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13 539 호 (p 72 ~ 73)
[이 사람|12년간 사하공화국 전도사 역할 한국외대 강덕수 교수]

“한국-사하共 이젠 일촌지간이죠”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5월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하 친선협회’ 출범식에서 유난히 자주 거론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거론될 때마다 박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러시아 대사를 하면서 한 번도 사하에 가보질 못했다. 그래서 기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낀다. 민간인 한 사람의 힘으로 이렇게 된 데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정치의 현실을 절감한다.”(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이 행사도 없었다.”(안드레이 보리소프 사하 문화부 장관)

“그는 정부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김진표 교육부총리)

올해로 12년째 사하(야쿠티아)공화국(이하 사하)과 한국의 민간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한국외대 노어과 강덕수 교수(노어노문학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 강 교수는 이날 친선협회 초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강 교수는 친선협회 출범 배경에 대해 “향후 한국과 사하공화국 간의 경제협력에 대비해 문화적으로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하 한국학교에 교사 보내는 등 물심양면 지원

강 교수가 사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다. 1994년 5월 어느 날 오후 5시쯤, 막 퇴근하려던 강 교수의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강 교수는 노어과 학과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사하의 수도 야쿠츠크에서 왔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며 사무실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강 교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화에 당혹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사무실로 찾아온 그들로부터 전해들은 전후 사정은 강 교수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했다.

“우리나라 모 대학 교수가 시베리아 민족연구를 하러 야쿠츠크 시에 갔다가 그쪽 관계자로부터 한국학교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한 모양이에요. 그 교수는 대가로 엄청나게 많은 민속자료를 받아왔고요. 대학에 박물관을 만들었을 정도였죠. 그런데 야쿠츠크 시 관계자들이 그 교수를 만나러 한국에 왔는데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때 ‘또 사고가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뭘 도와주면 되겠냐고 물어보니 야쿠츠크 시의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 3명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사하공화국 국기를 들고 있는 강덕수 교수.
강 교수는 러시아에서 한국의 기업인이나 재산가들이 고려인이나 조선족 또는 교포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강 교수는 또다시 야쿠츠크 시 관계자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3명의 교사를 보냈다. 통역대학원생 1명과 한국외대 재학생 2명을 보냈는데, 정식 한국어 교사자격증은 없었지만 한국어 강의는 가능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당시 사하 정부와 야쿠츠크 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국민을 잡기 위해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 일환으로 외국어 영재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각국을 돌아다녔다. 그때 프랑스, 독일, 벨기에, 터키 학교와 함께 한국학교가 설립됐다.

사하 정부와 야쿠츠크 시는 이들 학교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하 정부는 한국학교에 학생 250명과 교사 20명을 배치했다. 교사 1명당 학생 12.5명인 셈. 또 매년 학생 15명을 선발해 한국으로 연수를 보냈다. 한국에서 이 연수프로그램을 담당한 사람은 강 교수였다. 한국에서 1년 단위로 파견된 교사들은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 태권도, 음식, 음악 등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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