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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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폭탄, 사막여우 요지경 밀반입품

내장에 숨기는 등 위장 수법 천태만상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4-12-29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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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티폭탄, 사막여우 요지경 밀반입품

    관세청과 인천공항세관이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2층에 만든 관세국경관리전시관에 압수된 밀수품들.

    매일 수만 명의 내·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커다란 ‘짐 가방’이다.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2014년 7월 30대 남자가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사막여우 22마리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됐다. 사막여우가 국내에서 애완동물로 인기를 누리자 밀수에 나섰던 것. 4월에는 아프리카 국제마약밀수조직에 포섭된 60대 남자 여행객이 필로폰(메스암페타민) 4.5kg(137억 원 상당)을 중국 상하이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그에 앞서 2월에는 40대 여자 중국인을 포함한 5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해삼종묘(5g 이하 크기) 40~505kg을 각각 배낭에 몰래 숨겨 밀반입하려다 발각됐다.

    인천공항세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세관에 유치된 품목 가운데 불법 식·의약품류는 1만6625건, 총포와 도검류는 964건에 달한다. 한편 1월부터 8월까지 유치된 마약류는 253건에 달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각종 유치 물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일명 ‘관세국경관리전시관’(전시관)이 그곳.

    관세청과 인천공항세관이 다소 생경한 제목의 전시관을 마련한 것은 2년 전이다. 세관 측은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휴대품 등을 통한 불법 물품 반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항을 드나드는 여행자뿐 아니라 국민에게 건강이나 사회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관을 개관했다”고 했다.

    WBC 마운드 흙, 세균 등 이유 압수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2층에서 교통센터 2층으로 연결된 복도를 따라가면 센터 입구 양쪽 벽면을 따라 길게 조성된 전시관이 나온다. 유리로 된 진열장 안에는 400여 점의 물품이 안보위해(총기류 등 테러 물품, 모의총포, 도검류 등), 마약류(모형 마약류 및 각종 은닉 수법, 마약의 폐해 등), 불법 식·의약품(위해 판정 및 성분 미상의 식·의약품 등), 가짜 상품, 국제조약(CITES)에 따른 멸종위기 동식물 등 7개 분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잠금장치가 된 전시관 안에는 유명 캐릭터가 그려진 실내 슬리퍼, 프린터잉크, 넥타이, 양말, 안경테, 만년필, 핸드백 등 짝퉁 물건부터 가짜 비아그라 등 성기능강화제와 태반주사 같은 식·의약품, 정력에 좋다는 뱀술, 각종 칼과 권총, 석궁을 비롯해 북한 서적과 지폐 등이 전시돼 있다. 그 가운데 ‘설마 저런 것까지…’ ‘도대체 누가, 왜 들여왔을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물품도 적잖다. 말린 전갈과 불개미, 팬티폭탄, 액체폭탄, 비디오테이프폭발물, 라이터형·열쇠고리형·볼펜형 권총, 인육캡슐 등이 그것이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전시관을 만들 때 우리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 한국공항공사,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검역소, 국립생물자원관 등 관세 국경 관리와 관계된 다양한 기관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그쪽에서 보내온 물품도 많다. 각종 폭탄이나 폭발물, 라이터형 권총 같은 물품은 다른 기관이 내놓은 것이라 구체적인 반입 경로나 시기 등을 우리도 알 수 없다. 라이터형·열쇠고리형·볼펜형 권총은 주로 인명살상용으로 쓰이는데 간첩 등이 소지했던 걸로 안다”고 했다. 진열된 물품 옆에 놓인 표지판에 따르면 유리병 2개에 든 액체폭탄에는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팬티폭탄에는 ‘2009년 성탄절 속옷 테러 시도’, 권총(M92 베레타)에는 ‘소음기 장착, 요인 암살용’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2014년 8월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인육캡슐을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117건에 달했다. 그에 앞서 4월에는 50대 조선족 남자가 인육캡슐 150정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몰래 들여오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전시관 물품 중 하나인 인육캡슐은 2~3년 전부터 국내에 밀반입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면서 충격을 던졌다. 물품 설명에 따르면 ‘사산된 영아를 건조 후 분말로 만들어 캡슐에 넣어 여행자 휴대품 및 국제우편물 등을 통하여 국내 불법 유통. 국내 한약재시장에서 100캡슐당 70만~80만 원에 보양제로 거래. 흑색이 섞여 있는 고르지 않은 분말입자로 독특한 동물성 비린내’라고 적혀 있다.

    김창한 인천공항세관 반장은 “2006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우승하자 투수 서재응이 마운드의 흙을 기념으로 병에 담아 입국하다 우리 세관에 걸려 압수당했다”고 했다. 흙에는 다양한 세균과 중금속이 섞여 있기 때문에 함부로 반입할 수 없다. 이처럼 공항을 통해 각종 반입 금지 물품을 들여오는 사람은 연령층이나 직업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통계가 따로 없다. 신영진 인천공항세관 반장은 “관절염 약이나 우황청심환 같은 의약품은 주로 건강에 관심이 많은 60대 이상 어르신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팬티폭탄, 사막여우 요지경 밀반입품

    인천공항세관 직원이 압수된 해삼종묘를 살펴보고 있다(위). 압류된 밀수품의 대다수는 마약류다.

    “여행 중에 산 감기약 등 현지에서 먹다가 남은 약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는데 위해 성분이 섞여 있으면 국내 반입이 금지된다. 중국 약국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의약품이 공항에서 문제될 거라고 미처 생각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의약품은 의사처방전이 있어야 반입할 수 있다. 우황청심환은 국제 멸종위기 동물 성분이 포함된 것들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어르신에 비해 젊은 층은 유명 상표 물품을 많이 들여오는데 그중에는 짝퉁도 있다.”

    ‘투어패스’ 치면 반입 금지 품목 좍

    전시관 물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으로 대마강정, 대마쿠키, 대마버터가 있다. 대마초는 냄새가 심해 최근에는 쿠키나 강정, 오일 등 음식물로 위장해 들여오다 걸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선 합성마약류 밀수도 늘었다. 액상으로 된 ‘러시(Rush)’는 ‘정글주스’라고도 부르는데 액체 향수로 위장해 들여온다. 뚜껑을 열면 냄새가 퍼져 주로 코로 흡입하는 마약류로 의식 상실, 심장 발작 등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지만 집단섹스 등에 이용된다는 것. 세관에 적발되는 마약류 중 95%는 필로폰이다.

    김창한 반장은 “최근 터키 등 이슬람 지역을 여행하다 장식용 목적으로 도검류를 들여오다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다가 네팔산 석청을 들여오는 경우도 있는데, 석청에는 독소 성분이 포함돼 있어 국내 반입이 안 된다. 도검류는 통관이 매우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안 가져오는 게 좋다”고 했다.

    불법인 줄 알면서 국내로 밀반입하는 마약류의 경우 숨기는 수법이 매우 다양하다. 내장, 허벅지, 배안 등 수술을 해야 꺼낼 수 있는 신체 부위에 숨겨오는가 하면, 술에 마약을 녹인 뒤 술병을 뜯지 않은 것처럼 꾸미거나 컴퓨터디스켓, 카메라삼각대, 연하장, CD케이스에 숨기는 경우, 우황청심환이나 사탕으로 제조하는 경우 등 충격적이고 교묘한 수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편 기내 기탁수하물은 100% 엑스레이(X-ray)를 통과해야 하지만 여행객이 직접 들고 오는 핸드캐리어는 입국장에서 선별적으로 엑스레이 통과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점을 노려 물품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 때문에 입국장에서는 종종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영진 반장은 모바일 웹에서 ‘투어패스’를 치면 반입 금지 물품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미리 확인하면 나중에 멋모르고 들여오다 세관에 걸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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