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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세계 속의 한국학 08]
“한국의 오늘과 내일 조망 통일 이후도 연구 진행”
인터뷰 | USC(남가주대) 한국학연구소 데이비드 강 소장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5월 말 미국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남가주대) 출신 학자들이 서울에 모였다. USC가 주최하는 ‘글로벌 콘퍼런스 2013’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USC는 일찍부터 환태평양지역 연구에 관심을 쏟아왔다. ‘글로벌 콘퍼런스’는 2년에 한 번씩 이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려고 여는 행사다. 올해 개최지는 서울이었다.

이에 따라 C . L. 맥스 니키아스 총장 등 USC 소속 학자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데이비드 강 USC 한국학연구소장(사진)도 그중 한 명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그와 콘퍼런스가 열리는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마주 앉았다. 강 교수는 ‘강찬웅’이라는 한국 이름이 적힌 명함을 건넸다. 평안북도 출신 미국 유학생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 교수는 다소 어눌하지만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집에서만 한국어를 써서 전문적인 표현은 서툴다”며 아쉬워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 옛집에 둥지

강 교수를 만난 건 USC 한국학연구소가 북미지역에서 손꼽히는 한국학 연구기관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USC가 글로벌 콘퍼런스를 서울에서 연 데서 알 수 있듯, 대학 본부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USC는 1942년 한국어 강의를 개설했고, 95년 한국학연구소를 세웠다. 이 대학 한국학연구소는 장서 8만 권 규모의 자체 도서관을 갖추고, 매년 USC 한국영화제를 여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강 교수는 “LA는 한반도 밖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도시”라며 “LA 중심부이자 코리아타운 근처에 있는 USC가 한국과 한국학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다트머스대 교수를 지냈다. 2009년 USC 국제관계 및 경영학 교수로 부임했을 때 그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이 대학의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이었다고 한다. 강 교수는 “다트머스대에 있을 때는 항상 왜 우리가 아시아에 대해, 그중에서도 한국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했다. USC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모든 사람이 이미 한국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USC 한국학연구소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옛집에 둥지를 튼 점만 봐도 USC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도산은 일제강점기 미국으로 이주했다. 가족을 LA에 남겨둔 채 해외 각지를 돌며 조선의 독립 의지를 알리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그때 가족이 머물던 약 2000㎡ 규모의 2층집이 현재 USC 한국학연구소다.

강 교수는 “USC가 확장하면서 원래 학교 경계 밖에 있던 도산의 집이 캠퍼스에 편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 보수한 뒤 2006년부터 한국학연구소가 사용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한국학 관련 중요 행사나 발표 등이 열리는 이 공간에는 현재 도산의 가족이 기부한 서예, 그림 작품과 고문서 등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1910년대 조선 독립을 지지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던 곳이 100년이 지난 지금, 미국 내 한국학 연구 중심지가 됐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강 교수는 “도산의 옛집은 LA 한인사회뿐 아니라 USC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한국학연구소는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1995년 설립 당시엔 USC 전체에 한국학 교수가 한 명뿐이었습니다. 언어학을 전공한 김남길 교수가 연구소를 이끌었죠.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지상 과제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10년쯤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한국과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졌고, USC 한국학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한국학 연구기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됐습니다.”

강 교수는 특히 이 무렵부터 한국의 당대 이슈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언어와 문학, 역사 등을 연구하는 곳은 많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이슈를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조망하는 곳은 드물다”며 “USC 한국학연구소는 그 분야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알리기 진입장벽 낮춰

5월 23일 ‘USC 글로벌 콘퍼런스 2013’에서 발언하고 있는 데이비드 강 USC 한국학연구소장(맨 왼쪽).

“최근 세계적으로 케이팝(K-pop)과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인 상당수는 ‘Korea’라는 단어를 들으면 ‘북한’을 떠올립니다. CNN이 북핵과 김정은 등에 관해 보도하면 대체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해요. 문제는 한국학 연구기관 대부분이 그에 대해 답하지 못한다는 점이죠.”

강 교수는 현재 USC 한국학연구소에서 한반도 통일 이후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 학술 연구 ‘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통일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많은 사람이 이 연구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북자와 북한 내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문제가 아니라도 국제 사회에서 흥미를 갖는 한국의 정치·경제 이슈는 많다. 빠른 민주화와 경제개발 경험 등이 그런 것들”이라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면 문화와 역사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외에 한국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한국학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높은 LA는 그런 학자를 육성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 강 교수의 생각이다.

현재 USC에서는 매년 500명 안팎의 학생이 한국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한다. 한국학연구소가 매년 10명씩 선발하는 한국학 연구원 ‘KSI (Korean Studies Institute) Fellow’ 모집에도 25명 안팎이 지원한다. 강 교수는 “우리 연구소는 한국에 관심이 많고 관련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한국어를 못해도 관계없다.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이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LA지역 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국 알리기 수업도 하고 있다.

강 교수는 “USC 한국학연구소의 첫째 목표는 더 많은 USC 학생에게 한국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고, 둘째는 LA 사회에 더 널리 한국을 알리는 것이며, 셋째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상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만간 한국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학자를 채용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이 한국학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USC 한국학연구소는 앞으로도 케이팝과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뿐 아니라 한국 사회와 정치, 경제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해외 한국학 연구 중심지로 성장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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