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4

..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 조달청이 팔 걷고 나섰다

제값 주기, 분리 발주 확대 등 IT 중소기업 건전한 생태계 구축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입력2014-11-24 10: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 조달청이 팔 걷고 나섰다

    4월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홍보관. 매년 우수 조달기업이 참여한다.

    앞으로 국가기관 등 공공부문에 소프트웨어 상품을 조달하는 과정이 좀 더 공정해질 전망이다. 조달청(청장 김상규)은 10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소프트웨어 거래 시 제값 주기, 분리 발주 확대,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이 방안의 취지는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고 정보기술(IT)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건전하게 하자는 것.

    공공행정에 필요한 자원을 조달, 관리하는 조달청은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다. 정부투자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물자를 구매, 공급하는 일은 물론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시설공사 계약 등도 담당한다. 그중에서도 정보보안 솔루션,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를 조달하는 게 주요 업무다. 현재 조달청은 공공부문에 공급되는 소프트웨어의 약 70%를 발주하고 있다. 민간 영역의 입찰과 계약, 가격 정책, 사업 수행 등을 주도한다.

    그동안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발주를 둘러싸고 불공정한 관행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첫 번째 논란은 발주기관이 제안요청서에 특정 규격을 명시하거나 특정 업체에 유리한 평가기준을 내세우는 일이다. 기획재정부 예규에 따르면 물품 구매 입찰 시 특정 제품명과 규격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공공연히 지속돼왔다.

    공공부문 S/W 70% 발주

    계약 대상자에게 부당한 사항을 요구하는 발주기관의 불공정한 관행도 문제였다. 수요기관이 갑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업체에게 무상으로 추가 장비 납품, 추가 인력 투입 등을 요구하는 것.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 111개사를 조사한 결과, 약 57% 업체가 협상 과정에서 발주기관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정착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수요기관이 상용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 하드웨어, 응용 소프트웨어 등과 함께 통합 발주하면 보통 시스템통합(SI) 업체가 거래 상대자가 된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발주기관과 직접 계약하지 못하고 시스템통합 업체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 협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불공정 거래의 피해자가 된다.

    조달청에 따르면 7억 원 이상(지방자치단체 5억 원 이상)의 소프트웨어 사업에 사용되는 5000만 원 이상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와 GS, NEP 등 인증을 취득한 소프트웨어는 분리 발주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공공정보화 사업의 분리 발주 실적은 39%로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발주기관의 거래 담당자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불공정 거래를 낳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제안요청서에 요구사항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계약 이행 과정에서 갑자기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 조달청 관계자는 “건축 사업은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사업은 기획(설계)과 구현(시공)이 혼재돼 추진된다. 동일 기업이 기획과 구현을 모두 수행하면 사업 부풀리기 등의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분야별 전문화와 다른 기업과의 역할 분배 균형이 깨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행이 되풀이되면 국가 정책인 동반성장의 흐름을 방해할 뿐 아니라 한국의 IT 산업 전체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달청이 이번에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은 이유도 바로 이런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먼저 상용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조달청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체와 직접 단가 계약을 하는 사례를 늘려가는 것이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조달청과 소프트웨어 업체가 상호 협상을 통해 단가를 정하고 수요기관이 업체와 별도 계약 없이 온라인상에서 제품 구매를 하는 방식이다. 이곳에선 소프트웨어의 분리 발주를 의무화하기 때문에 시스템통합 업체의 횡포를 피해 일정 단가를 보장받을 수 있다. 나라장터에 등록된 소프트웨어 업체는 지난해 173개에서 10월까지 204개로 늘었고 조달청은 업체의 등록을 더욱 장려할 예정이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 개선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 조달청이 팔 걷고 나섰다

    9월 2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e-발주지원 통합관리 시스템 조달업체 담당자 워크숍.

    미래과학부(미래부), 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 간 협업으로 정보통신 산업계의 건전성도 확보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유통 지원을 위한 민간 전문 쇼핑몰을 2017년까지 설립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과 연계하고 구매 활성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부와 함께 소프트웨어 사전 규격 설명회를 개최하고, 발주기관이 입찰 공고를 내기 전 사업 참여 희망자를 대상으로 사업 내용, 요구 규격 등을 설명하고 참가자로부터 의견을 받아 입찰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절차도 진행할 계획. 입찰 전 제안요청서를 공개하는 기간도 5일에서 10일로 늘린다.

    10월 8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과 구매업무협의체를 구성해 워크숍을 가졌다. ‘공공기관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발표한 이 자리에서는 입찰 및 계약과정에서 공공기관 임직원의 비리행위가 발생한 경우 해당 공공기관의 계약 업무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조달청에 2년간 위탁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비리와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운영 중인 가상화 서버를 활용한 전자입찰, 사전 규격 공개, 심사위원 자동 교섭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또한 조달 제도와 관행에 비리를 유발하는 요인이 없는지를 살펴보고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조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했다.

    불공정한 발주 관행을 고치기 위해 분리 발주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조달을 요청받은 5억 원 이상(지방청 40억 원 이상) 정보화 사업에 대해 사전조사를 실시한 후 분리 발주해야 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는데도 형식적으로 제외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조달청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단가가 등록됐는데도 통합 발주를 하는 경우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 조달청이 팔 걷고 나섰다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소프트웨어 업체는 이곳에 등록하면 제값을 받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올해 조사한 결과 585건의 요구사항을 권고하고 이 중 466건을 수정 중이다. 또한 통합 발주가 된 사업 가운데 분리 발주 대상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33개 사업을 점검해 이 중 20개를 분리 발주로 전환하게 했다”고 밝혔다. 조달청은 향후 개정될 미래부의 ‘분리 발주 대상 소프트웨어’ 고시에 따라 수요기관이 제시한 분리 발주 제외 사유를 사전에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분리 발주 및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단가 구매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

    정보화 사업과 관련한 협상계약 전 과정을 온라인에서 시행하고 발주 지원을 투명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e-발주지원 통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그 아래에 △제안요청서를 쉽고 명확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안요청 지원 △업체별 비교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평가 지원 △별도 제작비 없이 제안서 작성을 가능하게 하는 제안 지원 △사업 이행과 관련된 세부 항목을 관리하는 사업 관리 △시스템 운영 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IT 종합정보 활용 시스템 등 하위 시스템 5개가 마련된다. 조달청은 2016년 이 시스템이 최종 구축되면 발주기관의 요구사항 명확화, 업체 제안 비용 절감을 통해 기술력 중심의 평가 체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 개선 기대

    업계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을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이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 티맥스 관계자는 “국산 소프트웨어는 브랜드 인지도가 큰 외산 소프트웨어와 경쟁할 때 기본적으로 불리하다. 특히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대면 평가 진행을 보장하고, 부득이 온라인 평가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는 평가위원들에게 정부의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조달 단가가 등록된 국산 소프트웨어를 먼저 구매 지원하는 정책도 건전한 IT 산업 생태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시스템통합 업체의 하도급으로 거래하면서 충분한 가격을 받지 못하고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조건이 지속될 경우 벤처 또는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저하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의욕도 상실하게 된다”며“투명하고 공정한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서 품질 좋은 국산 소프트웨어 사용을 확대하고 이들의 건전한 경쟁을 장려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은 불공평한 거래 환경을 오히려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달청의 제도 개선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인터뷰 | 김상규 조달청장

    “불공정한 발주 관행 바로잡아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뒷받침”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 조달청이 팔 걷고 나섰다
    “아직도 발주기관의 부당 요구, 가격 후려치기, 불공정 하도급 등의 관행이 남아 있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공공조달시장 안정화를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김상규 조달청장(사진)은 10월 23일 공공조달시장을 통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선 사업 기획부터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건전한 IT(정보기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7월 취임한 김 청장은 100여 일 동안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방안 마련을 총지휘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산업 전문가와의 공식,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현장과 맞지 않는 제도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또한 사실상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와의 법령 조정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공공 소프트웨어 산업의 70%를 집행하는 조달청이 입찰과 낙찰제도를 활용해 산업 발전을 충분히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10월 15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공공조달을 통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방안’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주로 집행 업무에 비중을 뒀던 조달청이 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러한 정책 과제를 주도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부가가치율이 2배 이상 높은 데다 취업유발계수도 1.4배에 이르는 등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산업”이라면서 “시장 자율에 맡겨지는 민간부문의 구매와 달리, 공공부문의 조달은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반영할 수 있으므로 불공정 발주 관행을 바로잡아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선진국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산업이 강하다”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기관이 기획 단계에서 사업 발주가 어려운 경우에는 발주와 관리를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후속 실행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김 청장은 앞으로 나아갈 조달 정책의 이정표를 이렇게 제시했다.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 구조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서비스 분야 조달을 적극 확대할 계획입니다. 미래 유망 신기술 제품에 대한 공공구매를 늘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