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0

2008.04.08

FTA 국내대책위 烹?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위상 추락 … 용두사미 행정의 전형 뒷맛 씁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04-02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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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야심차게 출발한 조직이 있다.

    기획재정부 소속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가 그 주인공. 이 조직은 2006년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한미FTA체결지원회가 그 뿌리다.

    “한미 FTA 비준까지 국민이 뜻을 모아가야 하는데 정부만으로는 아무래도 힘이 버거울 것 같다. 여러 분야의 지도적 위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노력해준다면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해 6월15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FTA 협상을 지원하는 FTA 국내대책위원회의 민간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FTA 국내대책위원회는 한미FTA체결지원회가 이름을 바꾼 조직(2007년 5월 개명)으로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됐는데,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10년간 일자리 창출 34만 개, 향후 10년간 연평균 수출 증가 23억 달러, 2018년 소비자 혜택 20조원”이라는 주장을 담은 광고를 제작하는 등 FTA 국내대책위원회는 활발하게 활동했다.

    FTA 둘러싼 갈등 무마하려는 노력 눈에 띄지 않아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조직의 위상이 추락했다. FTA 국내대책위원회가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이관된 것이다. 옥상옥(屋上屋)으로 지목되던 각종 위원회들이 소관 부처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FTA 국내대책위원회도 정리됐다.

    노무현 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양산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 역작용으로 FTA 국내대책위원회도 FTA 국내대책본부로 격하돼 기획재정부로 흡수된 것이다.

    “대통령 직속일 때는 박사들이 연구원으로 와서 전문성을 가지고 갈등 조정 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로 이관되면서 전문가들은 떠나고 ‘초짜’ 위주로 조직이 송두리째 개편됐다. 일부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에 부역했다는 싸늘한 눈초리도 받았다. FTA 국내대책위원회 출신은 인사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다. 기존 멤버들은 거의 떠났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떠나면서 업무의 연속성도 파괴됐다.”(정부 관계자 A씨)

    이명박 대통령은 FTA의 중요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그러나 FTA를 둘러싼 갈등을 무마하려는 노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준 국면에서 갈등이 노출될 텐데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게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의 토로다. FTA 국내대책위원회에서 일하던 일부 인사들은 “정부가 밀어붙이기만 한다는 욕을 먹을 것이다” “우리는 부역만 하다 팽(烹)당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물론 FTA 국내대책위원회가 ‘옥상옥’의 정부기구로서 인풋 대비 아웃풋이 빈약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또 FTA 국내대책위원회에서 일하던 인사들의 불만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거나 FTA 국내대책위원회의 FTA 국내대책본부로의 ‘급변신’을 둘러싼 논란은 호들갑스럽게 등장했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용두사미(龍頭蛇尾) 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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