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8

2015.05.18

음악으로 만나는 청년 말러의 민낯

토마스 헹엘브로크&북독일 방송교향악단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5-05-18 10:5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음악으로 만나는 청년 말러의 민낯
    올 한 해 국내 무대를 찾아오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면면을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현상 하나가 있다. 바로 ‘방송교향악단’의 내한 러시다. 3월 독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시작으로, 5월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10월 서독일 방송교향악단과 영국 BBC 필하모닉, 11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이 대기하고 있다. 연초에 이 가운데 어떤 악단이 가장 기대되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선택은 5월 26일 첫 내한공연을 갖는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이었다.

    독일을 대표하는 항구도시 함부르크에 근거지를 둔 이 악단은 편의상 ‘NDR(‘북독일방송’의 독일어 약자) 심포니’라 부르기도 한다. NDR 심포니는 방송교향악단이 많기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악단이다. 창단연도는 1945년인데 당시에는 ‘북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이었으나, 60년대 중반 ‘북서독일방송협회’가 함부르크에 본부를 둔 ‘북독일방송협회’와 쾰른에 본부를 둔 ‘서독일방송협회’로 분리되면서 지금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NDR 심포니는 명지휘자들의 이름과 함께 기억된다. 초대 수석지휘자로 26년간 재임하면서 악단의 기반을 다진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를 필두로 클라우스 텐슈테트, 귄터 반트, 존 엘리엇 가드너,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등이 이 악단을 거쳐간 세계적인 거장의 면면이다. 그중에서도 ‘브루크너 전문가’로 유명했던 귄터 반트(1982~90)는 ‘북독일의 맹주’로서 NDR 심포니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음악으로 만나는 청년 말러의 민낯
    이번에 NDR 심포니와 함께 내한하는 지휘자는 2011년부터 악단을 이끌고 있는 토마스 헹엘브로크다. 헹엘브로크는 ‘역사주의 연주’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음악학자로 독일에서 손꼽히는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발타자르 노이만 앙상블 및 합창단’의 설립자이자,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창단에도 관여한 바 있다. 그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헹엘브로크는 NDR 심포니에 이른바 ‘절충주의 연주방식’을 도입해 악단의 사운드와 이미지를 일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내한공연에서 혹시 ‘반트의 NDR 심포니’를 기대한다면 자칫 허무하거나 당황스러운 결과를 마주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오케스트라 연주계의 첨단 트렌드를 체험해본다는 열린 마음가짐으로 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공연 프로그램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독일의 스타급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협연자로 나선다)과 말러 교향곡 제1번이다. 평범한 프로그램이라 여길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연주할 말러 교향곡 제1번은 일명 ‘함부르크 버전’(1893)이라 부르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최종판(1899)보다 작품의 최초 형태에 가까운 5악장 구성 판본이다. 당시 말러는 이 곡을 ‘교향곡 형식의 교향시’로 규정하면서 장 파울의 소설에서 따온 ‘거인’이라는 표제를 붙였고, 현재의 4개 악장 외에 ‘블루미네(꽃의 장)’라는 제목의 트럼펫 솔로가 나오는 느린 악장을 두 번째 악장 자리에 배치했다. 조금 미숙한 대신 한결 신선한 이 판본을 들으면서 청년 말러의 ‘생얼’을 대하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