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7

2014.12.15

우린 송년회 아닌 ‘이벤트’ 벌인다

부어라, 마셔라는 옛말, 문화 즐기고 봉사활동하고

  •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naver.com

    입력2014-12-15 11: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송년회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음주 중심의 기존 송년회에서 이색 송년회나 문화 송년회 등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그동안 ‘먹고 마시자’ 일변도의 송년회가 많은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송년회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많이 바뀐 젊은 세대 사이에서 그랬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송년회를 통해 진정한 성찰과 조직 결속력을 다지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다변화한 송년회로 인해 오히려 음주 송년회 문화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다양한 능력이 조직구성원에게 요구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려면 다채로운 송년회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처럼 술을 잘 마시고 술자리 분위기를 적당히 띄우는 차원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함께 체험 팀원 결속력 최고

    이색 송년회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관람형으로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 관람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처럼 문화콘텐츠를 즐기면서 송년회를 하는 유형이다. 저녁식사에 문화공연을 곁들인 송년회도 선보이고 있다. 각종 이벤트 참여도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시연형이 있다. 이 유형은 구성원이 직접 공연을 준비하거나 이벤트를 선보이며 송년회를 한다. 체험형 송년회도 있다. 함께하는 체험을 통해 팀원 간 결속력을 다지는 유형이다. 공포체험이나 암흑체험 같은 미션형 체험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소비를 통한 송년보다 주변 이웃을 돌아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형 송년회도 있다. 여기에는 재능기부를 통한 활동도 포함된다.



    다채로운 송년회를 준비 중이라면 유행하는 ‘컬처 코드’에 익숙해져야 한다. 트렌드에 재빨리 반응하는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떤 영화, 연극, 뮤지컬이 좋은 작품인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문화적 감각뿐 아니라 작품 분석 능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문화예술 공연에 대한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구성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나이와 직급의 편차가 다양할수록 작품 선택은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관람형 송년회를 준비하는 사람은 평소 각 구성원의 취향과 작품 관람 경향을 확인해놓아야 한다.

    송년회에서 직접 공연을 하거나 이벤트를 할 경우에는 기획력과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렇게 직접 나서서 준비하는 사람은 특히 이벤트나 공연에 대한 감각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잘만 하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송년회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지만, 자칫 구성원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너무 바쁜 일정에 무리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할 경우 이중의 고통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기부형이나 봉사활동의 경우에는 그 봉사나 재능기부에 열정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단순히 퍼포먼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희생하고 헌신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는 언행이 자연스럽게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소신 있는 행동을 잘하는 이에게 적합한 유형이다.

    체험형 송년회의 경우 색다른 재미에 무게중심을 두기 때문에 그 체험이 흥미를 자극해야 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들과 긴밀한 교류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막상 알려진 것과 다른 체험이 이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평소 이색적인 체험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딱 알맞을 수 있다.

    우린 송년회 아닌 ‘이벤트’ 벌인다

    음주 중심의 송년회 문화가 바뀌면서 직원들이 다 함께 공연을 보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새로운 송년회가 늘어나고 있다.

    구성원들 존재감 확인 시간

    그런데 관람이나 체험의 경우 비싼 입장료나 관람권 때문에 예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 문제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예산에 비해 알찬 송년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생각지 못한 예산 문제나 집행 차질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사전에 모색해야 한다.

    한편, 전체적으로 바뀌는 흐름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현실적으로 이색 송년회를 좋아하기보다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상당수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따로 송년회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수록 이런 부담은 더 가중된다. 여러 관련 설문조사 결과 아직도 음주가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기존에 해왔던 송년회를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또 문화 송년회를 한다 해도 이후 식사나 술자리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술자리에서 개인의 역량은 여전히 중요해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건배사라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이야 ‘위하여’라는 단순 구호를 선창할 것이다. ‘하쿠나 마타타’(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처럼 대중적인 건배사를 통해 좀 더 눈길을 끌 수도 있다. 여기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남다른 건배사로 송년회 분위기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상자기사 참조).

    송년회는 지금 문화 이행기에 있다. 기존 송년회와 새로운 송년회 문화의 중첩기에 속한다. 때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기존 송년회에 색다른 송년회를 접목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색 송년회를 했다가 다시 기존 송년회로 돌아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송년회 풍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서 조직 구성원에게는 더 다채로운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 그것들을 모두 따라갈 수 없으므로, 자기 존재감이나 셀프마케팅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또는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요즘 뜨는 건배사

    “걸걸걸… 재건축… ” 줄임말이 인기


    요즘 인기 있는 건배사는 긴 문장을 줄여 표현한 것들이다. 줄줄 읊는 형식이 아니라 간결한 ‘○○○!’ 형식이다. 예를 들어 ‘걸걸걸’은 ‘더 사랑할걸, 더 참을걸, 더 즐길걸’의 줄임말이다. ‘사우나’는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는 의미이고, ‘재건축’은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남성은 파워풀, 여성은 뷰티풀, 이 자리는 원더풀’의 줄임말인 ‘풀풀풀’도 요즘 인기다.

    좀 더 주목받으려면 난도를 살짝 높이는 것이 좋다. 이른바 스토리텔링 건배사다. 시나 소설 작품의 한 구절로 사람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예를 들어 나태주 시인의 ‘풀꽃’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를 읊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도 그렇다” 혹은 “우리도 그렇다”!

    특정인을 지명해 주목을 끄는 방법도 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멋진 사람은 누구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진 뒤 한 글자로 “너!”(고마웠던 사람 지목), 두 글자로 “또 너!”, 세 글자로 “그건 너” “다시 너” “바로 너”, 다섯 글자로는 “다시 봐도 너!”라고 말해보자.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지칭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

    노래가 오가는 자리에는 ‘노래 건배사’가 제격이다. 건배 제의를 하는 사람이 ‘천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라고 노래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사랑해!’ 대신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의 이름을 리듬에 맞춰 부르고 술을 마시는 식이다.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를 선창하면 다 함께 ‘○○를(‘그대를’ 대신 이름을 리듬에 맞게) 사랑하리!’라고 화답하는 것도 좋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