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8

2013.10.14

“원로는 주인공 아닌 조연, 국회 가면 정치 복원에 힘쓸 것”

인터뷰 | 서청원 새누리당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10-14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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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는 주인공 아닌 조연, 국회 가면 정치 복원에 힘쓸 것”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친박(친박근혜)계 원로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보은(報恩) 인사가 아니라 인사를 통해 대통령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이라며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은 세대를 이간질하고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입성 후 당권 도전 등 자신의 향후 정치 일정에 대해선 “김무성 의원 등 당 중진을 두루 만났고 그들 모두 내게 입성해 화합의 정치를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며 “내가 들어가면 당이 요동친다거나 긴장하는 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전 대표를 10월 7일 경기 화성시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만났다.

    ▼ 10·30 재·보궐선거 경기 화성갑 지역구에 출마했다. 배경은 뭔가.

    “‘연고 없는 사람이 왜 이곳에 출마하느냐’는 말인가(웃음). 화성은 낯선 곳이 아니다. 내 친가는 충남 천안이지만 외가는 이곳 화성 일왕면이다. 6·25전쟁 때 외가에서 피난생활을 해 내 생명을 빚진 곳이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연고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누가 화성 발전을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겠는가. 연고주의에 빠져 닫힌 사회가 되면 더는 희망이 없다.”

    ▼ 18대 비례대표를 빼고 서울 동작갑에서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했다. 화성은 도농복합도시여서 선거 전략도 다를 거 같다.



    “새벽부터 무조건 뛰어다니면서 내 정치 경험과 열정으로 호소한다.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리조트(USKR), 송산그린시티 개발, 교통난 해소 등 고(故) 고희선 전 의원이 추진하던 각종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할 거다. 처음 말하는 거지만, (서 전 대표와 공천 경쟁을 벌이면서 무소속 출마 불사 발언을 한) 김성회 전 의원과 고 전 의원의 아들 고준호 씨도 나를 돕겠다고 오늘 말했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

    “원로는 주인공 아닌 조연, 국회 가면 정치 복원에 힘쓸 것”
    ▼ 10월 4일 공천 확정 전 출마 기자회견(10월 2일)을 했다. 언론에선 ‘박심(朴心)이 서 후보에게 있다’고 보도했다. 사전에 공천 확답을 받았나.

    “전혀 아니다. 화성 시민에게 인사하는 것을 무작정 늦출 수 없었다. 나로서는 국정상황과 당 공천 심사일정 등을 고려해 최대한 늦춘 거다. 새누리당은 당권, 대권이 분리된 지 오래다. 청와대가 당 공천에 관여할 수도 없다.”

    ▼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박 대통령이 (친박 원로들에게) 임무를 주는 것을 보은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국정은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이자 고독한 길이다. 대통령의 뜻을 잘 알고 경륜과 지혜를 갖춘 사람이 지원군이 되면 안정적 국정운영이 될 거라는 건 자명하지 않나.”

    ▼ 적재적소 인사였다?

    “‘원로들의 등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주인공은 아니지 않나. 우리는 조력자이고 주인공은 젊은이다. 무대를 만들어주고 그늘이 되고자 하는 거다.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은 문제를 침소봉대하며 세대를 이간질하는 것으로, 세대 간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한다고 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정치는 신구(新舊) 조화와 자기희생이 중요하다. 맥아더 장군은 ‘오래 산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꿈과 이상을 버렸기 때문에 늙는 것’이라고 했다.”

    ▼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불법대선자금과 공천헌금수수로 두 번 실형을 받은 서 전 대표의 공천을 반대했다. 정치쇄신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참담한 심정이다. 그분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경위야 어떻든 당과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그런 의견까지 포함해 겸허한 자세로 유권자와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 내 입으로 말하면 변명으로 들린다. 기소장과 재판기록을 보면 이해가 빠를 거다. 다만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를 창당하면서 공천차입금 문제로 감옥살이를 했지만 야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도 ‘정당 공식의결을 거쳐 공식계좌로 돈을 받은 것은 개인 비리가 아니다. 다른 정당도 그렇게 돈을 받았는데 친박연대만 수사하는 것은 표적수사 의혹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18대 여야 국회의원 254명이 내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사면탄원을 했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사초 실종 사건’과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사초 실종 사건은 국기 문란 사건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을 속이겠다는 발상과 시도 자체는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대통령이 왜 법을 어기면서까지 국민과 역사 앞에서 대화록을 숨기려 했을까. 정파와 정략을 떠나 사죄하고 재발 방지에 힘을 합쳐야 한다. 기초연금도 그렇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낮추고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현실적 방안으로 고심한 결과다. 민주당의 복지공약은 새누리당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드는 걸로 안다. 야당이 저러는 것(장외투쟁)도 실은 대선 패배로 부아가 난 거 아닌가.”

    ▼ 부아가 났다?

    “사실 그런 심정이 기저에 깔렸지 않나. 이해는 하지만 이젠 여당과 타협하면서 민생을 챙겨야 한다. 언제까지 반대만 할 건가. 여당도 때론 포용도 하고 타협도 해야 한다.”

    ▼ 그래서 출마 기자회견 때 국회 입성 후 화합과 통합에 나서겠다고 밝혔나.

    “새누리당도 특정 계파라든지 지역, 이런 부분이 화학적으로 결합이 안 된 점이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에서 불협화음도 나오고….”

    ▼ 황우여 대표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친박 의원 일부에서는 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조기 전대(전당대회)론까지 나온다.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 말이다. 지난해 대선 때 (황 대표가) 새벽기도까지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만 여당은 때론 큰 형님같이 야당을 배려하고, 국기를 흔드는 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더라도 모두 대화로 풀어야 한다. 그야말로 대선 패배로 뿔이 난 야당을 승자의 자세로 보듬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천받기 전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을 여럿 만났다.”

    “차기 당권? 정치는 뜻대로 되지 않아”

    “원로는 주인공 아닌 조연, 국회 가면 정치 복원에 힘쓸 것”
    ▼ 김무성 의원도 만났나.

    “그렇다. ‘선배님이 나오셔서 가슴을 열도록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출마) 용기를 얻었다. 내가 (국회에) 들어가서 가슴을 열고 대화하게 할 거다. 지금처럼 여야가 벼랑 끝 전술로 대치만 하고 경색국면을 지속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다. 국민이 바라보는 여의도 정치는 무력감 그 자체다. 정치가 실종됐다.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집권당답게 지금보다 정국을 주도하는 동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책임 있게 정국을 주도해야지….”

    ▼ 책임 있게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차기 당권에 도전할 생각인가.

    “언론이 앞서가는 양상을 보인다. 내가 국회에 들어가면 당이 요동칠 거라는 보도에 동의하기 어렵다. 또 나 때문에 (당권 경쟁으로) 긴장하는 의원은 없다. 정치는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평가한다는 건 시기상조다. 어떤 정부든 성공 필수요건은 정부와 국민 간 신뢰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성공의 발판은 마련했다고 본다. 일각에서 소통 부족을 얘기하는데, 그 사람들이 소신과 책임을 갖고 문제해결이나 업무조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다.”

    박 대통령은 19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서 전 대표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었다. 서 전 대표는 “김대중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고, 그래서 박근혜 카드를 썼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을 지지한 것도 그때 진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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