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3 706호(p50~54)
 
[COVER STORY | 결혼은 비즈니스다 結婚男女 04]
男 “현모양처보다 경제력 있는 아내!” vs “남편에게 슬쩍 묻어 제2인생 살고파” 女
미혼남녀 4인, 결혼과 배우자감에 대한 ‘리얼 토크’
정리·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9월21일 저녁에 시작된 결혼 방담은 두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끝을 맺었다. 이들은 살사댄스 동호회 ‘살사인’ 회원들이다.

남자도 여자도 약아졌다. 남자는 맞벌이하면서 자식도 잘 챙기는 ‘슈퍼우먼’ 아내를 원하는 반면, 여자는 결혼생활을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휴지기’로 만들고 싶어한다. 남자는 아내가 ‘처녀’이길 바라는 대신 미리 속궁합을 맞춰 결혼 후 있을지도 모를 ‘분란’을 막고자 하고, 여자는 살짝 흠집 난 ‘중고 벤츠’(일명 ‘돌싱’)를 만나는 게 비리비리한 ‘신차’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남녀의 같고도 다른 꿈. 부동산업체 대표 채훈(남·37) 씨, 여행사 과장 김태연(여·34) 씨,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기남(남·31) 씨, 보험회사 직원 유진(여·28) 씨 등 20대 후반~30대 후반 미혼남녀 4명이 ‘속살’까지 까발리는 생생 방담을 펼쳤다.

채훈(이하 채) 다들 현모양처가 좋다고 말하지만, 저는 생활력 강하고 자기 생활이 확실한 여자가 좋아요.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그런지 제 생활을 간섭하고 억압하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은데, 자기 주관이 뚜렷한 여자는 그런 성향이 덜할 것 같아요. 제가 아프거나 문제가 생겨 잠시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저만 바라보지 않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김태연(이하 김) 저는 남자가 대놓고 생활력이나 경제력 강한 여자를 원한다고 말하는 걸 증오해요.(웃음) 요즘은 오히려 결혼 후 아내에게 더 의지하는 남편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렇게 맞벌이를 원하면서도 가사분담이나 육아는 여자에게 맡기려고 하죠.

이기남(이하 이) 여자친구가 결혼 후 가사와 육아에만 전담하겠다고 하면 솔직히 아쉬울 것 같아요. 그만큼 수입이 줄어 생활이 각박해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아내가 싫다는데 굳이 일하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그 대신 제가 벌어오는 돈에 대해 이런저런 잔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옆집 남자의 월급과 비교한다거나 하는 건 질색이죠.

유진(이하 유) 일을 평생 하고 싶고, 연애도 좋지만 결혼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남편이 잘해줘도 엄마만큼 해줄 것 같지는 않거든요. 20대 후반이라 다른 부모라면 슬슬 결혼 얘기를 할 법도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안 그러세요. 아빠는 대놓고 “우리 딸을 벌써 보내고 싶지 않다. 몇 년은 더 있다 시집가라’고 하시는 걸요. 또 신혼집이 지금 사는 집만큼 쾌적한 환경도 아닐 것 같고요.(웃음)

여자들은 이상한 게 자기는 결혼생활에서 돈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남자가 막상 돈 얘기를 꺼내면 싫어해요. 물론 남자도 여자의 ‘경제력’을 봐요. 하지만 남자들은 결혼할 시점에 여자에게 돈이 많으냐 하는 ‘경제력’보다, 결혼 후 얼마나 낭비 없이 살림하고 재테크를 잘하느냐 하는 ‘경제적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보죠.

“미래의 경제력” vs “지금의 경제력”

지금은 헤어졌지만 3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제 자산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마음이 상했죠. 저는 장녀인 데다 평소 알뜰한 편이고 15년간 직장생활을 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한 경제적 기대치가 있었던 거예요. 한번은 부동산사무소에서 상담을 하는데, 공인중개사 아주머니에게 대놓고 “우리 태연이가 모아놓은 돈이 많은데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실제로는 많지도 않았는데….(웃음) 물론 저는 집을 사거나 혼수를 마련하는 데 있어 남자가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함께 비용을 지불할 마음도 있고요. 하지만 남자가 대놓고 그 부분을 바라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물론 솔직히 말하면, 남자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제가 그 부분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더 좋겠죠. 또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결혼생활을 남편에게 ‘묻어가며’ 인생 이모작을 도모하는 휴지기로 삼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사람들은 흔히 돈 많은 집안에 시집가는 것보다 남편 될 사람의 능력을 보라고 권하잖아요. 하지만 든든한 집안이 뒤에서 받쳐준다면 살아가는 게 훨씬 수월할 거예요. 부잣집에 시집간 친구를 보니 확실히 여유가 있더라고요.

저희 부모님은 늘 “‘못난 아가씨’를 데려와라. 그래야 네가 살기 편하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아직까지 여자를 선택할 때 경제력을 먼저 고려해본 적은 없어요. 성격이나 외모가 더 중요하죠. 외모가 중요하다고 해서 꼭 예뻐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제가 끌리는 외모면 돼요.

20대엔 외모를 많이 봤고, 솔직히 지금도 안 본다고 말하긴 힘들어요. 하지만 예전엔 ‘3초’ 만에 모든 걸 판단했다면, 지금은 외모가 제 스타일이 아니어도 조금씩 친해지면서 여자로 느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같아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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