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2

2015.08.24

위메프 이번엔 당첨자 조작 의혹

페이스북 이벤트 경품 당첨자가 전·현직 관계자…지난해 말 ‘채용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도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8-24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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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메프 이번엔 당첨자 조작 의혹
    ‘갑을관계’가 화두인 우리 사회에서 미운털이 박히긴 쉬워도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업체가 소셜커머스 위메프다. ‘채용 갑질 논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은 위메프가 얼마 전 또다시 누리꾼의 구설에 올랐다. 위메프가 론칭한 컴퓨터 종합 쇼핑몰 어텐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사이트 오픈 기념 경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당첨 결과를 두고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위메프 어텐션 페이스북 관리자는 7월 16일부터 8월 2일까지 페이스북 ‘좋아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에는 총 12명이 참여해 3명이 당첨됐다. 1등 경품은 삼성전자 갤럭시탭4 태블릿PC였고, 2등 경품은 개인용 컴퓨터(PC) 게임 ‘그랜드 세프트 오토(Grand Theft Auto)’ 타이틀이었다. 당첨자들 면면을 보면 1등 당첨자 김모 씨는 전직 위메프 직원이고, 2등 당첨자 이모 씨와 천모 씨는 각각 위메프 근무 직원과 위메프 근무 직원의 친구다. 이 같은 내용은 여러 SNS를 통해 발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벤트 당첨자 조작 논란 말도 안 돼”

    논란이 커지자 8월 13일 오후 위메프는 어텐션 페이스북에 박은상 어텐션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박 대표이사는 ‘SNS에서의 문제 제기를 확인하고 자체 조사한 결과 이벤트 참여자 12명 중 9명이 당사 전·현직 직원 및 직원의 지인으로 확인됐다. 결과에 대해 ‘주최 측에서 농간을 부렸다’고 판단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실한 기획과 당첨 행사 진행 시 임직원을 사전 배제해야 하는 사내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점, 당첨자 발표 이후에도 SNS에서 당첨자에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기 전까지 절차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점 등으로 실망을 안겨드렸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기존 당첨 결과를 백지화하고 이벤트 참여 인원 중 당사와 연계될 수 있는 분들을 완벽히 배제해 재추첨 후 결과를 투명하게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어텐션 이벤트 담당자는 내부 징계절차에 따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고, 이벤트 담당자는 다른 직원으로 교체됐다.

    8월 현재 어텐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는 242명. 좋아요가 적은 기업 페이스북 특성상 이벤트를 해도 참여가 저조하거나 관계자의 지인 위주로 홍보를 해나가다 보면 지원자가 지인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론 당첨자에 위메프 직원이 포함된 것은 문제지만,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사건이 커진 이유는 ‘위메프라서’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위메프 이번엔 당첨자 조작 의혹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내용을 검색하면 ‘위메프가 또 한 건 했다’는 비난 일색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와 뽐뿌에 올라온 관련 글에는 100여 개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이벤트 참여자가 적다 보니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수긍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저번에 사건 터진 이후로 사용 안 한다’ ‘지난번 사태 때 앱(애플리케이션) 지웠다’ ‘불매운동하길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이벤트의 1등 경품인 갤럭시탭4의 시중 가격은 20만 원 초반이고, 2등 경품인 게임 타이틀은 5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1, 2등 경품이 비싼 제품도 아닌데 그런 이득을 취하겠다고 기업 차원에서 당첨자를 조작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조심해온 상황에서 그럴 이유가 없다. 나눠 먹기 의도가 1%라도 있었다면 혼나야 할 일이지만, 어텐션 이벤트 담당자가 서비스를 알리려고 하던 와중에 위메프 전 사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당첨자를 뽑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2013년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고 2014년에는 중소기업의 온라인 판로 개척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을 받았던 한국 토종 소셜커머스 위메프.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위메프가 휘청거린 건 지난해 12월 벌어진 ‘채용 갑질’ 논란 때문이다. 위메프는 2014년 12월 신입 지역영업기획자(MD)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2주 동안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원자 11명은 이 과정에서 지역 매장을 돌며 위메프 딜(deal) 계약을 진행했다. 이후 위메프 측은 채용 기준 미흡을 이유로 전원 불합격 처리했다.

    1000억 투자 유치, 위기 딛고 반등 가능할까

    위메프 이번엔 당첨자 조작 의혹
    ‘채용 갑질’ 논란이 커지자 위메프는 불합격한 11명 지원자를 전원 합격 처리하는 한편,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아 실무 테스트 기간 발생한 연장·야간근로 수당을 지급하고, 기간제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시 테스트를 위한 계약서에 휴일, 취업 장소, 종사 업무를 적시하지 않은 데 대한 과태료를 납부했다. 현재 이직한 1명을 제외한 10명이 위메프에 재직 중이다.

    온라인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의 알뜰 구매 게시판에는 종종 위메프의 저렴한 ‘딜’이 올라온다. 그때마다 ‘가격이 좋아서 산다’는 측과 ‘불매해야 한다’는 측 사이에 설전이 벌어진다. 온라인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탈퇴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던 위메프의 회원 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2014년 12월 기준 약 1500만 명이던 위메프의 8월 현재 회원 수는 1800만 명가량으로, 지난해보다 늘었다. 갑질 논란 이후 탈퇴한 회원은 3만여 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라 할 정도의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 소셜커머스들이 이벤트나 쿠폰 행사를 할 때 그 정도의 가입자 수 변동은 늘상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만 활발한 ‘위메프 불매운동’은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여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우려해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는 대신 휴대전화로 쇼핑을 한 덕에 매출 측면에서 재미를 본 소셜커머스 3사는 시장 선점을 두고 자본 싸움에도 뛰어들었다. 4월 티몬이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퀴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 유치한 데 이어, 6월에는 업계 1위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 원대 투자금을 유치했다. 위메프는 8월 17일 넥슨 지주사이자 창업자 김정주 대표가 이끄는 NXC로부터 1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위메프 측은 일련의 논란에도 투자금 1000억 원을 유치한 점을 들어 기업의 탄탄함을 주장하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위메프가 ‘우리는 그런 기업이 아니다’라고 한다고 소비자의 마음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되 최선을 다한 실천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서울 용산상가 사장님들과 위메프 회원들을 잇는 어텐션도 상생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밖에도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논의 중이며, 양질의 서비스로 시장의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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