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9

2014.10.20

킨포크 테이블, 주인도 손님도 감동 100배

정성으로 차린 집밥에 가족·지인 마음 통하는 시간

  • 이지민 요리애호가 prnprn@naver.com

    입력2014-10-20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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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킨포크 테이블, 주인도 손님도 감동 100배

    이지민 씨의 집밥 모임에 참석한 허영만 화백(오른쪽)이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고 있다.

    ‘집밥’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에세이와 레시피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소셜다이닝 사이트를 통해 낯선 이들과 한솥밥을 나눠 먹는 모임이 유행이고, 심지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식 집밥 체험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집밥이라는 단어는 정과 따스함을 연상하게 해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문화적 성향도 띤다. 집밥에 열광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평소 집밥을 사랑하는 나는 이러한 분위기가 무척 반갑다. 소박하지만 정성 들여 잘 차려낸 밥상을 통해 나누는 정이 퍽퍽해진 우리 문화를 조금은 따뜻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집밥 사랑이 단순히 네이선 윌리엄스의 요리책 ‘킨포크 테이블’(The Kinfolk Table·가까운 사람들을 위한 식탁)에서 비롯한 건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 외식과 회식이 일상이 된다. 특히 홍보 일을 하면서 와인업계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맛집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좋은 식당의 음식을 먹을수록 ‘참맛’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졌고, 자연스레 집밥에 눈을 돌리게 됐다. 화려하게 치장한 값비싼 산해진미의 감동은 잠깐일 뿐, 조미료 맛에서 벗어난 진짜 식당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 근처 재래시장을 자주 찾고, 좋은 식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레 건강한 집밥을 추구하게 됐다.

    현미와 콩 등 잡곡을 섞어 고슬고슬 막 지은 밥, 싱싱한 제철 나물에 된장과 참기름을 살짝 넣어 오물조물 무친 나물, 싱싱하고 때깔 좋은 고등어를 맛깔나게 구운 고등어구이, 잘 숙성된 된장에 감자와 버섯, 두부를 넣어 바글바글 끓인 된장국.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이런 집밥을 준비하다 보니 부부가 일상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이 형성되고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모임에서도 자주 집밥을 선보였다. 입맛이 없다며 음식을 즐기지 않던 시어머니가 내가 차린 밥을 맛있게 드셨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의 집밥 노하우는 점점 발전했고, 자신감도 쌓였다. 그래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좋은 사람들, 고마운 분들을 초대하는 게 일상이 됐다. 맛있는 음식과 한 잔의 좋은 술을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기적인 집밥 모임을 갖는다. 허영만 화백, 이원복 교수, 양용은 프로골프선수 등도 그 모임에서 함께 둘러앉아 밥상을 나누는 지인들이다.



    허영만 화백이 우리 집 ‘식객’

    나의 식단은 재료와 계절에 따라 바뀐다. 그리고 모든 메뉴가 한꺼번에 나가는 일이 없다. 그날 메뉴 순서에 따라 막 조리한 따뜻한 음식을 차리고, 그에 어울리는 술을 함께 내놓는다. 부엌에서 계속 땀 뻘뻘 흘리며 요리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레스토랑의 코스요리처럼 막 조리한 따뜻한 요리를 맛보는 손님의 만족도는 극대화되고 거기에 궁합 좋은 술까지 곁들여지면 한마디로 끝! 정성의 힘이 100배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우리 집 ‘식객’ 허영만 화백도 내 음식은 정성이 가득해서 좋다고 한다.

    나는 집밥이 주는 이 감동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자 앞으로도 집밥 모임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생각하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집밥의 참맛을 느끼며 실천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지민 씨는 홍보전문가이자 음주 및 요리애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www.facebook.com/drinksool)에 맛있는 술과 그에 잘 어울리는 안주를 소개하는 권주(勸酒) 만화 ‘대동여주도’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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