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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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파티족, 노는 물이 달라

2030 자신들만의 특별한 이벤트 ‘파티 일상화’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3-01-28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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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파티족, 노는 물이 달라
    30대 초반 웹디자이너 이수혜 씨는 퇴근 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파티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 6명이 모이기로 한 곳이다. 건물 3층 파티룸 문을 열자 이미 도착한 이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파티룸 밖 테라스에서는 회원 한 명이 연신 눈을 비비며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굽고 있다. 이씨는 “우리끼리만 놀 수 있는 공간에서 바비큐까지 즐길 수 있어 강원도 어느 펜션으로 여행 온 것 같다”며 “얼마 전 친구가 파티룸을 빌려 생일파티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좀 부러웠는데 이번에 나도 그 문화를 체험하게 돼 좋다”고 말했다.

    MT보다 도심 파티룸 선호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 ‘파티’는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크리스마스나 핼러윈 데이에 맞춰 파티를 여는 건 유행이 된 지 오래.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와 친구들이 함께하는 처녀 파티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나 총각파티도 인기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랑신부가 각자 친한 친구를 초대해 별도의 웨딩파티를 열기도 한다. 직장 회식과 동호인 모임, 친목 모임, 스터디 모임 등 각종 ‘모임’을 파티 형태로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친구나 연인끼리 카페 혹은 레스토랑에 모여 조촐하게 갖던 만남을 색다르게 즐기려는 이가 많아지면서 최근엔 파티 전용 대여 장소인 파티룸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홍대 앞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하동욱 ‘클라우드나인’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엔 파티 장소를 대여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하루에 100통 이상 왔다. 연중 파티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라 미처 받지 못하고 놓치는 전화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파티룸을 이용하는 이는 주로 20~30대 중반 젊은이다. 그는 “요즘 대학생이나 직장인 중에는 멀리 엠티(MT)를 가는 것보다 1박2일 도심 파티룸에서 노는 걸 선호하는 이가 많다. 방학에 맞춰 귀국한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파티를 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취재 중 만난 남녀 두 명은 회사 회식 장소를 물색하려고 클라우드나인에 들렀다고 했다. 그중 직장 선배라는 여성은 수첩을 꺼내들고 20명 정도 참석할 예정인데 테이블과 의자, 와인 잔 등은 충분한지, 주방에서 간단한 요리는 할 수 있는지, 난방은 잘되는지 등을 하 대표에게 쉴 새 없이 물었다. 그 사이 후배인 남성은 파티룸의 홀과 주방, 욕실과 테라스 등을 돌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그는 “동료들이 어떤 장소를 빌렸는지 궁금해하기 때문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3~4년 전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파티룸은 홍대 주변과 서울 강남, 경기 일산 등을 거쳐 최근에는 전국 대도시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형태는 다양하다. 노래방처럼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눈 ‘멀티형 파티룸’이 있는가 하면 한 번에 한 팀만 받는 ‘하우스형 파티룸’도 있다. 모텔의 일부 방을 파티를 할 수 있게 꾸며 임대하는 ‘호텔형 파티룸’, 오피스텔 형태의 ‘레지던스형 파티룸’, 건물 전체 모든 방을 각각 다른 주제로 꾸민 ‘콘셉트형 파티룸’도 인기다. 멀티형 파티룸은 4~5시간 짧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비교적 저렴한 값에 사용할 수 있는 공간. 하우스와 호텔형 파티룸은 최장 1박2일까지 시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최근 파티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말에만 문을 여는 홍대 주변 소규모 클럽 중 일부는 평일에 파티룸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파티 참석자들은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신촌에서 파티룸 ‘러브쇼’를 운영하는 서무억 대표는 “파티룸을 찾는 이들은 한 공간에서 게임하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면서 놀고 싶어 한다. 이런 바람을 만족시켜주려고 파티룸 한편에 간이무대를 설치하고 피아노와 기타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파티룸 안에 당구대, 간이수영장, 오락실 게임기, 노래방 기계, 빔 프로젝트와 스크린 등을 설치하는 업체도 있고, 일부에서는 파티 의상과 가발·안경·머리띠·가면 같은 각종 소품, 보드게임, 뿅 망치 등을 구비해놓고 유료 또는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우린 파티족, 노는 물이 달라
    파티 관련 산업도 급성장

    20~30대 젊은 층이 파티룸을 찾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 없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 장소 대여비가 들기는 하지만 술과 안주, 음식 등을 직접 준비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파티룸 모임의 장점이다. 마케팅 회사 크리에이티브팀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20대 중반 이청준 씨는 “얼마 전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사이 지인 7명과 파티를 했는데 1인당 5만 원씩 모은 회비로 술과 식사를 모두 해결했다. 마음껏 게임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요즘은 온라인 모임 멤버들이 파티를 통해 부족한 스킨십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윤지현 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 파티플래너 석사과정(CP·M) 객원교수는 젊은이들이 파티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로 ‘준비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을 들었다. “파티 콘셉트를 직접 정하고 그에 맞춰 하나하나 꾸며 나가는 과정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파티 장소의 전체적인 색상 톤을 맞추고 파티에 쓸 음악을 정하며, 음식을 직접 만들고 의상과 소품까지 꼼꼼히 준비하는 사람, 파티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손으로 꾸미는 사람을 ‘파티 DIY족’이라 한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파티 관련 산업도 성장 중이다. 파티를 기획하고 적절한 장소를 섭외해주며 각종 준비를 대신해주는 대행업체, 드레스를 비롯한 각종 의상을 빌려주는 의상대여업체가 증가세를 보인다. 고깔과 풍선, 가발, 가면 같은 소품을 대여 및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상점도 성업 중이다. 파티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요리와 음료를 준비해 파티장에 멋지게 차려주는 케이터링 서비스업도 있다. 윤 교수는 “주5일제가 정착하고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해외파견 등으로 외국 파티 문화를 경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저녁 문화, 여가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이제 파티는 더는 특정 계층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파티룸 놀이문화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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