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6

2014.12.08

10주년 기대에 걸맞은 멋진 무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구희언 주간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12-08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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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주년 기대에 걸맞은 멋진 무대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아마 뮤지컬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의 멜로디는 익숙할 것이다. 십여 년간 여러 음악 방송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러 가수가 불렀고, 사랑 노래가 아님에도 수많은 결혼식장에서 개사돼 울려 퍼지던 뮤지컬계 메가 히트 넘버를 정식으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서다.

    2004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1886년 발행된 영국 소설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다. 인간 내면에 자리한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1997년 초연된 이후 독일, 스웨덴, 일본,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공연됐다.

    올해는 이 작품의 골수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시기이기도 했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단일 작품으로 최고 흥행 매출을 기록(2010년 매출액 275억 원, 순이익 120억 원)한 작품답게 ‘어느 때보다 캐스팅이 짱짱하리라’ ‘역대 최고 지킬·하이드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 기대에 걸맞게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원년 멤버인 조승우와 류정한을 캐스팅했다. 류정한은 지킬(하이드) 역을 맡은 역대 배우 중 최다 출연을 기록(171회)했고, 조승우는 24세에 처음 지킬(하이드) 역을 맡아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10년간 지킬·하이드 역을 거쳐 간 배우 9인의 공통점은 실력과 매력을 겸비했다는 것이다. 올해는 10번째 지킬(하이드)로 뮤지컬 배우 박은태가 새롭게 합류했다. 뮤지컬 ‘엘리자벳’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모차르트!’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고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뒤프레(괴물) 역으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프로듀서는 “우리가 추구해온 ‘지킬 앤 하이드’의 오리지널리티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배우로 박은태가 필요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본무대는 어땠을까. 박은태는 지킬 박사를 연기할 때는 흔들림 없는 미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약물을 주입하고 하이드로 변한 뒤에는 그간 어느 무대에서도 들려준 적 없는 굵은 발성으로 무자비하면서도 잔악한 내면을 묘사했다. 목소리의 간극이 크다 보니 박수와 환호가 가장 컸던 건 하이드가 부르는 ‘얼라이브(Alive)’와 작품 후반 지킬과 하이드가 수초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부르는 ‘대결(Confrontation)’ 장면이 끝날 때였다. 9년 차 뮤지컬 배우 박은태의 새로운 지킬은 하이드의 노랫말을 빌리자면 ‘기대 이상의 발전’이었다.

    2015년 4월 5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0주년 기대에 걸맞은 멋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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