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0

2014.06.02

눈앞에서 펼쳐지는 ‘더티 섹시’의 매력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06-02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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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서 펼쳐지는 ‘더티 섹시’의 매력
    ‘환상의 커플’ ‘풀 하우스’ ‘나의 PS 파트너’ ‘오싹한 연애’…. 흥행에 성공한 영화와 드라마이자 이미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났거나 만날 예정인 공연 제목이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의 연극 및 뮤지컬화는 굉장히 흔한 일이 됐다. 2012년 개봉해 관객 460만 명을 끌어모으며 호평받은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도 이 같은 제작 분위기에 동참했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영화사 수필름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작품은 영화의 큰 줄거리와 결말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 정인의 독설이 빛을 발하던 라디오 코너 ‘오후의 불청객’도 그대로 살렸다. 예쁘고 섹시한 데다 완벽한 요리 솜씨까지 갖춘 아내 정인과 아내의 불평, 독설 때문에 하루하루 사는 게 죽을 맛인 소심한 남편 두현.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내가 무서워 말도 꺼내지 못하던 두현은 옆집 사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작품은 연극이지만 피아노 연주와 조연들의 라이브 덕에 뮤지컬 같은 느낌을 준다. 정인을 제외한 모든 배우가 한 곡 이상씩 노래를 부른다. 영화 속 화제의 장면인 성기의 ‘핑거발레’는 미리 찍어둔 캠코더 영상과 무대에서 실시간 연기하는 모습을 겹쳐 재미있게 표현했다. 공연 내내 이 캠코더는 요긴하게 쓰인다. 성기와 두현이 영상 통화를 할 때 실시간으로 얼굴을 찍거나, 모래 그림을 그리는 성기와 찍어둔 영상을 합쳐서 보여주는 등 무대라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더티 섹시’의 매력
    입만 열면 불평불만인 정인 역은 배우 류현경과 심은진이 맡았다. 이들은 속사포 같은 대사를 막힘없이 소화하며 수위 높은 ‘섹드립’까지 맛깔나게 소화했다.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판타지처럼 만드는 마성의 카사노바 성기 역은 뮤지컬 배우 김도현과 조휘가 맡았는데, ‘류승룡 아니면 누가 장성기를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불식해준 캐스팅이었다. 소심하고 지질한 남편 두현 역은 배우 김재범과 전병욱이 맡아 MSG(글루탐산일나트륨) 같은 매력의 정인과 성기 사이에서 심심한 맛으로 극의 완급을 조절한다.

    현재 공연되거나 제작 단계에 있는 영화 원작 연극은 10여 편 된다. 기존 영화 관객의 공연계 유입은 물론, 공연을 보고 굿다운로드나 IPTV로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경우까지 기대할 수 있어 여러모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따발총같이 대사를 쏘아대던 정인과 ‘더티 섹시’ 성기의 매력을 생생한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는 내 아내(남편)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6월 29일까지,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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