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1

2013.06.10

문자메시지·e메일 굿바이?

기술 진보로 새 커뮤니케이션 발전…인스턴트 메신저 급증 현상에 주목

  • 김석인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ariel.kim@kt.com

    입력2013-06-10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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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메시지·e메일 굿바이?
    어느 틈엔가 “문자해”보다 “카톡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가 늘었다. 2010년 겨울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열풍을 타고 지하철을 점령했던 ‘문자왔숑~ 문자왔숑’ 메시지 알림음이 생경할 지경이다. 그 자리는 ‘카톡왔숑~ 카톡왔숑’이 메웠다. 문자메시지보다 카카오톡을 훨씬 더 많이, 자주, 친숙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불과 2~3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2013년 새해 첫날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 건수가 48억 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전 국민 3명 가운데 2명이 접속해 1명당 153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2010년 출시한 카카오톡이 승승장구하며 한국의 국민 메신저 자리를 꿰찬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 증가와 함께 카카오톡이 맹위를 떨칠수록 문자메시지 이용량은 감소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을 필두로 하는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는 과연 문자메시지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은 사실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모바일 데이터모니터링 회사 오나보(Onavo)가 2012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남미,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한 인스턴트 메신저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존에 우리가 사용해오던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삼켜버릴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이들 글로벌 사용자들의 인식 속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미국 문자메시지가 여전히 ‘왕(king)’

    모바일 메신저 인프라 회사인 에이시지온(Acision)의 2012년 6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5%가 모바일 메시지를 보낼 때 문자메시지만 이용한다고 한다. 모바일 메시지 발송 건수를 살펴보면 문자메시지가 페이스북의 1.6배, 왓츠앱의 1.9배로 미국 사용자들은 여전히 문자메시지를 더 많이 이용한다. 또한 필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문자메시지를 꼽은 이용자도 65%에 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층의 문자메시지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문자메시지 용도와 인스턴트 메신저 및 SNS 용도가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이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이유로 꼽은 것은 ‘스피드, 접근 용이성, 안정성’이다. 즉, 빠른 송수신이 가능하고 상대방 단말기 및 인터넷 접속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늘 작동하기 때문에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스턴트 메신저와 SNS를 이용하는 이유는 ‘콘텐츠 공유, 스피드, 멀티 디바이스 활용’ 등이었다.

    영국 76%가 문자메시지, SNS 함께 이용

    영국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24%만이 모바일 메시지를 보낼 때 문자메시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앞서 살펴본 미국보다 인스턴트 메신저나 SNS 이용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반면 문자메시지 의존도는 미국보다 높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76%가 문자메시지는 필수라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영국의 이용자들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인스턴트 메신저와 SNS를 활발히 사용하면서도, 기존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문자메시지에 대한 믿음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이유로 ‘안정성, 접근 용이성’을 꼽은 반면, 인스턴트 메신저와 SNS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스피드, 요금, 송수신 알림’을 꼽았다. 마찬가지로 용도에 대한 인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문자메시지·e메일 굿바이?

    개인용 컴퓨터에서 채팅하는 것처럼 스마트폰 간 메시지를 주고받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폭발적인 인기다.

    타이완 인스턴트 메신저, SNS, e메일 이용

    타이완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주요 아시아 국가 가운데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인스턴트 메신저 활용이 활발하다. NHN이 출시한 인스턴트 메신저 라인(Line)이 타이완에서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등극했는데, 라인의 인구 대비 보급률은 64%에 이른다.

    2013년 1월 발간한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 국제학회지 ‘인간 행태에서의 컴퓨터(Computers in Human Behavior)’는 e메일, 인스턴트 메신저, SNS를 이용하는 데 타이완 이용자의 인식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연구한 결과를 실었다. 그것을 살펴보면, 타이완의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도 e메일, 인스턴트 메신저, SNS를 각각 목적에 따라 골라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인스턴트 메신저와 SNS, 정보 획득을 위해서는 e메일과 SNS, 재미를 위해서는 SNS를 선호하는 식이다. 부분적으로 겹치긴 하지만 용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 진보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신기술에 열광하며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활발히 이용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기존에 사용해오던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문자메시지, e메일의 용도에 대한 인식부터 다르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으로 완전히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문자메시지와 e메일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목적에 맞게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기술 발전은 계속될 테고,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등장할 것이다. 향후에도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기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용도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사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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