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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닥치고 뭉쳐!” 야권연대 후유증
단일후보 선출 놓고 곳곳서 마찰, 총선 결과 누구도 장담 못 해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오른쪽)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3월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권연대 공동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4·11 총선을 꼭 한 달 앞둔 3월 10일 새벽. 한명숙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야권연대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로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킨 전례를 교훈삼아 야권은 이번 4·11 총선에서도 야권연대로 승리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야권연대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준비에 진땀을 흘려야 하는 게 야권 예비후보들에겐 큰 부담이다. 또한 단수후보로 추천된 후보의 공직후보자추천(이하 공천)을 야권연대를 위해 느닷없이 취소함으로써 오랫동안 선거를 준비해온 해당 후보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예비후보들 경선 준비에 진땀

19대 총선에서 갑을로 분구되는 경기 파주시의 경우, 민주당은 3월 7일 박정 예비후보를 파주을 단수후보로 추천했다가 1시간 만에 최고위원회에서 보류시켰다. 당 지도부가 야권연대를 위해 지역구를 비워두려 했기 때문. 박 예비후보는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배 가까운 지지를 받은 후보를 제치고 경선조차 없이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후보직을 양보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한 그는 단일화에 최종 실패할 경우에도 총선에서 완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낙동강벨트를 탈환하겠다고 벼르는 부산에서도 야권연대 후폭풍이 거세 총선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후보로 공천받았다가 야권연대 협상 과정에서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야권 단일후보를 양보하게 된 송관종 해운대기장갑 예비후보는 3월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송 예비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위해 해운대구청장 후보를 고창권 당시 국민참여당 후보에게 양보한 바 있다. 그는 “친노(친노무현)가 아니라는 이유로 밀실공천으로 배제한 것 아니냐”며 “주민과 당원의 판단도 받아보지 않고 자기들이 공천하고 싶은 후보에게 공천장을 안겨주는 게 야권연대냐”고 분개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그는 “줄곧 민주당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정통민주당’에 입당해 19대 총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송관종 예비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해 구청장 후보를 양보했는데, 2년 뒤 총선에서 경선조차 없이 후보를 양보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 아니냐”며 “야권연대 때문에 공천을 박탈당한 송 예비후보가 탈당해 출마를 강행하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는 민주당 후보가 통합진보당에 야권 단일후보를 양보했지만 반쪽자리 야권연대로 총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천을 확정받은 김비오 민주당 예비후보가 야권연대를 위해 공천장을 반납했지만, 진보신당과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범야 후보 세 명이 난립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김 예비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와 김영희 진보신당 후보, 이영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하자고 주장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서울 강동갑 지역의 총선 후보자 확정을 위한 당내 경선 현장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3월 8일 강동구 길동 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본인 확인을 한 뒤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야권이 추진한 연대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야권연대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야권연대는 한국 정치사에서 정당 간 선거연대의 새로운 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권자 처지에서는 양당 후보의 경선이라는 이벤트를 제공받는 셈이지만, 민주당 후보는 당내 경선에 이어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경선을 또 한 번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후보 간 경선 지역으로 선정된 76곳 가운데 10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민주당이 ‘인재영입’ 등으로 전략 공천한 의왕·과천(송호창), 이천(김도식), 안산 단원갑(백혜련), 광명을(이언주), 군포(이학영), 양평·가평·여주(조민행) 등에서도 야권연대 때문에 통합진보당 후보와 경선을 치르게 됐다.

전체 선거비 증가도 부담

이들 지역은 ‘인재영입’ 사례로 지역 연고 없이 정치신인을 전략 공천했기 때문에 그동안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를 다져온 같은 당 예비후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략 공천을 받은 후보 처지에서도 통합진보당 후보와 경선을 다시 치러야 해 속내가 편치는 않다. 낙천자의 협력을 얻기 어렵고 ‘낙하산 공천’으로 평가절하하는 지역정서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당내 경선 이후 통합진보당과 또다시 경선을 치러야 하는 후보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들 후보는 당내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 과정에서 치른 내부 진통을 극복하기도 전에 통합진보당과의 경선을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내 심사비(300만 원)와 경선 비용(1000만 원)을 부담하고, 경선 참여 인구가 유권자의 2%에 미달할 경우 다시 실시해야 하는 여론조사 비용으로 1000만 원을 추가 부담하는 등 ‘돈과 시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여기에 공천 확정 전 후보별 전화 여론조사 비용과 당내 경선을 위한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따른 전화 홍보 및 문자 전송 비용,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전체 선거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본선도 치르기 전에 예선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돈 선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밖에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야권연대에 합류하지 않은 진보신당의 움직임도 변수다. 전국 31개 선거구에 독자 후보를 내기로 한 진보신당은 당 지지율은 1%대로 높지 않지만, 일부 유력 후보의 지지율이 최고 5%까지 치솟는 등 선전하고 있다. 여야 후보가 2~5%포인트 차의 접전을 벌이는 지역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힘을 발휘하려면 유권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히 표를 얻으려고 후보자 간 물리적으로 결합해서는 유권자가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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