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9

2014.12.29

정신장애 아들 키워봤어요?

그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마미’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4-12-29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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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 아들 키워봤어요?
    영화계 한쪽에서 서서히 아버지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시장’이 몰고 오는, 희생하는 아버지에 대한 향수와 감사의 바람 말이다. 이 격렬한 아버지 바람에 조용히 다가오는 어머니의 온기가 있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캐나다 출신의 젊고 유능한 감독 그자비에 돌란의 작품 ‘마미’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마미’는 엄마에 관한 영화다. 그런데 이 엄마는 평범한 엄마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것은 그 엄마의 아들, 스티브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앓는 아들은 일상생활이 힘든 상태다. 분노 조절이 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엄마에게 병적으로 집착한다. 영화는 이처럼, 돌보기 힘든 아들과 평범하지 않은 엄마를 따라간다. 모두가 다 포기하는 순간, 그래도 그를 포기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마미’는 2015년 캐나다에서 실행되는 가상의 법에서 출발한다. S18이라고 부르는 이 법안은 대사회적 행동에 문제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경제, 신체, 심리적 위험에 처할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자녀를 공공병원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 말하자면, 친권이나 부모 권한이 매우 제한적으로 축소될 상황이 실현될 때를 상상으로 구현한 작품인 셈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엄마는 문제가 많은 아들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때로는 아들보다 더 장난스럽게 그를 대하고, 아들의 돌발 행동에도 제법 익숙하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때로는 아들보다 엄마 디안이 좀 더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집 안 곳곳에 숨겨둔 술이나 손가락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담배 같은 걸 보면 말이다.

    가령 영화 앞부분에 묘사된 장면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이 머무르는 곳에서 스티브가 일부러 불을 내 다른 아이를 다치게 했고, 따라서 아들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디안에게 상황을 대략 설명한 담당직원은 아이를 데려간다는 서명란에 서명하라며 개성 없는 필기구를 건넨다. 그런데 디안은 그 필기구를 거절하고 열쇠고리에 걸린 자신의 핑크빛 펜을 꺼내 이모티콘을 그려 넣으며 서명한다. 얼핏 보면 열쇠고리에 너무 많은 물건이 걸려 있어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는 복잡한 사물들 안에서 펜을 찾아내 제 나름 서명한다.



    말하자면 이 장면은 세상이 뭐라 해도 디안 그가 엄마, 여자로서 자신만의 방식을 선택했으며 또 그 방식으로 살아갈 것임을 보여준다. 그는 아들을 비이성적이며 폭력적인 환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달래줘야 하는 애틋한 존재로 여긴다. 편견보다 이해, 오해보다 사랑을 베푸는 여자, 아들에 대해 판단을 최후로 미루는 여자, 판단하기보다 먼저 돌봐주려고 애쓰는 여자, 바로 그런 사람이 엄마인 것이다.

    돌란 감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로렌스 애니웨이’ 같은 전작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각인시킨 작가다. 그의 개성이라 하면 총천연색 이미지들 속에서 충돌하는 미장센의 향연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칸이 주목한 바 있지만, ‘마미’는 201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돌란 감독이 만들어온 영화들에 비해 훨씬 더 이야기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낯설고 새로울 것이 분명하다. ‘마미’는 이야기 자체보다 어떤 정서를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에 더 가깝다. 일대일 비율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개성적으로 배치된 음악도 침전된 서정을 뒤흔든다. 조금 다른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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