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0

2014.10.27

‘미친 전셋값’…그래도 알아봐? 집을 사?

자금력 있다면 매매 고려해볼 만…‘월세가 대세’로 빠르게 전환 중

  •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 ygy@realtoday.co.kr

    입력2014-10-27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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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전셋값’…그래도 알아봐? 집을 사?

    10월 14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에 문을 연 한 브랜드 아파트 모델하우스. 오전에만 방문객 약 6000명이 몰려들어 200m에 이르는 긴 줄이 늘어섰다.

    잠시 주춤하던 전셋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미친 전셋값’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섭게 오르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보다 0.21%p 높은 0.48%나 오르며 25개월 연속 상승했다(그래프1 참조).

    절대 오르지 않을 것 같던 매매가도 최근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22%p 높은 0.37%를 기록했다. 7·24대책에 이어 9·1대책까지 잇따라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더욱이 연말까지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오던 수요자들 고민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비싸더라도 전셋집을 구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나을까. 이는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금력과 앞으로의 경제 능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자금력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입지와 분양가(매매가)를 따져보고 매매로 갈아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전셋값 상승과 깡통전세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전세물량 부족에, 최근 들어 많은 집주인이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추가적인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뜻이다.

    4분기 중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포함·국민임대 제외) 입주물량은 6만3788가구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7만7249가구)보다 17.4%(1만3461가구) 감소한 것이다. 입주물량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감소할 예정이다. 이 시기까지 전국을 통틀어 입주 아파트는 10만790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505가구)보다 17.3% 줄어든다(그래프2 참조).

    ‘미친 전셋값’…그래도 알아봐? 집을 사?
    물량 감소 당분간 전셋값 상승



    반면 재건축 이주 수요는 연말을 기준으로 급격히 증가할 예정이어서 전세수요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강남 4구 재건축 이주 수요는 총 3355가구. 내년에는 8114가구, 2016년에는 1만4674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 수요가 유독 많았던 2012년(7114가구)보다 많은 수다.

    저금리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와 월세 비율은 2006년 기준으로 전세 54.1%, 월세 45.9%였다. 그러나 2012년에는 전세가 50.2%로 줄었고 월세는 49.8%로 높아졌다. 집주인 처지에선 전세보다 월세가 이득이니 어쩔 수 없는 일. 과거 주택시장이 호황기일 때는 전세 금액으로 부동산에 재투자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저금리도 일조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정기예금금리는 2011년 12월 3.77%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는 연 2.0%로 역대 최저치다. 반면 월세이율은 서울 기준 0.74%(연 8.8%)로 예금금리보다 연 7% 정도 높은 수준. 집주인으로선 전세를 받아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편이 훨씬 유리해졌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거주방식인 전세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현재 국내 주택시장이 점차 자가와 월세로 이원화돼간다는 점이다. 앞으로 주택시장에서 전세는 더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제 세입자들은 월세시장에 대비해야 하고, 전셋값 부담과 전세물량 부족 때문에라도 월세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이 같은 월세 부담은 전반적인 생활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화두는 전세냐 매매냐의 고민이 아니라 월세냐 매매냐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집값은 국지적이지만 바닥을 기록 중이다. 6년간 긴 침체를 겪으면서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취득세 영구 감면에 이어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집값 호황기의 대표적 규제책이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및 9·1 부동산대책 발표가 이어졌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개연성은 높지만, 과거처럼 단기간에 모든 지역이 회복되기는 어렵다. 다만 실수요자 주도로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시세가 오르면 거래가 중단되고 시세가 떨어지면 다시 거래가 나타나는 반복적인 반응을 거치면서 점진적인 회복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분양시장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듯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요건을 갖춘 지역으로만 몰리는 국지적 수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선별과 선택이 중요하다. 세부적으로는 수요를 따져보는 게 좋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기본 수요가 많은 아파트인지, 그래서 실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아파트인지 따져보는 게 도움이 된다. 또 개발 호재에 따라 수요 유입이 많을 아파트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규모 개발 호재보다 지하철 같은 교통 호재나 재건축 등 자체 개발 호재처럼 아파트 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조건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 투자 관점에서라면 소형 아파트를, 가족 구성원이 많다면 중대형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한다는 큰 원칙도 의미가 있다. 전셋값의 지속적 상승으로 전세 세입자가 매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소형 아파트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중소형 아파트의 거래량이 중대형보다 많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1월부터 8월까지 전용면적 85㎡ 미만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6만6990가구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6만3610가구)보다 22.3%(10만3380가구) 증가한 수량이다.

    반면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 아파트는 15.8%(1만3010가구)만 늘었다. 거래량으로는 중소형 아파트가 중대형보다 10배 이상 팔린 셈이다. 다만 중대형 아파트는 그동안 공급 부족에 따라 희소성이 증가하고 가격이 많이 하락한 만큼 갈아타기를 고민해도 좋을 시점이다. 인터넷 부동산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가 전용면적 84㎡ 초과 중대형 아파트 공급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07년 36.5%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11.2%까지 떨어졌다.

    향후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더욱 감소할 전망.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인허가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1~8월 중대형 주택인허가실적 비율은 19.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에서든 육아나 가사 때문이든 부모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동거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등으로 중대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개연성도 있다. 서울시가 통계청의 2000~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부모와 사는 35~44세 서울시민 가구는 10년 동안 23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경기불황의 결과다.

    ‘미친 전셋값’…그래도 알아봐? 집을 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밀집지역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어 있는 월세 매물 시세판.

    신규 분양으로 눈을 돌려볼 때

    이렇게 놓고 보면 지금은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기보다 신규 분양시장에 먼저 눈을 돌려봐야 할 시점이다. 신규 분양은 새 아파트라는 이점뿐 아니라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경우가 많다. 또 그동안 경기침체로 내놓지 못했던 다양한 분양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수요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입지와 분양가가 경쟁력을 갖춘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다만 9·1대책으로 청약제도가 크게 달라진 만큼 청약통장 등을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먼저 1순위 청약통장을 가진 무주택자라면 올해가 가장 좋은 기회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 청약통장 1순위 자격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소형 주택(전용면적 60㎡·공시가격 1억3000만 원 이하)을 보유한 1주택자도 무주택 자격을 갖도록 했기 때문. 이에 따라 내년에는 1순위자가 크게 증가해 당첨 기회가 적어진다.

    연말 눈여겨볼 만한 신규 분양단지로 서울 강남권과 위례신도시를 들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초 ‘힐스테이트 서리풀’을 분양한다. 전용면적 59㎡ 소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서울메트로 2호선 서초역이 걸어서 2분 거리고, 단지 인근에 54만여㎡의 서리풀공원과 몽마르트공원이 자리한 친환경 단지라는 입지 강점이 있다. SH공사는 서울 강남구 세곡2지구 6단지와 8단지에서 공공분양 547가구를 10월 중 분양한다. 6단지에선 전용면적 59~84㎡ 378가구 중 144가구, 8단지에선 전용면적 101~114㎡ 169가구 중 55가구를 각각 일반분양한다.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도 주요 물량이 남아 있다. 위례신도시에서는 이르면 10월 말 C1-5·6블록에서 ‘위례 중앙 푸르지오’ 아파트 311가구가 나온다. 전용면적 84~196㎡이다. 위례신도시 휴먼링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전철 위례신사선 중앙역과 트램 역세권에, 중심 상업시설 트랜싯몰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다음 달에는 위례 C2-4·5·6블록에서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가 시장에 나온다. 금강주택은 빠르면 11월 중에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A19블록 ‘동탄 2신도시 금강펜테리움 3차’를 분양한다(표 참조).

    ‘미친 전셋값’…그래도 알아봐? 집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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