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7

2014.10.06

故 최진실·신민아 연기 대결 볼만

‘나의 사랑 나의 신부’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4-10-06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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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최진실·신민아 연기 대결 볼만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첫선을 보인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 같은 작품이다. 이명세라는 독특한 미장센 감독의 출현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여배우 아이콘으로 등극하게 될 최진실의 영화로 기억된다. 1990년대 그땐,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고 싶은 귀여운 이미지의 여배우 최진실이 시대의 워너비 여성이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하면 귀여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데도 최진실의 공이 크다.

    이 영화가 올해 리메이크됐다. 임찬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화계에서 24년은 무척 긴 시간이다. ‘나의 신부’ 이미지가 달라진 것만 봐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가령 1990년 첫날밤, 남편이 두려워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잠들던 새댁은 이제 바지를 벗고 덤비는 남편에게 웃음으로 응대하는 새댁으로 바뀌었다. 콘돔을 사러갔다 ‘콘택 700’을 사는 남편부터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우는 아내까지, 길게 이어졌던 원작의 첫날밤 시퀀스가 2014년 작품에선 아예 생략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임찬상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달라진 부분을 잘 보여주면서도 원작이 갖고 있던 정서는 고스란히 껴안았다. 재미는 달라진 부분에서 빚어지지만, 감동은 변하지 않은 그 정서에서 비롯된다. 박중훈에 이어 남편 역을 맡은 조정석은 원작에서 최진실이 누렸던 영화적 영광을 가져갈 듯싶다. 1990년대엔 귀여운 신부가 대세였다면 2014년엔 귀여운 신랑이 더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아내만 보면 냉큼 바지를 내리는 장면이나, 새로운 여자만 만나면 처음 본다는 이유만으로 못생겼든, 어리든, 무식하든 관계없이 정신줄을 놓는 조정석은 변태처럼 추접해 보일 수 있는 장면을 귀엽게 연기해낸다. 특히 아내를 두고 외도할 뻔하는 장면에서 선보이는 방백은 2014년 작의 차별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명세 감독 작품에서 방백이나 독백이 조금은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숙맥 가장의 목소리였다면, 2014년 작에서 방백은 말 그대로 속마음의 전달 통로로 사용된다.

    주인공 친구들로 등장하는 조연들의 연기도 웃음을 견인하는 데 큰 구실을 한다. 모태솔로 역 배성우나 잠귀 밝은 싱글 집주인 역 라미란은 등장할 때마다 관객의 웃음보를 건드린다. 섹스에 대한 생각이나 결혼에 대한 개념은 달라졌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연애하고 사랑하고 투덕거리며 살아가는 삶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故 최진실·신민아 연기 대결 볼만
    세월 흐름에 따라 전업주부였던 아내가 입시미술학원 강사로 바뀌었지만, 아내에게 첫사랑은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니라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첫 모습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달라진 점이라면 일하는 아내라는 캐릭터보다 남편만큼이나 자아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내의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좌충우돌 사건을 겪으며 부부 관계는 더욱 공고해진다. 뻔한 얘기지만 조정석과 신민아라는 산뜻한 배우들과 과하지 않은 웃음을 유지하는 감독의 연출 덕분에 세련된 감성 영화로 거듭났다.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 제2막이라는 원작 주제는 2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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