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4

2012.07.02

교육의 질을 높였다, 비싼 등록금에도 유학생 몰렸다

국내외 대학 국제화 모범 사례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김민지 인턴기자 kimminzi4@naver.com

    입력2012-07-02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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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국제화 바람이 우리나라에만 부는 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도 세계 교육시장의 고등교육 수요를 잡으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을 받아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조사한 외국 정부와 대학의 유학생 유치 및 관리 정책을 보면, 많은 나라가 외국 유학생 수를 극대화하기보다 우수한 학생을 유치해 대학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 교수는 우리가 본받을 만한 사례로 호주를 꼽았다. 호주는 대학생 5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그는 호주에 대해 “전반적으로 유학생 관리가 우수하고, 제도화가 잘된 나라”라며 “유학생들의 취업 현황과 진출 분야까지 조사해 교육과정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최근 외국인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개정했는데, 질 높은 교육과 학생 복지, 불만처리 및 비자 프로그램에서의 성실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 밖에도 정부 지원으로 설립한 ‘유학생 협의회(Council of International Students Australia·CISA)’가 매년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토론한다.

    하 교수는 “호주와 달리 유학생의 의사전달 채널이 없는 우리나라는 유학생 의견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학생들의 출신 국가와 소속 지역, 학위과정 등을 포괄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호주 정부가 2년마다 전체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만족도 조사도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점이다. 지속적인 소통과 모니터링으로 국제화의 질적 개선을 꾀하는 호주의 국제교육부 관계자는 하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교육에 대한) 질을 높이지 않고는 유학생 수를 늘릴 수 없다(You can’t increase the quantity without quality)”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높은 대학 교육의 질과 저렴한 학비, 많은 장학금 기회 덕분에 전통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독일도 최근 영어프로그램을 확대 강화하고, 해외 대학과의 공동·복수 학위를 추진하는 등 대학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독일 대학의 국제화는 자국 학생의 국제화와 문화교류, 무역 기회 확대라는 국가적 목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교육 협력 사업이 정부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인식돼 경제, 외교, 교육 등 각 부처가 긴밀히 협력하는 체제를 지닌다는 강점이 있다.

    네덜란드 대학, 외국인 있으면 모국어 안 써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또한 국제화한 대학들로 명성이 높다. 네덜란드는 비유럽국가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학비를 받지만, 일찍이 영어강의를 적극 도입해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왔다. 유럽대륙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의 비중이 가장 높아 2010년 현재 1500개 국제프로그램이 있으며 그중 850개가 석사과정이다.

    네덜란드에는 전 세계에서 온 모든 외국인 학생을 연결하는 ‘국제학생네트워크(International Students Network·ISN)’가 있는데, ISN 카드를 발급받으면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하고 각종 서비스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한 국내 대학 교수는 “네덜란드 대학에선 외국인이 한 명이라도 섞여 있으면 네덜란드 말을 쓰지 않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상적”이라며 “영어는 그들에게도 외국어인데 외국인 학생을 배려해 그렇게 하는 모습에서 국제화 수준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지낸 박중재(22·연세대 경제학과 3학년) 씨는 미국 대학의 ‘가족 결연 프로그램’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꼽는다. 박씨는 “학교에서 현지인 가정과 외국인 유학생을 연결해줘 가족처럼 함께 식사하는 등 오붓한 시간을 자주 가졌다”면서 “특히 명절이면 (외국인 학생들이) 갈 곳이 없는데, 그렇게 연결된 가정에서 지내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외국어대 국제학생회(이하 ISO)가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재학생 50여 명이 외국 유학생 입국 날짜에 맞춰 공항 ‘픽업’에서부터 각종 고충 상담과 처리를 도맡는 것. 최근엔 홈스테이는 물론, 김장하기 같은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기획해 진행한다. 진장훈(경영학과 4학년) ISO 회장은 “우리나라는 홈스테이 문화가 정착하지 않아 외국인 학생이 한국의 가족문화를 경험하기 힘들다”면서 “홈스테이를 희망하는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을 연결해주면 주말을 이용해 한국 가정의 따뜻한 ‘집밥’을 경험한 외국인 학생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멘토링’, 연세대 ‘만족도 조사’

    교육의 질을 높였다, 비싼 등록금에도 유학생 몰렸다

    회원가입 절차 없이 예일대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웹사이트.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처음 실시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한양대와 연세대 사례도 다른 대학들이 참고할 만하다. 먼저 한양대는 2006년부터 재학생과 외국인 신입생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제도를 시행 중이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외국인 교환학생을 위한 것이어서 정규과정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들이 오히려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한양대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외국인 신입생들이 잘 적응하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과거 멘티로 도움을 받았던 외국인 학생이 3, 4학년이 되어 멘토에 지원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 덕분에 이번 학기에도 멘토 150명과 멘티 350명이 인연을 맺었으며, 그중엔 몽골인 선배와 몽골 출신 신입생으로 이뤄진 팀도 있다고 한다.

    연세대는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학생들이 입학할 경우 학생의 한국어 능력에 적절한 수강과목을 안내한다. 연세대 외국인글로벌학부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이 수강신청을 할 때 학생의 한국어 수준에 맞게 한국어 강의 수를 조정한다”면서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수업료를 전액 지원한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외국인 학생 대상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학생 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 이어 세계 유학생 시장 점유율 2위인 영국이 한 해 외국인 학생(EU 학생 제외)에게서 벌어들이는 등록금 수입만 25억 파운드(약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영국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에게 내국인 학생보다 높은 등록금을 부과한다. 학사학위 취득에 3년, 석사학위 취득에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매력이 무색할 정도로 등록금이 비싸고 물가도 높지만, 그럼에도 많은 유학생이 영국으로 몰리는 건 높은 교육 수준과 미국과 다른 영국의 고유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엔 세계 100위권 대학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1 최고의 웹사이트 50(Top 50 Websites of 2011)’에 ‘Open Yale Courses’를 포함시켰다. 예일대학 석학들의 명강의를 무료로 공개한 웹사이트다. 최소한의 회원가입 절차도 없이 한 학기분의 강의 수십 개를 보고 들을 수 있고, 내려받을 수 있으며, 강의계획서는 물론 교수의 강의를 글로 풀어놓은 스크립트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고 있다.

    앞서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대학 등도 일부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규모와 활용 범위 면에선 예일대학이 획기적이다. ‘타임’은 예일대학 무료 강의 사이트를 소개하는 첫머리에 “아이비리그 교육이 몇몇 소수만 듣는 비싼 수업이라고 누가 그랬냐”고 썼다. 전 세계 사람 누구나 아무런 절차 없이 듣도록 한 강의, 대학의 이런 자신감과 포용력이야말로 진정한 국제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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