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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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관심 사고’친 현아

신곡 ‘빨개요’ 가사부터 화장까지 논란과 화제, 뭔가 특별한 매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08-18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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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관심 사고’친 현아
    “역시 현아!”

    가수 현아(김현아·22)가 신곡을 낼 때마다 나오는 반응이다. 아티스트의 능력일까, 기획의 승리일까. 수많은 별이 하루에도 몇 번씩 뜨고 지는 가요계에서 곡을 낼 때마다 묻히지 않고 ‘얘깃거리’로 곱씹히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체인지’ ‘버블 팝!’ ‘아이스크림’ ‘트러블메이커’ 등 부르는 곡마다 화제 중심이던 현아가 새빨간 곡으로 돌아왔다. 2년 만에 낸 새 미니앨범 ‘에이 토크(A Talk)’의 타이틀곡은 제목부터 ‘빨개요’. 반응도 뜨겁다. 그전에는 주로 힘 있는 퍼포먼스가 화제였다면, 이번에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What 빨간 건 현아 현아는 Yeah’라는 가사부터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의상, 화장까지 팬들이 야무지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중이다.

    ‘빨개요’는 말 그대로 현아 중심의, 현아를 위한 곡이다. 다 듣고 나면 독특한 음색으로 끊임없이 외치는 ‘현아=빨갛다’는 공식에 세뇌되는 기분이 든다. 현아는 앨범을 내고 ‘일간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건 현아밖에 못 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고 했다. ‘빨개요’가 낳은 사회적 논란은 현아만이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2007년 걸그룹 원더걸스 멤버로 데뷔한 현아는 그룹 탈퇴 후 2009년 포미닛 멤버로 합류했다. 그러다 2010년 ‘체인지’로 포미닛 멤버 중 제일 먼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원더걸스 시절에도 같은 안무를 독보적으로 섹시하게 소화했고, 포미닛을 순식간에 ‘현아와 아이들’로 만들어버린 그만의 아우라와 특유의 에너지를 칭송하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이 ‘패왕색’. 이 단어에는 ‘치명적 섹시함을 지난 여성’이라는 성적 의미도 있지만 남녀 불문 일종의 경외감과 인정의 의미가 담겼다.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 포미닛 편에서 직접 ‘패왕색’을 보여주기도 했던 현아는 정작 “‘패왕색’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검색해봐야겠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실제로 느낀 건 2012년 롯데주류 소주 CF를 보면서였다. 당시 롯데주류는 인기 정상의 걸그룹(포미닛, 씨스타, 카라) 핵심 멤버인 현아, 효린, 구하라를 각각 캐스팅해 ‘댄스 배틀’ 형태의 소주 CF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로 선보였다. 조회 수 50만이 넘으면 수위 높은 2차 영상을, 100만이 넘으면 그보다 더 높은 수위의 3차 영상을 선보인다는 전략이었다. 선정성 논란에 휘말려 동영상이 삭제되긴 했지만, 현아의 동영상은 단기간에 190만이라는 독보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다른 모델들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치명적인 표정부터 춤사위까지 ‘뭔가 달랐던’ 현아. 다른 여가수들은 섹시하게 춤추고 노래하면서도 ‘조신한 척’ 애썼지만, 현아는 내숭을 떨지 않았다. ‘내가 섹시하다는데, So what?’이라는 표정에 ‘내가 바로 섹시 종결자’임을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그는 자기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스타다. ‘웬만한 애들보다 잘 빠진 몸매는 내게 Full option’ ‘죽이는 댄스 무대 위 킬러 콧대는 하늘을 찔러’ 같은 ‘빨개요’ 가사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은 ‘섹시 아이콘’ 이효리의 노래에서 흐르던 자신감이었다. ‘사실 너도 나를 알잖아 나의 무대가 두렵잖아’(Chitty Chitty Bang Bang), ‘(Hot like me) 그건 다 착각일 뿐 (Dance like me) 어딜 넘보려 하니 (누구나) 할 수가 있었다면 그건 내가 아닌 걸’(천하무적 이효리).

    그만의 아우라 ‘패왕색’ 별명

    또 ‘관심 사고’친 현아

    2011년 포미닛 멤버 현아와 비스트 멤버 장현승이 뭉친 유닛 그룹 '트러블메이커'는 노래 외에도 화려한 키스 퍼포먼스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현아의 이번 시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가 얼마나 주어진 콘셉트를 ‘맛있게’ 소화하는지는 가수 본인도 기획자도 대중도 알지만, 노골적인 심벌(바나나) 위에서 몸을 흔들고 엉덩이를 찰싹대며 ‘빨간 현아’를 주입하는 분위기는 조금 아쉽다. 홀딱 벗은 것보다 언뜻언뜻 비치는 시스루가 더 야한 법인데 말이다. 평론가들은 이번 곡을 어떻게 들었을까.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섹시함의 여러 종류 중에서도 색(빨강)을 들고 나왔는데, 파격적인 콘셉트의 뮤직비디오가 화제몰이에 성공했고 선정성 논란도 일어 홍보도 충분했다. 현아가 재미없는 곡으로 컴백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름값에 맞는 중독적인 리듬의 멋진 곡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트러블메이커’로 쌓아온 걸 깎아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블 팝!’이나 ‘트러블메이커’에서는 한국에서 쓰지 않았던 사운드를 넣는 등 새로운 걸 하려는 시도가 보였는데, 이번 노래는 ‘굳이 현아에게 시켜야 했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획자들이 좋아하는 부분인 현아의 진짜 압도적인 부분을 이번에는 잘 못 살린 것 같다”고 평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다른 여가수에 비해 현아의 위치가 굉장히 독보적이며 독특하다. 노래에 대한 평은 박하지만 인기가 있다는 건 대중, 특히 젊은 층에서 확보한 지분이 확실함을 말해준다”고 했다. 이어 “이효리에게는 ‘10 minutes’ ‘U-go-girl’ 같은 히트곡이 있었고, 엄정화에게는 뛰어난 가창력과 주영훈이란 작곡 콤비가 있었던 것처럼 현아에게도 이런 음악적 파트너와 콘셉트를 설정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섹시 콘셉트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잘 팔려온 콘셉트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기존 현아의 인기와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빨개요’는 존재하기 힘들었을 곡이다. 현아라는 아이콘이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의 연장선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익숙한 멜로디의 동요에 육감적이고 원색적인 느낌을 연결했다. 앞으로는 자기 콘셉트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느냐가 (롱런하는)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리와 현아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남성 팬만큼이나 여성 팬이 많다는 점이다. ‘까임과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점도 닮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나도 여자지만 너무 싸 보인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며 현아 관련 뉴스마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누리꾼도 많지만, 그의 패션과 화장을 궁금해하고 따라 하고 싶어 하는 ‘현아 워너비(wannabe)’도 그만큼 많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현아는 무대 위에선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무대 아래에선 아이 같은 4차원 면모를 선보이며 성녀와 악녀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앞서 말한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는 또 이런 글도 달려 있다. ‘그래도 현아 닮았다고 하면 은근히 좋아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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