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2014.06.23

프랑스어 시험 생각보다 까다롭네

고급 과정 C 등급 달프(DALF) 취득 아시아 국가에서는 희귀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4-06-23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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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어 시험 생각보다 까다롭네

    프랑스 영화를 보며 프랑스어 공부에 매진 중인 김원곤 교수.

    2011년 3월 중국어 능력 평가시험, 7월 초 일본어 능력 평가시험에 이어 숨 가쁘게 다음 도전 과제인 11월에 있을 프랑스어 능력 평가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프랑스어는 한때 국제공용어로 최고 위상을 누리기도 했다. 비록 오늘날에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프랑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 프랑스어의 위상도 그만큼 떨어졌지만, 여전히 중요 국제어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가 많다는 점이 작용한다. 유럽만 해도 스위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유럽 외 캐나다 퀘벡 지방, 프랑스령인 태평양 타히티 섬과 남미 기아나에서도 공식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거 식민지 정책의 영향으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여전히 프랑스어가 통용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어는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러시아어와 더불어 유엔이 규정한 6대 공식 언어이며, 올림픽 무대에서도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 덕에 영어와 함께 양대 공식 언어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늘날 프랑스어를 지켜주는 버팀목은 프랑스어 자체가 지니는 본연의 언어적 매력과 함께 모국어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무한한 자긍심과 애정일 것이다.

    매력 넘치고 중요한 국제어

    프랑스어 시험 생각보다 까다롭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어는 과거 독일어와 더불어 부동의 양대 제2 외국어였고,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어, 일본어에 그 자리를 넘겨준 이후에도 유럽 언어 중에서는 학습 인구가 가장 많은 언어로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4차원 캐릭터를 가진 배우 예지원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툭 하면 “프랑스말로 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모습이 우리가 가진 프랑스어에 대한 이미지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현재 국내에서 응시할 수 있는 프랑스어 관련 능력 평가시험에는 몇 종류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치르고, 그만큼 최고 국제 공신력을 가진 시험이 바로 내가 목표로 한 ‘델프와 달프’라는 것이다.

    델프와 달프는 프랑스어 능력 인증시험(DELF)과 고급 프랑스어 능력 인정시험(DALF)을 의미하는 약자로 사실상 한 계통의 시험 체계에 속한다.

    이 시험은 프랑스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언어 구사 능력 수준을 프랑스 교육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 인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1985년 처음 시행했으며 92년 한 차례 개정된 이후 2005년 9월 또 한 번 시대 흐름에 맞게 개정됐다. 시험은 파리에 본부를 둔 델프·달프 국가위원회의 통제 아래 각국 대사관을 통해 시행되는데, 시험 문제는 프랑스 교육부와 연계된 공적기관인 국제교육연구센터(CIEP)에서 만들고 실제 시험 주관도 이 기관에서 한다. 국제교육연구센터 책임자가 델프·달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게 된다.

    시험은 공식적으로 각국에 나가 있는 대사관을 통해 시행되지만 대사관은 그 성격상 수험료 징수 등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대사관 내 어학협력과가 주관은 하되 실제 시행 업무는 ‘알리앙스 프랑세즈’라는 사설 기관이 대행하고 있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프랑스 언어와 문화를 보급해 프랑스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1883년 파리에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2009년 기준으로 세계 136개국에 968개소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분원이 있다. 우리나라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1964년 서울에 처음 설립됐으며, 부산에는 80년 설립됐다. 현재 대전과 대구, 광주, 전주, 인천에도 있다.

    델프·달프는 2010년 기준으로 세계 165개 국가에서 32만 명이 넘는 수험생이 응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1994년 첫 시험을 치른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응시자 수는 2012년 기준 총 7469명으로 프랑스 본국과 인도, 멕시코에 이어 세계적으로 4번째일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델프·달프는 유럽평의회 내 언어정책 부서가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유럽 공용 외국어 등급표’에 따라 수험생 수준을 모두 여섯 단계로 나눈다.

    델프에는 초급 과정인 A1, A2와 중급 과정인 B1, B2 등 4단계가 있다. 고급 과정인 달프는 C1, C2 등 2단계로 나뉜다. 중고교생의 경우 주니어 델프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 문제 유형은 대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델프와 동일하지만 청소년에게 맞게 구성돼 있다. 달프의 경우 주니어 부분은 없고 그 대신 응시 자격이 고교생 이상으로 제한된다.

    수험생 수준에 따라 6단계

    프랑스어 시험 생각보다 까다롭네

    알리앙스 프랑세즈 홈페이지.

    델프·달프 각 등급의 자격증은 이전 단계의 자격증 취득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응시해 취득할 수 있다. 한 번 취득한 자격증은 별도의 기간 제한 없이 평생 유효하다. 그러나 실제 자격증을 접수받아 이를 평가하는 기관에서는 일정한 기간 내 자격증을 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개인적으로도 어학공부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없는 한 시간이 오래 지난 자격증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모든 등급의 시험은 기본적으로 청취, 독해, 작문, 구술(인터뷰) 등 4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시험 점수 배점은 영역당 25점으로 총 100점 만점이다. 이 중 각 영역에서 취득한 점수를 합산해 총 50점 이상을 획득하면 합격이다. 다만 각 영역에서 적어도 5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과락으로 처리해 다른 영역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불합격된다.

    각 등급의 시험 난도는 중급에서 고급으로 올라갈수록 급속히 어려워지는데, 이런 현상은 국내 인터넷에 소개된 한 수험 경험생의 레벨 난이도 평가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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