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2

2014.06.16

1명이 공격 9명이 수비…쉽게 지지 않는 스타일

H조 러시아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입력2014-06-16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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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명이 공격 9명이 수비…쉽게 지지 않는 스타일
    러시아는 한국의 조별리그 첫 번째 상대다. 6월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남부 도시 쿠이아바에서 한국과 러시아전이 열린다. 한국이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려면 같은 조에 속한 유럽 두 팀(러시아, 벨기에) 중 한 팀은 반드시 꺾어야 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첫 경기 상대인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16강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월드컵 본선무대를 위해 대표팀이 소집 훈련을 시작한 직후부터 러시아와의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2018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대비해 2012년 세계적인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영입한 뒤 지속적으로 대표팀 전력을 강화해왔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자국에서 활약하는 젊은 선수들을 대표팀에 대거 발탁하는 등 세대교체도 시도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안정된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쉽게 지지 않는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격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해외파는 없지만 능력 있는 공격수가 적지 않다.

    유럽 F조 1위…11번째 출전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해 브라질월드컵까지 본선무대에 총 11차례 나선다. 옛 소련 시절 가장 좋은 성적은 1966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차지한 4위다. 옛 소련 이름으로는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 마지막으로 참가했고, 1994 미국월드컵부터 러시아로 출전했다. 국가 이름이 러시아로 바뀐 이후 월드컵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 본선에 올랐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다시 본선무대를 밟았지만 조별리그에서 1승2패에 머물러 16강에 또 오르지 못했다. 이후 2차례 월드컵에서는 모두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2008년 유럽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당시 러시아 대표팀 지휘봉은 휘스 히딩크 감독이 잡고 있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마법은 월드컵 예선에서 통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F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비교적 무난한 슬로베니아를 만났다. 1차전 홈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본선무대에 한걸음 다가가는 듯했다. 하지만 2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2012년 카펠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러시아는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포르투갈과 같은 F조에 속해 본선 직행이 가능한 조 1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7승1무2패(승점22)라는 좋은 성적으로 포르투갈(승점 21)을 2위로 밀어내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러시아를 이끄는 카펠로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감독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 AS 로마, 유벤투스 등 유럽축구 명문 클럽팀을 두루 거쳤고, 축구종가 잉글랜드 대표팀도 지휘한 경력이 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도 있는 세계적인 명장이다.

    카펠로 감독은 러시아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7승을 거두며 2경기밖에 패하지 않았을 정도로 수비에 비중을 둔 전술과 전략으로 승부를 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와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카펠로 감독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러시아가 유럽무대에서 강팀으로 분류되지 않고, 선수들의 개인 능력도 다른 국가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판단한 카펠로 감독은 조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특히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는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만큼 수비 조직력을 먼저 다져야 한다는 게 카펠로 감독의 철학이다.

    1명이 공격 9명이 수비…쉽게 지지 않는 스타일
    전통적으로 골키퍼가 강한 나라

    카펠로 감독은 러시아 대표팀에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다. 그는 직접 “우리 팀은 1명이 공격하고 9명이 수비한다”고 말해 팀원 전체가 함께 공격하고 수비하는 전술을 표방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결국 많이 뛰는 축구를 하기 때문에 전술도 중요하지만 체력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선수는 대표팀에서 버텨낼 수 없다. 그동안 러시아를 상대하는 팀은 두터운 수비를 뚫지 못하고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러시아가 10경기를 치르면서 5골만 내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포르투갈과의 2차례 대결에서도 1골만 허용했을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탄탄하다.

    러시아는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3차례 평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슬로베니아에게 1-0으로 승리했고, 이어 노르웨이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자국에서 치른 모로코전에서는 2-0으로 이겼다. 특징적인 부분은 역시 수비다. 공격에 비중을 두고 플레이하기보다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점유율을 높여 상대를 서서히 공략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흡사하다. 따라서 한국과 러시아전은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눈여겨볼 선수는 공격수 알렉산데르 코코린. 1991년생으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영건이다. 카펠로 감독의 황태자라고 부를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뿐 아니라 왼쪽 윙까지 소화하는 등 공격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와 러시아 대표팀 최연소 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는 8경기에 출전해 4골을 터뜨리며 러시아가 조 1위를 자치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골키퍼가 강한 나라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도 걸출한 수문장이 포함돼 있다. CSKA 모스크바 소속 이고리 아킨페예프다. 러시아 출신의 전설적인 수문장 ‘야신’의 뒤를 잇는 그는 현재 유럽에서 활동하는 골키퍼 중 최상의 기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한 명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담당하는 이고리 데니소프. 2002 한일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김남일 구실을 하는 선수라고 보면 된다. 활동 반경이 넓고 투쟁심이 강한 미드필더로, 상대 공격의 예봉을 차단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카펠로 감독은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한다. 데니소프라는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존재해 가능한 포메이션이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카펠로 감독이 반드시 1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데니소프를 기용하면서 좀 더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설 수 있다.

    러시아가 수비는 강하지만 그렇다고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비수들이 장신이다 보니 스피드가 떨어지고, 침투 패스에 약한 면모를 드러냈다. 한국이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2 대 1 패스나 2선 침투를 통해 러시아의 포백 라인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한다. 홍 감독이 러시아전을 준비하면서 측면 활용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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