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8

2015.07.27

절차보다 진상이 통한다?

3개월 만의 온라인 쇼핑몰 환불 성공기…숨 막히게 하는 피해구제 정책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7-27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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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차보다 진상이 통한다?
    기자는 3월 말 개인이 운영하는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플라스틱 휴대전화 케이스를 구매했다. 주문받으면 제작에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반짝 할인 이벤트 덕에 거의 반값에 살 수 있어 사람이 많이 몰렸다. 평소에도 기다리다 보면 택배가 오겠거니 하고 마음을 놓는 편이라 느긋하게 기다렸다. 중간에 주문을 변경해 3주가 다 돼서야 제품을 받았지만 디자인이 예뻐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함께 주문한 다른 제품에서 하자를 발견하면서 생겼다.

    해당 쇼핑몰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같은 문제로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한 소비자들의 글이 있었다. 판매자는 하자가 있는 제품 부분을 사진으로 촬영해 e메일로 보내면 확인 후 처리해주겠다고 했다. 성형이 잘못돼 휴대전화에 끼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면 교환받을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 e메일로 보냈다. 판매자는 4월 29일 ‘오래 기다려주셨는데 제품이 맞지 않아 정말 죄송하다. 불량 부분 확인했다. 이번 주까지 재발송해드리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러나 그 이후 판매자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사지 마세요’ 글 올리자 바로 환불

    절차보다 진상이 통한다?
    상담 전화는 받는 경우가 없어 대부분 홈페이지 Q·A 코너를 통해 판매자와 소통했는데, 5월부터는 그마저도 판매자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5월 7일과 13일 홈페이지에 ‘교환 제품이 언제 오는지’ 문의글을 올렸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22일엔 판매자에게 그간의 문의 내용과 함께 ‘환불해달라’는 e메일을 보냈으나 역시 답이 없었다.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1만 원도 안 되는 돈 잃어버린 셈 칠 수도 있었지만, 피해자가 50명만 돼도 판매자가 50만 원 가까운 부당이득을 취하는 셈이라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었다. 해당 쇼핑몰에서는 문의글을 삭제하기까지 했다. 그전에 캡처해둬 다행이었다. 온라인 사기 피해 신고 절차를 알아봤다. 먼저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회(분쟁위)에 사건을 접수했다. 며칠 후 연락해온 분쟁위 관계자는 “판매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전화나 e메일에 답이 없고,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폐문 부재중’을 이유로 되돌아왔다”며 “환불받고 싶으면 한국소비자원에 상담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해당 쇼핑몰은 6월 8일자로 다시 판매를 시작한다는 공지내용을 올렸다. 곧장 문의글을 올렸으나 답은 없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는 피해구제 신청을 하기에 앞서 상담글을 먼저 올려야 했다. 그간의 내용을 정리해 올리자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답변이 왔다. ‘피해 구제 처리를 위해서는 신청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필요한 입증 자료는 △피해구제 신청서 △계약 관련 근거자료(계약서, 영수증 등) △사업자 측에 이의를 제기한 서면, 전자문서 혹은 게시판 자료 사본(해당 화면 캡처 혹은 프린트) 등이었다. 다시 그 서류들을 챙길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복잡한 피해구제 신청 절차

    최후 보루로 7월 8일 해당 쇼핑몰 공개 게시판에 그간의 상황을 정리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또 글을 지울까 봐 ‘나 같은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올린다. 이 글은 해결하기 전까지 지우지 말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댓글은 달리지 않았지만 조회수는 쭉쭉 올라갔다.

    페널티보다 입소문이 무서워서였을까. 판매자는 글이 올라온 그다음 날 곧바로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3개월여 만에 환불받은 금액은 최저시급을 조금 넘긴 5900원. 소비자가 ‘진상’이 돼야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현실이 서글퍼지는 순간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 사고 ‘호갱’ 안 되려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라 소비자는 계약체결일(또는 상품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 미사용 상태에서는 아무런 부담 없이 무조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즉시 서면(내용증명우편 등)으로 청약 철회 의사를 통지하고, 지체 없이 소비자상담실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은 거래 상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 발생 시 보상받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거래 시 반드시 판매업자의 신원정보(상호, 연락처,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업신고번호 등)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자 신원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은 △더치트(www.thecheat.co.kr)에서 피해 사례 및 업체 검색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사업자등록번호 조회(www.nts.go.kr)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사업자정보조회 서비스(www.ftc.go.kr) 이용 △각 시·군·구청 지역경제과에 문의해 통신판매업신고 여부 확인 등이다.

    더치트 관계자는 “결제대금예치제도 같은 구매안전서비스에 사업자가 가입돼 있는지 확인하고, 현금 구매 시 특히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급적 신용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터넷 쇼핑은 직접 물품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세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수령하면 주문 상품과 동일한지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약관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동의한 경우 피해구제가 어려우므로 꼼꼼히 확인하고 주문 체결 결과와 구매 제품의 광고 및 상품정보는 꼭 출력하거나, 저장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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