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오! 청계천]

서울 문화 大河로 흘러라!
청계천 역사와 삶 ‘가치 복원’에 커다란 의미 …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간 활용을

7월1일 철거가 시작되는 청계고가 밑에서 따사로운 햇살,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을 꿈꾼다.

‘복개시대’ 청계천의 꽃은 기술 하나로 살아온 ‘명장’들이다. 관수동 뒷골목 2층에 위치한 ‘정일사’ 공방에는 55년째 훈장을 만들어온 장대근 할아버지가 버티고 있다. 여든셋의 나이에도 작업대를 지키고 있는 장 할아버지는 1949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대한민국 훈장을 제작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훈장 제작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는데 자신의 손으로 제작한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고 한다.

종로구 연지동 시계골목에서 만난, 밀리터리 시계 제작과 수리에서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정윤호씨, 1961년부터 을지로 기계공구 상가에서 천일목공소를 운영해온 공구상가의 명물 최학수씨, 세운상가(종로전자타운)에서 30년 동안 방송영상장비 수리를 해온 정오전자 오원근씨, 플루트 수리 명장으로 낙원동 악기상가의 산 증인인 신광악기의 지병옥씨, 낙원 떡집거리의 효시가 된 원조낙원떡집 이광순씨, 변변한 가게도 없이 식당 입구 한 귀퉁이에 좌판을 깐 면도기 수리 명장 조영한씨, 황학동 고물장사이자 골동품 감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김승경씨, 전태일 열사의 동료였던 청계천 재단사 배강일씨 등 청계천의 명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명장은 아니지만 해병대 1기로 30년째 공구상가에서 리어카 아저씨로 통하는 김형모씨, 재래시장의 지게꾼 표장석씨, 4단 밥상 배달 아줌마로 불리는 박호순씨도 사람 냄새 나는 청계천을 만드는 이들이다. 여기에 구슬픈 색소폰 연주로 유명한 광장시장 거리의 악사 백연화 할아버지(본명 이호영)와 황학동 벼룩시장 지킴이 홍이종(본명 홍원표) 시인 등 청계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청계천에 들어온 지 15년째인 홍시인은 “고가가 사라져도 꼭 남아야 할 청계천 문화가 있다면 바로 노점”이라며 “외국의 벼룩시장처럼 합법적으로 관리해서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씨는 숭인동 동묘(관우장군 사당) 부근에서 처음으로 골동품 노점상을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주말마다 골동품 노점상들이 동묘를 끼고 진을 친다.

또 청계천에는 손을 내밀면 쉽게 잡힐 것 같은 성공신화가 널려 있다. 1960년대 초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제일사라는 의류가게를 하며 작업복을 납품하다 72년 국내 최초로 OEM 청바지를 제작한 뱅뱅의 권종렬씨, 자본금 1000만원의 청계천의 조그만 컴퓨터 가게에서 시작한 삼보컴퓨터의 이용태씨, ‘백판’을 구하러 다니는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던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걸어다니는 음악사전으로 불렸던 굿인터내셔널(음반사) 대표 이근화씨, 30년 전 청계천에서 등산화 공장을 하다 국내 등산화 시장 점유율 40%를 자랑하는 K2코리아를 세운 정동남씨 등이 주인공이다. 이처럼 청계천의 삶의 체취, 정서, 가치가 담긴 이야기들은 곧 청계천의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청계천의 복원 컨셉트를 크게 복원, 재생, 활성화 세 가지로 나누었다. 복원은 사라졌거나 잊혀진 과거 유산을 되찾는 사업이다. 하천, 교량, 도심 원형, 민속행사, 역사유적 등의 복원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역사유적의 복원 부분은 사학계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구간 및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한 결과 몇 개의 유물들이 발견됐다. 동대문 부근 청계천 바닥에서 나온 여러 개의 석재는 돌의 크기와 형태로 보아 오간수문(五間水門·동대문 남쪽의 성벽 밑으로 청계천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 만든 5개의 아치형 수문이 있는 다리)의 일부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밖에도 조선시대 후기 도자기 일부와 기왓장이 여러 점 발견됐다.

비싼 대가 치른 만큼 ‘청계문화벨트 조성’ 큰 기대

6월27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는 지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계천의 발굴 범위와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면 발굴은 어렵더라도 상태가 양호한 곳을 구역별로 나누어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한다. 또 이관장은 “대대적인 개천 발굴은 학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판자촌 시절 청계천에 버려진 생활유물들이 상당수 발굴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강찬석 위원장(건축가)은 “청계천 발굴을 통해 나온 유물들만 가지고도 서울역사박물관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발굴사업을 주장했다.

청계천의 ‘재생’은 현존하는 청계천의 역사와 문화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밀어버리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골목의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도심의 문화를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즉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남북축과 동대문상권을 중심으로 한 동서축에 걸쳐 있는 54개의 시장 및 상가들을 연결해 청계천 문화의 핵심인 시장 및 상가 문화관광상품을 개발한다. 또 49개의 음식거리를 연결해 자원을 활용한 먹을거리 투어, 음식축제 등 다양한 방법이 제안됐다. 청계천에 사람 네트워크, 음식 네트워크, 시장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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