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1

2014.01.13

헬기로 퍼부은 돈 주식시장으로?

올 글로벌 자금 선순환 구조로 개선될 듯

  •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yhkwak@hanafn.com

    입력2014-01-13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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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흐름을 보면 기업 모양새가 한눈에 들어오듯이, 세계경제도 글로벌 유동성(global liquidity) 흐름(flow)을 통해 그 모양새를 파악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국가 간 자금 이동은 그 규모와 방향성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이는 금융 및 자본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 흐름도 크게 바꿔놓았다. 즉 2003년부터 최근까지 세계경제 변천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서 기인한 세계적인 버블 생성과 붕괴, 그리고 그 이후 수습 과정의 산물인 셈이다.

    2013년 글로벌 자금흐름은 규모와 추세에서 모두 큰 변화를 보였다. 먼저 규모 면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했음에도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금흐름 면에서는 금융위기 이후의 전형적인 패턴들이 깨진 점을 들 수 있다. 즉 포트폴리오 투자수지에서 미국 흑자와 일본 적자, 그리고 신흥시장의 유동성 유입이라는 공식이 정반대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바뀐 돈의 흐름

    구체적으로 2013년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특징을 주요 시장별로 살펴보자. 첫째, 미국 시장에서는 상반기 중 국채 등 장기증권이 순매도로 전환됐다. 2012년 국채 등 미국 장기증권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는 6341억 달러에 달했으나 2013년 2분기에는 868억 달러 순매도로 탈바꿈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한 리스크 회피성 자금흐름의 축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미국 장기증권의 순매도는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년 4분기에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금융위기 발생으로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때 줄어든 증권자금을 대신했던 은행계정(bank’s own account)을 통한 자금 유입이 이번에도 나타나 상반기에만 은행권의 달러 표시 부채가 4675억 달러 증가했다.



    다만 은행계정의 자금 유입을 2008년 하반기와 2011년 상반기 미국 소재 유럽계 은행이 주도한 반면, 2013년 상반기에는 주로 미국계 은행이 주도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 상반기 중 미국 국채의 순매도를 주도한 카리브 자금은 외국인 자금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실 미국계 금융기관의 우회 자금인 경우가 많다. 미국 금리 상승을 기대한 미국 금융기관들의 선제적인 증권 매도로 풀이된다.

    둘째,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로 포트폴리오 투자수지가 흑자로 반전했다(그래프1 참조). 2000년대에 지속된 미국 포트폴리오 투자수지 흑자 반대편에는 일본 포트폴리오 투자수지 적자가 있었다. 이는 당연히 상반기 미국 장기증권 순매도의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의 일본 증권 순매수에 일본의 외국 증권 순매도가 겹친 결과 2013년 1~11월 19조 엔이 순유입됐다. 이 가운데 주식 순매수가 13.7조 엔 증가하는 등 주식시장이 자금 유입의 중심이 됐으며, 이는 엔화 약세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셋째, 유럽연합(EU) 지역에선 2012년 하반기부터 기타 투자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가 진정되면서 금융기관들의 자금 수요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으나 유럽 경제위기가 완화된 2012년 중반 이후 다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자본수지 적자는 대부분 기타 투자수지 적자에서 기인한다. 유럽 채무위기 때 급증하던 유럽 금융기관들의 차입이 상환되면서 기타 투자수지가 적자로 반전했으며, 이는 상반기 중 미국 은행계정 흑자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째, 2013년 중반부터 신흥국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그래프2 참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부각된 5월 초부터 글로벌 자본시장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증가하며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 조짐이 나타났다. 3분기에는 일부 신흥국에서 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이탈 규모가 확대되면서 해당국의 주가, 금리, 환율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처럼 2013년 글로벌 자금흐름의 패턴에 변화가 발생한 것은 글로벌 금융 및 자본시장의 정상화, 주요국의 정책기조 변화, 그리고 세계경제의 회복 국면 진입 등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5년 넘게 경과하면서 그 후유증이 해소되고, 글로벌 금융 및 자본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자금흐름도 변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 글로벌 자본시장에 불안정성이 급속히 확대되고, 자금 이동이 위축되는 등 시장 왜곡이 발생한 바 있다. 2008년 중반부터 2013년까지는 이러한 일련의 왜곡이 해소되는 과정이었다.

    헬기로 퍼부은 돈 주식시장으로?
    신흥국에선 자금 불안에 대비해야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 규모 및 글로벌 자금흐름의 축소를 의미한다. 또한 금융위기는 유럽연합의 자본수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으며, 2012년부터는 다시 자본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둘째, 주요국의 정책기조 변화도 글로벌 자금흐름에 반영된다. 2013년 상반기는 아베노믹스로 대표적인 글로벌 유동성 유출 국가였던 일본이 포트폴리오 흑자를 기록한 이례적인 기간이었다.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논의 단계부터 이미 세계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상반기 미국의 포트폴리오 투자수지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 순유출로 반전된 것이나, 하반기 일부 신흥국에서 발생한 금융 불안이 미국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에서 기인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세계경제가 최근 미국을 선두로 강한 회복 조짐을 보이는 점도 중요하다. 이 역시 신흥국의 상대적인 기회 축소로 글로벌 유동성의 유출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미국 등 선진국에선 국채에 몰렸던 자금흐름이 주식 및 회사채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미국 주가가 계속 고점을 경신한다는 점도 글로벌 자금흐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면 초기에는 글로벌 유동성이 이 지역에 집중될 개연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신흥국이 소외되는 현상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서 금리 상승이 계속될 공산도 크다. 물론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돌파해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은 다행이다.

    2013년 3분기 미국 양적완화 축소 논란과 이로 인한 글로벌 자본시장의 리스크 회피, 신흥국의 유동성 유출을 볼 때 2014년은 금융정책 기조 변경에 따라 글로벌 자금흐름의 안전 선호 및 금융시장의 단속적인 불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신흥국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에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상당 수준 진행되고, 글로벌 금융환경이 개선된 이후 신흥국과 원자재 시장에도 유동성이 활발히 유입되는 등 글로벌 자금흐름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이 구체화하는 시기는 2014년 중반 이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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