왕. 한국에서 당신을 찾는 전화가 왔어!”

    수화기 너머로 호스텔 직원이 고함을 쳤다. 멀리서 아득하게 “응!” 하는 대답이 들리더니 이내 “여보세요” 하는 경쾌한 음성이 전화선을 타고 넘어왔다. 말레이시아 말레카 지역의 여행자 숙소에 머물고 있는 왕영호(46) 씨와 e메일 소통 몇 번 만에 진짜 대화를 나눈 순간이다. 그는 4월 태국 푸껫으로 떠난 뒤 석 달째 동남아시아 각지를 여행 중이다. 푸껫에서 산 중고 모터사이클에 캠핑 장비를 싣고 다니며 여건이 될 때마다 길 위에 텐트를 친다.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자연보다는 문화, 특히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시를 보는 데 집중하잖아요. 캠핑은 달라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죠.”

    1999년 인터넷 여행사이트 ‘아쿠아’(www.aq.co.kr)를 만들어 우리나라에 자유여행 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선 왕씨가 해외캠핑에 푹 빠진 이유다. 그는 2007년 지인과 함께 일본으로 캠핑을 떠났다가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내 맘대로 진정한 자유 만끽



    난, 현지인처럼 살다 올래

    해외캠핑 여행자들은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점을 캠핑의 매력으로 꼽는다.

    “전에는 여행하는 동안 자유의 냄새를 맡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기억으로 전과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버텨내곤 했어요. 그런데 캠핑을 하고부터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를 통해 내 삶을 좀 더 자유롭게 바꿔가는 데 관심을 두게 됐죠.”

    여행과 일상이 조화를 이루는, 그의 표현으로 하면 ‘자유인생’을 추구하게 됐다는 뜻이다. 왕씨처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해도, 많은 이가 여행을 통해 남다른 체험을 하길 원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여행’만 쳐 넣어도 수만 건의 정보가 보기 좋게 정렬되고, 여행사에 전화를 걸면 당장 세계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바우처를 손에 쥘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여행의 기술’을 궁금해하는 이유다.

    지난해 말 한국관광공사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여행 트렌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4.6%는 올해 해외여행을 갈 뜻이 있다고 밝혔고, 그중 36.7%가 여행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 개인자유여행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여행사가 항공권과 숙박 예약만 대행해주는 에어텔 상품을 이용하겠다는 응답도 18.2%로,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자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여행 마니아인 한의사 이지영(42) 씨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 해외여행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는 누구나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 나 역시 2000년대 초반 몇 차례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여행사가 정한 대로 움직이려니 불편하고 아쉬운 점이 많더라. 조금 번거롭더라도 직접 일정을 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후 캐나다 밴쿠버, 미국 LA 등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온 그는 요즘은 7월 말 가족과 함께 떠날 호주 여행 준비에 한창이다.

    그의 이번 여행 콘셉트는 ‘현지인처럼, 자유롭게’. 이를 위해 온라인 숙소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www.airbnb.co.kr)를 통해 호주 골드코스트 지역의 아파트를 빌렸다. 교통이 편리하고 근처에 대형마켓이 있어 장을 보기도 쉬운 곳이다. 이씨는 “이 집에서 직접 밥해 먹고 아이들과 동네 도서관이나 수영장을 다니며 정말 현지인처럼 쉬다 올 생각”이라고 했다. 현지에 오래 있으려면 이동 비용을 줄여야겠다 싶어 항공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올 초 일찌감치 항공권부터 샀고, 최근엔 각종 웹사이트에서 지역 정보를 수집 중이다. 이씨는 “따지고 보면 이번 여행을 준비한 기간이 반년쯤 된다. 그사이 가족과 수시로 호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원하는 바를 반영해 숙소와 일정을 정한 덕에 이미 여행을 시작한 듯한 기분도 든다. 이것이 자유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난, 현지인처럼 살다 올래

    한의사 이지영 씨의 자녀들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자유여행을 하면서 현지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시내 수영장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정보 공유 온라인 사이트 북적

    이씨가 이용한 에어비앤비는 이런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이트다. 출발은 단순했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청년 3명이 비싼 아파트 월세에 시달리다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 거실에 공기 매트리스(airbed) 세 개를 깔고 인터넷에 사진을 올려 투숙객을 모은 것. 의외로 호응이 뜨겁자 이들은 매트리스 숙박에 아침식사(breakfast)까지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회원끼리 숙박 정보를 공유하고 예약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든 게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 한국사무소 이성아 AE는 “현재 세계 190개국 3만5000여 개 도시에 약 60만 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아파트부터 고성(古城), 별장, 보트, 자동차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투숙 중인 여행객 수도 약 15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자유여행객들이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여행자 모임에는 이런 사이트를 이용해 좋은 숙소를 고르는 방법이 가득 올라와 있다(상자기사 참조). ‘자유인’ 왕영호 씨처럼 스스로 집(텐트)을 지고 다니며 자연을 벗 삼아 여행하려는 이도 많다. 왕씨는 “요즘에는 세계 어디에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있기에 곳곳에서 캠핑할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초행자들에게 ‘강추’하는 해외캠핑 명소는 일본 카미코지(上高地). 일본에서 ‘북알프스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해발 3000m가 넘는 산에 둘러싸인 고원이다. 왕씨는 이곳을 “워낙 깊숙하고 은밀한 곳이라 19세기 서구 탐험가에 의해 비로소 발견됐다. 지금도 11월부터 4월까지는 출입이 통제되고, 그 외 시기에도 한정된 인원만 정부가 운행하는 전기버스를 타야 입장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모든 제한은 역설적으로 카미코지를 세상에 다시없는 낙원으로 만들었다. 천혜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고, 캠핑객의 안전도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가 이런 과정을 직접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특별한 경험’을 꿈꾸지만 정보와 시간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프라이빗 서비스’를 표방하는 여행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2년 2월 말 문을 연 온라인 여행 사이트 ‘에바종’(www.evasion.co.kr)의 오수경(35) 상무는 “우리는 누구나 살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팔지 않는다. 대신 각각의 요구에 맞는 개인화된 여행을 만들어준다”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여행지에서 한국인과 마주치는 걸 좋아하지 않고, 관광명소보다 숙소를 중요하게 여기며,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그러나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했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나려 하는가. 그곳에서 무엇을 얻고 느끼려 하는가에 따라 세상에는 수천, 수만 가지 여행이 생겨날 수 있다. 이제 책장을 넘겨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구성하는 건 당신의 몫이다.

    해외에서 아파트 빌려보니…

    “전화 안 받는 주인 혹시 사기?…이용후기 많은 곳 골라라”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난, 현지인처럼 살다 올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벌써 여덟 번째 시도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어느새 자정이 가까운 시간, 낯선 도시의 거리는 자못 스산하다. ‘유럽을 통틀어 가장 악명 높은 소매치기 천국’이라는 안내책자 문구가 획획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건 분명히 사기를 당한 거야.’ 곳곳의 멀쩡한 호텔을 놔두고 내가 왜 아파트를 빌려 묵겠다는 호기를 부렸던가. 공항과 시내가 가까워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긴 했지만, 전화통화가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심야 커피숍 간이 테이블에 앉아 슬슬 ‘플랜B’를 고민할 무렵, 휴대전화가 울린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집주인이다. 친구들과 맥주 한잔 하느라 주위가 시끄러워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금세 달려오겠단다. 상냥하고도 자세했던 e메일만큼이나 친절한 목소리다. 그러고 보니 시간은 내가 e메일에 적어 보냈던 도착 예상시간을 이제 막 넘겼다. 혼자 30분 가까이 공연한 불안에 시달렸던 셈. 신뢰가 사라진 세상 탓인가, 불신이 몸에 밴 내 탓인가.

    2013년 2월 초, 말로만 들었던 가우디 건축을 보겠노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행 티켓을 끊었던 기자가 겪은 일이다. 하루 이틀씩 도시를 ‘스쳐 지나가는’ 여행 대신, 일주일쯤 그 도시 사람이 된 것마냥 살아보겠다며 생각해낸 게 호텔 대신 아파트를 빌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충동적인 아이디어는 초콜릿처럼 달콤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구글 같은 해외 검색 사이트에 ‘Barcelona rental apartments vacation’ 따위의 검색어를 치자 줄줄이 전문 사이트가 올라온다. 그중 꽤나 이름 높은 여행 전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목록을 살펴보니 유럽이나 미국, 남미나 대양주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국가, 웬만한 도시마다 수백 개 ‘물건’이 올라와 있다. 바르셀로나 같은 유명 관광지는 수천 건이다.

    여행 예정일자, 필요한 방(침대) 개수, 와이파이나 주차 가능 여부 같은 조건을 설정하고 나면 그에 맞는 목록이 다시 정리돼 올라온다. 2월은 여행 비수기.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역시 만족할 만하다. 호텔에 비해 많이 저렴하진 않아도 널찍한 아파트를 답답한 객실과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 달 이상 장기 투숙만 고집하는 아파트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나흘 짧은 일정도 가능하다.

    숙박시설이 모두 그렇듯, 아파트를 빌리는 가격도 위치가 핵심이다(대부분 사이트에서 물건마다 위치정보를 지도 위에 표시해준다). 시내나 관광지 중심가가 비싸고, 외곽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한 곳이 그다음이다. 싼값에 혹해 클릭해보면 십중팔구 산꼭대기. 먼저 여행지 지도에서 주로 둘러보고 싶은 지역을 골라놓고 그 인근에 한정해 살펴보는 게 빠르다. 아파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주방을 쓸 수 있다는 것. 이왕이면 시장이나 대형마켓 위치를 확인한 뒤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 다닐 만한 거리의 아파트로 고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주인이 올려놓은 사진과 ‘선배’들의 이용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필수다. 대부분 영어지만 그들도 초보영어만 구사하는 외국인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평점제도를 운영하는 사이트도 많다. 특히 ‘사진과 실물이 똑같아서 좋았다’는 평가가 왠지 모르게 가장 믿음직했다.

    바르셀로나 중심가 람블라스 거리 뒷골목의 아파트를 골라 클릭클릭. 예약 항목을 클릭해 집주인 앞으로 일정과 도착시간 등을 간략히 적어 보낸 뒤 답신이 오길 기다리면 된다. 성수기냐 비수기냐에 따라 가격 흥정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일단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출발 직전 임대료 전액을 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비자(VISA) 카드 같은 해외 사용 가능 신용카드나 페이팔(PayPal) 등의 온라인 결제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돈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신경이 쓰이지만,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 아파트 빌리기의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신뢰 문제다. 상대가 개인이다 보니 사기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 사이트는 문제가 생기거나 이용자로부터 불만이 접수된 집주인은 바로 퇴출 처리하기 때문에 집주인 역시 ‘고객만족’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잠시 떠나 있는 동안 아파트를 임대하는 주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업 삼아 아파트를 꾸며 여행자에게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경우다. 까딱 잘못해 퇴출당하면 임대료를 벌 기회가 사라져 집주인으로서도 큰 손해일 수밖에.

    그래도 이왕이면 장기간에 걸쳐 많은 이용후기가 남겨져 있는 아파트를 고를 것을 권한다. 최근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금상첨화다. 일부 전문 사이트는 일단 대금을 회사 앞으로 결제했다가 숙박이 이상 없이 끝났다는 확인을 받은 후 집주인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다만 일정이 변경되거나 갑작스레 취소될 경우 환불받을 수 있는 금액은 호텔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상대 역시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므로, 집주인의 신용 못지않게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밤늦은 거리에서 접선한 집주인은 골목을 누벼 아파트를 안내해준 뒤 열쇠를 건네고는, 타고 온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떠날 때는 열쇠를 그냥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가면 된다. 따로 연락할 필요는 없다”는 심하게 ‘쿨’한 대사를 남기고. 거실 탁자에 놓인 작은 안내서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부터 재활용 쓰레기 처리 요령, 가스오븐과 설거지 기계, 세탁기 작동법 같은 자질구레한 정보가 가득했다. 역시 그는 프로였다. 의심한 내가 어리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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