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2014.06.23

소수 ‘철밥통 집행관’, 법원공무원으로 흡수하라!

구조적 문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개혁 논의해야

  • 김종호 호서대 법학과 교수 oxenball@yahoo.com

    입력2014-06-2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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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 ‘철밥통 집행관’, 법원공무원으로 흡수하라!

    1월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스페이스크로포트에서 열린 서울옥션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한 2차 특별경매’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그린 ‘무제’ 2점이 나와 각각 220만 원, 130만 원에 낙찰됐다.

    사법(司法)은 남에게 자신의 권리를 부당하게 빼앗겼을 때 재판을 통해 그 권리를 되찾아주는 과정이다. 집행관은 바로 이런 사법 작용의 마지막 단계에서 강제집행을 통해 빼앗긴 권리를 구제하는 최종 종착역 기능을 한다. 강제집행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강제로 실현하거나 그 판결에 효능을 부여하는 행위이며, 따라서 강제집행 절차는 권리 구제의 최후 실현 수단이자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집행관은 주로 부동산 현황조사, 부동산 경매·입찰 실시, 부동산 인도 업무를 하며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 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강제집행, 동산인도 등도 수행한다. 가압류·가처분 집행 등의 보전처분 업무는 물론 서류와 물품 송달업무, 거절증서 작성, 열람 및 등·초본 발급, 채무자회생 및 파산법에 의한 직무, 벌금 등 징수, 영장 집행 같은 업무도 하고 있다.

    권리 구제 효능 현저히 감소

    문제는 집행관에 의한 집행 절차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권리 구제라는 사법 작용의 효능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만한 업무태도 △고압적 태도 △금품수수 행위 △급행료 관행 △소극적 집행 △복잡하고 힘든 집행의 기피 등 집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적절한 사례는 이미 법조계 주변에선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매 브로커들이 집행관에게 뒷돈을 건네고 경매 관련 정보를 빼내는 일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일그러진 집행관 문화는 집행관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결과물이다. 집행관제도가 가진 문제의 핵심은 전체 집행사건 수에 비해 이를 집행할 집행관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법원 당국이 일방적으로 집행관이란 직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엄청난 수의 사건이 집행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집행관 한 사람이 맡아야 할 적정 집행사건 수, 또한 현재 그들이 받는 보수 등 마땅히 공개해야 할 수많은 사항이 베일에 가려 있고 온갖 설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현재 집행관이 처리하는 민사집행 사건은 민사소송 대비 약 20%에 해당한다. 2010년 총 민사소송 접수 413만5590건 가운데 동산집행을 제외한 총 민사집행 사건 수는 80여만 건이었다. 민사집행 관련 당사자 수도 연간 약 2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전국 58개 지방법원과 지원에 근무하는 집행관의 현재 정원은 총 374명에 불과하다.

    턱없이 높은 집행관 보수도 문제다. 전국 법원 집행관의 경우 월소득이 2000만 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집행관 수수료 수입 자료를 통해 속속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집행관 수입이 수수료 외에도 많기 때문에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가 아닐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체 집행관 수입을 합치면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른다. 집행관이 받는 보수 대부분의 원천은 부동산 경매수수료 등인데, 공인중개사가 중개 행위 후에 받는 중개수수료와 비교해봐도 집행관의 보수는 수수료라는 측면에서 과도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집행수수료가 원칙적으로 채무자나 이해관계인, 집행관에게 골고루 배분돼야 할 재원임에도 ‘보수’라는 명목으로 전액 집행관의 지갑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업무 혁신과 집행관 수의 조정을 통해 집행 업무를 좀 더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부당 이득의 성격이 강한 집행관 소득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위직 공무원의 집행관 자리 독식 구조와 엄청난 고액 수입이 법원 공무원의 관료화를 부추기고 있는 점도 문제다. 관료화란 일반적으로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고위관료가 국민 의사와 사정을 무시한 채 독선적, 획일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채권자가 집행을 통해 어느 정도 권리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 그 실속을 따지지 않고 그냥 처리하는 ‘묻지 마’식 집행이다. 현재 집행관은 채무자에 대해 응징에 가까운 감정적 집행을 고집하고 집행기관은 이를 방조하고 있다. 특히 동산집행은 들이는 비용과 수고에 비해 채권 회수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속은 별로 없다. 낭비적 집행으로 채무자에게 곤경만 가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명제와 선거제의 차이점

    소수 ‘철밥통 집행관’, 법원공무원으로 흡수하라!

    집행관 업무에는 부동산 현황조사도 포함된다.

    집행실무가 국민 눈높이에서가 아니라 집행기관 편한 대로 이뤄진다는 것은 언론 등으로부터 수없이 비판받아온 내용이다. △집행 절차의 까다로움으로 일반인의 접근성 저하 △집행비용 및 담보의 과다한 요구 △부동산 경매의 비실효적 출정입찰 고집 △동산 경매의 비전문적 평가구조 △집행기관 간 비통일적 업무 형태 등은 국민의 편의 보장적 차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더불어 대형·대량·연일 집행에 대한 실무 혼선과 무지도 속출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날로 다양해지는 집행 형태와 내용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못하다.

    민사집행의 가치가 권리자의 권리 보장 및 구제에 있다는 사실만 강조해 피집행자(채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이나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부분도 고쳐야 할 대목이다. 집행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적 집행체제를 도입하는 문제도 사회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집행관제도가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근대적 집행법이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정치권이든, 학계든 이에 대한 정책적 검토와 비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집행관제도 개혁의 성패는 바로 법원과 검찰 고위직이 독점한 집행관의 자격요건 개선과 집행 사건에 맞는 적정한 정원 확대, 그에 따른 보수체계 개선에 달렸다. 또한 집행관 업무를 어떻게 획기적으로 조정하고 개선하며 잘 감독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사법 선진국의 집행관 신분과 보수체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민사집행을 위해 집행관제도를 택하지 않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집행관의 업무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부담 지우느냐가 나라마다 다를 뿐이다. 어떤 국가는 민사소송법 체제 안에 집행관제도를 두는가 하면, 또 다른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단행법 체제로 집행관제도를 두고 있다.

    집행관 자격 취득은 크게 임명제와 선거제로 이뤄진다. 프랑스 집행관(Huissier)은 전임자 추천에 따라 임명되고, 독일 집행관(Gerichts Vollzieher)과 영국 집행관(Sheriff와 Bailiff)도 공무원으로 임명한다. 일본에서 집행관으로 임명되려면 집행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미국 연방집행관(Marshal)은 임명제 연방공무원이며, 지구집행관(Constable)은 일반 주민의 선거로 뽑거나 임명제를 병용한다. 미국의 주집행관(Sheriff)과 카운티 지구집행관(Constable)도 주법에 따라 선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법원과 검찰의 고위관료가 집행관을 독식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집행관 신분은 순수공무원제와 특별직공무원으로 나뉜다. 독일과 영국의 집행관과 미국 연방집행관은 순수공무원 신분이고, 특별직공무원 신분을 가진 경우는 한국, 프랑스, 일본, 미국의 주집행관과 카운티 지구집행관 등이다. 독일은 공무원 보수를 받고, 집행수수료는 국고에 귀속하며, 일정 비율(26∼31%)만 배분받는다. 프랑스는 집행위임자가 수수료를 부담하고 미국 연방집행관은 순수봉급제를 택하고 있다. 미국 주집행관과 카운티 지구집행관은 수수료제와 고정급제를 병합한다. 일본 집행관은 수수료제를 택하고 있다. 수수료제를 택하는 나라의 경우 집행관 정원이 많아 우리나라처럼 고액을 받을 수 없다.

    집행관이 법원으로부터 독립한 기관인지 종속한 기관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독일 집행관은 집행법원 소속 법원공무원으로, 법원에 종속돼 있다. 프랑스 집행관 또한 역사적으로 재판소 부속 직원으로서 공법인(독립) 조직이며, 미국 연방집행관은 공무원으로서 법원에 종속돼 있다. 단, 주집행관과 카운티 지구집행관은 법원으로부터 독립된 자격을 얻는다. 일본 집행관도 독립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집행관제도는 이처럼 각 나라별로 다르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각국 사회상과 사법제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집행기관은 사법기관인 법원과 집행관으로 양분돼 있으며 법원이 집행관에 대해 감독권을 갖고 일정한 집행업무(동산 경매, 부동산 철거 및 인도 관리, 벌금·과료·과태료 추징 등)를 하게 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 간에는 상호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을뿐더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집행체계에 혼선이 많은 게 현실이다. 업무 또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집행 내용과 결과 차이도 크다. 특히 집행관의 보조인력(집행노무자) 동원체계의 관리 부실과 집행물의 보관 및 관리 부실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며 민원 여지도 많다.

    소수 ‘철밥통 집행관’, 법원공무원으로 흡수하라!
    집행기관과 협조체계 미흡

    우리나라는 법원 재판 과정에서도 집행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집행 불능 판결이 생성되거나 당사자들이 판결(집행력)만 신뢰하고 집행 방법과 그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해 집행기관(집행관)과의 마찰이 잦다. 이는 정확한 집행 법리와 효율적인 실무절차의 접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재판기관과 집행기관 간 협조체계가 정립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집행관이 법원 내 조직 및 구조로 편입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법원 고위직 공무원의 집행관 독점 현상에서 비롯된 관료화와 집행문화의 후진성, 집행체계의 혼란을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 대안은 집행관을 법원 내 조직으로 편입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현행 집행관 조직을 법원 내부로 편입해 집행관을 법원 현직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동산 등에 대한 강제집행은 전자입찰 방식의 경매제도를 도입해 운영하자는 얘기다.

    이 경우 지금까지 집행관이 독식했던 수수료는 국고 수입으로 환원되고 집행관은 순수 법원공무원으로 월급만 받으면 된다. 그러면 집행관제도가 일부 특권층이 불로소득을 누리는 수단이 아닌 국민 처지에서 운영되는 민주적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 수수료의 국고 환원은 국고 수입 증대에도 기여하며 국민 역시 저렴한 비용으로 민사집행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행 집행관 관련 법규를 모두 폐지하고 이를 민사집행법에 흡수하는 입법을 단행해야 한다. 동산 등에 대한 경매의 집행기관도 ‘집행관’에서 ‘집행법원’으로 변경 및 통일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집행관사무소를 지방법원 민사집행과 및 소속 지원 사무과의 집행계나 경매계에서 각각 흡수, 통합하고 집행관 업무는 7급 이상 집행부서 직원이 담당하며, 경매사건을 진행하는 경매계장이 집행관이 하던 매각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고, 집행 난도 및 실적에 따라 집행 수당을 지불하면 현재 집행관이 집행하는 것에 비해 국민에 대한 서비스 질이 크게 나아질 것이다.

    더불어 집행 노하우가 축적돼 업무 능률이 향상될 테고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도 제고될 것이다. 민원인 처지에서 보면 민사집행과 또는 종합민원실에 접수만 하면 되고 집행관사무소를 별도로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집행에 대한 공적 강제력이 지속적으로 확보되고 신속한 집행도 가능하며 집행 관련 업무는 통일되면서 부조리는 일소할 수 있다. 사소한 사건에 대한 양질의 사법 서비스도 제공 가능하다.

    다만, 법원 조직 안으로 집행관 조직을 편입할 경우 집행관사무소 소속 직원의 고용승계, 장래 신규직원의 선발 및 집행관의 임기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집행업무 수행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집행관이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 과실태만 보험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집행관제도의 개혁을 둘러싸고 현재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예를 들어 자산관리공사, 기타 법률관련 자격사 등)은 법원이 문호를 개방해 집행업무를 법원 외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자격사에게도 집행관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행관제도의 민간이양론이 바로 그것이다.

    민간이양론 그리고 부실 가능성

    소수 ‘철밥통 집행관’, 법원공무원으로 흡수하라!

    대규모 정리해고 문제로 6개월 넘게 총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2011년 6월 27일 노사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가운데 법원 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 등 200여 명이 노조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강제집행이라는 공적 업무를 민간이 담당하는 데 대한 법리적 논란이 따를 수 있다. 민간 집행관이 부실한 집행으로 이해관계인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그 책임은 공적 문제이므로 국가가 져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행 관련 법규정의 미비나 실무상 집행 관련 법의 적용 및 해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 및 구제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 불신만 높아지게 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집행관을 민간에서 맡는다면 업무수행 기관 간 극한 경쟁이 생기고 집행업무의 과열로 사법 신뢰가 떨어져 전 국민적 원성을 살 수 있다. 경매시장 구조가 민간 집행관 조직에 의해 왜곡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집행 공정성과 공공성 확보가 곤란해지고 집행을 둘러싼 분쟁이 확대될 수도 있다. 민간 집행조직은 자신의 수수료 수입 확대를 위해 집행사건 범위를 확장해달라며 떼를 쓸 수도 있고, 이는 집행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민간이양론이나 법원 내 조직으로의 편입은 법원과 집행관 조직의 전면적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당연히 자기 밥그릇이 작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등장한 개혁론이 바로 현행 집행관제도를 유지하면서 집행관 정원만 대폭 늘리자는 방안이다. 이는 법적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 가장 쉬운 개혁안이지만, 개혁 효과가 미미하고 국민 권익보호 측면에서 보면 미흡한 조치라 볼 수 있다. 법원과의 유기적 협조로 업무가 혁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집행관직이 고위직의 전유물이 되는 고질병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만약 집행관 정원이 대폭 증가한다면 수수료 수입의 감소로 집행관직을 선택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개연성도 크다.

    몇 년 전 법원노동조합(노조)은 집행관제도개선추진협의회를 출범하고 단체교섭에서 집행관 인원 증원, 직급별 할당제, 노조임원의 집행관 자격 심사위원회 참여 등을 요구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반영된 부분은 극히 일부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봤듯 집행관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집행관을 법원 내부로 편입하는 방법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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