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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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VS 개작두…여의도 줄다리기

김무성 vs 문희상 대화 정치 복원과 당내 개혁 본격 대결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입력2014-09-29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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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도날 VS 개작두…여의도 줄다리기

    9월 22일 첫 회동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여의도 시대’가 다시 열릴 조짐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꼬인 정국을 풀고자 9월 2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났다. 두 중진은 첫 회동을 갖고 조속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두 대표 모두 크게 보면 ‘대화 정치 복원과 국회 기능 회복’에, 작게는 ‘당내 개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들의 만남은 세월호 참사 이후 꽉 막힌 정국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려는 첫걸음이란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선 굵은 리더십’이 꼬인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 보수 혁신 김무성의 ‘면도날’

    ‘무대’(무성 대장)로 불리는 김 대표는 요즘 ‘기강 잡는 대장’을 자처한다. 당내 통합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과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주장한 ‘변화와 보수 혁신’이다. 애주가로 알려진 그가 “앞으로 (낮에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게진 사람이 있으면 그날로 제명”이라며 ‘당직자 낮술 금지령’을 내렸고, 의원 워크숍 등 주요 일정과 각종 회의에서는 직접 출석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쩨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가 혁신을 위해 선택한 비수는 ‘면도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보수혁신특별위원회(혁신위) 위원장으로 앉힌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면도칼 제조업체인 도루코 노조위원장 출신. 17대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공천학살’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물갈이를 시도했고, 권력자에게도 날카로운 지적을 하면서 생긴 별명이기도 하다.

    김무성+김문수의 ‘문무(文武)조합’은 잠재적 대권주자의 결합이자 ‘역할 분담’으로 해석된다. 당 장악과 세력 확장에 주력해야 할 김 대표는 자신을 대신해 ‘개혁의 예리한 칼날’을 휘두르며 손에 피를 묻힐 인물이 필요했고, 여의도에 재입성한 김 전 지사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도약대가 필요했다. ‘적과의 동침’이란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9월 25일 새누리당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혁신위 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비박(비박근혜)계이자 차기 대권주자들이 참여해 만든 혁신안을 당대표로서 ‘통 크게’ 받아들인 뒤 보수 혁신에 성공한다면, 김 대표의 포용력은 또 한 번 인정받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2017년 대권가도에 초록불이 켜질 것이다. 여기에 김 전 지사 지지율이 뜨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경선 같은 ‘드라마틱한 경선’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간단치 않아 보인다. 친박(친박근혜) 위원장들은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최근 ‘주간동아’ 기자와 만난 친박 핵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김 대표가 당 장악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친박 의원들이 ‘자기 정치’를 위해 김 대표에게 줄섰다는 말이 나온다. 혁신안과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공천과 당청관계 등 민감한 문제가 제기될 테고, 자칫 친박 주류의 견제와 반발도 고조될 거 같다. 혁신안이라는 게 항상 주장해온 오픈프라이머리 외에 새로울 게 뭐가 있을지 일단 지켜보고 있다.”

    전직 사무총장이자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9월 2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문수 위원장 인선에 대해 당내에서 의견 소통이 안 됐다. 혁명보다 혁신이 어려운 것”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초·재선 의원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혁신위 위원이기도 한 하태경 의원은 김 위원장의 ‘비례대표 100% 약자 공천’ 발언에 대해 “약자층이 충분히 고려돼야 하지만 특수 약자층에 100% 비례대표 공천을 준다는 것은 원칙 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반박했다.

    ‘잠재적 대권주자의 결합’인 ‘문무조합’이 2012년 대선후보로 확정됐던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누렸던 막강한 힘과 달리 사실상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리스크가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활동 시한인 6개월 내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면도날은 양날이다.

    # 포청천 자임 문희상의 ‘개작두’

    면도날 VS 개작두…여의도 줄다리기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9월 25일 국회에서 혁신위원 추가 인선 등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와 논의를 하기 위해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요샛말로 ‘범상치 않은 포스’다. ‘삼국지’ 호걸인 장비와 조조의 면모를 동시에 갖췄다는 평을 그도 즐기는 편이다. 비대위를 맡은 후에는 ‘포청천’을 자임했다. “정당은 규율이 생명이다. 해당 행위자는 개작두로 치겠다”고 한 그의 발언이 각종 패러디로 이어지면서 ‘히트 작품’이 됐다. 중국 송나라 시절 포청천과 외모까지 닮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그는 해당 행위 시 엄벌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9월 25일 초·재선 의원과의 만남에서는 ‘따듯한 동지애’를 호소했다. “동지란 낳을 때는 달라도 죽을 때 같이 죽자고 약속한 사이다. 민주적, 조직의 남다른 의견, 포용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변한 바가 없다.”

    리더십과 폴로어십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김 대표와 비교하면 문 위원장은 군기 잡기 과정에서 ‘본인 정치’와 관련한 논란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반면 문 위원장은 전당대회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비교적 낮고, 비대위에 계파 수장들(문재인, 박지원, 인재근, 정세균 의원과 당연직 박영선 원내대표)을 포진해 무게를 실었다. 변화의 또 다른 축인 정치혁신실천위원장에 중진인 원혜영 의원을 임명해 결이 다른 인선도 단행했다. 힘 있는 비대위를 세우고, 온건파 혁신위원장을 결합시킨 것이다.

    하지만 문 위원장 역시 ‘중도파 소외론’으로 공격받는다.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이 비대위원으로도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나오고, 정동영 상임고문과 조경태 의원 등은 노골적으로 ‘계파 간 나눠먹기’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모바일 투표 부활설’로 “친노(친노무현) 중심으로 당을 짜려고 한다”는 논란이 번지는 상황이다. 그 이면에는 차기 지도부를 뽑을 전당대회 ‘룰’이 계파 수장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구심이 깔렸다. 나아가 다음 대선에 적용될 경선 방식도 현 비대위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주선 3선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파를 활성화하고, 오히려 계파를 현실화해주는 비대위다. 당권 경쟁 룰을 만드는 구실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당권야합위원회”라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으로서는 불쾌하지만, 그렇다고 최고위원 출신의 3선 이상 중진들을 ‘개작두로 내려치기’는 쉽지 않다. 계파 수장들을 내세워 당 내분을 가라앉히려 하자, 뚜렷한 세력을 갖지 못한 중도파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딜레마에 빠졌다.

    어쨌든 김 대표는 면도날을, 문 위원장은 개작두를 들었다. 차기 권력을 잡으려는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진정성을 입증하고 군기 잡기 이상의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난국은 ‘호걸’을 영웅으로 만들 수도, 반대로 졸장부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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