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5

2015.07.06

어른들이 학습지 ‘열공’하는 까닭은?

바쁜 직장생활에서도 자기계발 욕구…저렴한 비용과 유연한 시간 활용이 장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7-03 15: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어린이의 전유물이던 학습지가 성인의 새로운 공부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을 하려는 직장인이 늘면서부터다.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외국어, 그중에서도 영어와 중국어다.

    직장인 민모(36) 씨는 1년 전부터 구몬중국어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회사에 30분 일찍 출근해 학습지를 풀거나 점심시간 혹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복습한다. 학습지 구독에 만족한다는 민씨는 “외국어를 배우려고 200만 원 가까운 비용을 내고 유명 학원에 등록했었는데, 한 달도 채 못 다니고 그만뒀다. 잦은 야근과 회식, 약속 등이 겹쳐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외국어를 배우고자 학원에 다니는 건 비용이 많이 들고 별효과도 보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민씨는 올여름 중국으로 휴가를 떠나 그간 쌓은 실력을 점검해볼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중국한어수평고시(HSK)에 응시할 예정이다.

    출퇴근시간에 스마트폰 대신 학습지

    직장인 노춘민(39) 씨는 중국어를 공부하고자 학원에 등록했지만 야근과 회식, 집안 행사 등으로 수업을 듣는 날보다 빠지는 날이 더 많았다. 노씨는 “돈도 아까웠고 학습에 대한 의욕이 더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노씨는 요즘도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일정에 맞춰 선생님이 원하는 장소를 방문하는 대교 차이홍 중국어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노씨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학습할 수 있어 좋고, 일대일로 수업하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나 궁금한 내용을 선생님에게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습지가 대부분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대교, 교원그룹,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등 학습지 빅4 업체의 회원 비율을 살펴봐도 초등학생 회원 비율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성인 회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빨간펜’ ‘구몬학습’ 같은 학습 브랜드를 갖고 있는 교원그룹에 따르면 구몬학습 회원은 대부분 초등학생이지만, 구몬학습의 성인 회원은 올해 2013년 동기 대비 35.2% 증가했고, 지난해 동기 대비 24.1% 증가했다. 학습지 브랜드 전체 회원 가운데 성인 회원의 비율은 3~5%. 상대적인 비율은 낮지만, 올해 성인 회원의 전체 비율은 2년 전보다 52.9%, 1년 전보다 23.1% 증가했다.



    교원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구몬학습은 학년과 나이가 아닌, 개인의 학습능력에 맞춰 공부할 수 있는 개인·능력별 학습지다. 각 과목의 교재 단계, 단원 문제 사이의 난이도를 세분화한 스몰 스텝(Small Step)식 구성으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자신의 수준에 맞춰 단계를 정하고 공부할 수 있다. 구몬수학의 경우 숫자 익히기부터 미적분까지 배울 수 있으며 구몬중국어는 기초부터 고급 단계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몬학습 성인 회원은 주로 외국어 과목을 공부한다. 구몬학습 외국어 과목의 성인 회원 비율은 약 10%로 다른 과목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인데, 영어를 가장 많이 하고 그다음이 일본어, 중국어 순이다. 특히 구몬일본어 성인 회원 비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40.5%, 구몬중국어는 79.2%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제2외국어로 주로 선택되던 언어는 일본어나 프랑스어, 독일어였지만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학생을 비롯해 일반인도 중국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도 채용 과정에서 중국어가 가능한 인재를 우대하고 중·고교에서도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고르는 비율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어능력 검정시험인 HSK는 1993년 국내 응시자 수가 400여 명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11만7000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청소년중국어능력시험(YCT) 응시자도 2009년 1만 명에서 지난해 1만7500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다. 대교에 따르면 국내 중국어 교육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0%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시장 규모는 5000억~6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어 학습지 직장인에 인기

    어른들이 학습지 ‘열공’하는 까닭은?
    ‘눈높이’ ‘차이홍’ 같은 학습 브랜드를 가진 대교는 중국어 전문 브랜드 차이홍의 콘텐츠를 강화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현재 국내 중국어 학습지 시장에서 약 77% 점유율을 보이는 차이홍의 성인 회원 비중은 지난해 5월 말 22.3%에서 올해 5월 말 26.2%로 소폭 증가했다.

    대교 홍보팀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기업들이 중국어가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고 있고, 실제 업무에서 중국어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기계발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는 직장인이 계속 늘고 있다”며 “유아를 대상으로 한 차이홍 스토리북부터 초·중·고교생을 위한 주니어, 시니어 과정 외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회화 전문 교재 ‘비즈’와 신HSK 3~5급 교재를 개발해 시험에도 대비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 학습지를 구독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학원이나 과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그리고 유연한 시간 활용이다. 대교 홍보팀 관계자는 “학습지는 학원과 달리 회원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선생님이 방문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바쁜 직장인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교원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실력에 맞춰 학습량과 난도를 정하고, 매일 10~30분씩 꾸준히 공부하도록 이끌기에 직장 생활에 바쁜 성인도 학습지를 활용하면 출퇴근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3만~4만 원 수준)과 방문교사의 진도 관리도 학습지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태교 위해 수학 공부하는 임신부들

    직장인들이 서류가방에 학습지를 넣고 다닐 때 임신부들은 태교를 위해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요즘 임신부 사이에서는 임신 기간 수학 교과서나 ‘수학의 정석’ ‘개념원리 수학’ ‘수학의 바이블’ 같은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게 태교 트렌드다. 그러나 수학 태교가 효과가 있는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임신 5개월 차인 전업주부 정모(33) 씨는 고교 1학년용 ‘수학의 정석I’을 매일 풀고 있다. 현재 연립방정식 부분까지 풀었다는 정씨는 “예비 엄마가 되고 주부 커뮤니티를 구경하다 보니 태교로 수학을 공부하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다. 학창 시절 생각도 나고 문제를 풀면서 정신이 차분해져 아이의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너무 어려운 문제는 고민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아이에게 안 좋을 것 같아 넘긴다. 막달까지 한 권을 다 푸는 게 목표인데 뒤로 갈수록 어려워져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주부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는 임신부들이 태교를 목적으로 수학 교과서를 구매해 풀거나 좋은 문제집을 추천받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태교는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예비 엄마들은 수학문제 풀이가 아이의 논리력,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사교육 아닌 사교육을 하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