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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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요양병원 참사 세월호 판박이

8분간 화재로 21명 사망…대피·제연시설 미비 등 총체적 인재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6-02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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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 요양병원 참사 세월호 판박이

    5월 28일 오전 0시 25분께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병원 별관 2층에서 불이 나 유독가스를 들이마신 50~90대 환자 등 2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이사문 효실천사랑나눔병원 이사장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왼쪽).

    단 8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5월 28일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병원 별관 2층에서 화재가 난 시간은 0시 25분, 소방대원이 도착한 건 0시 31분, 초기 진화를 마친 시간은 0시 33분이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노인 환자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고 또한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안전대책 미흡이, 직접적으로는 병원 측의 안이한 대응이 한몫했다.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주범은 유독가스였다. 숨진 피해자는 모두 화상이 아니라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을 거뒀다. 첫 발화지점인 다용도실은 침대 매트리스와 플라스틱 재질의 의료기기를 보관하는 창고로, 이것들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별관 2층 10개 병실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대부분 치매와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덮쳐오는 연기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병원에는 유독가스를 막아줄 제연시설이 없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더라면 연기가 퍼지는 속도를 줄일 수 있었을 테지만 이마저도 없었다.

    요즘 초고층 인텔리전트 빌딩에는 대부분 공기를 순환하는 공조 시스템인 제연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소방법상 강제된 규정은 전혀 없다. 스프링클러의 경우 연면적 600㎡ 이상의 요양원만 설치 대상일 뿐 요양병원은 의무 사항이 없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에 제연시설과 스프링클러 설치가 강제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스프링클러 시설 강제 규정 없어

    더욱이 요양병원은 대부분 치매나 알코올중독 등으로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병원을 탈출하는 등 돌발행동을 자주 하는 노인 환자가 대다수인 관계로 비상구가 폐쇄돼 있고 병실 창문마다 쇠창살이 설치된 점을 고려한다면 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화재가 난 별관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화재가 난 2층의 12개 창문 가운데 11개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고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의 안전 점검도 무용지물이었다. 병원 측은 전남도가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 관련 매뉴얼의 현장 작동 여부 점검을 지시하자 소방설비 구비 등을 자체적으로 점검한 뒤 5월 9일 장성군에 ‘이상 없다’고 보고했다. 장성군도 21일 직원들이 현지 점검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설령 이런 안전대책이 없더라도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 직원 인력만 충분히 확보돼 있었다면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화재 당시 별관 2층에 머물던 35명 가운데 5명은 자기 의지로 걸을 수도 없어 누워 있는 환자였고, 25명은 치매환자였다. 하지만 화재가 날 당시 이들을 안거나 부축해 신속히 대피하게 할 인원은 숨진 간호조무사 1명뿐이었다.

    본관에는 의사 1명과 간호사 등 간호인력 11명이 근무 중이었다. 이마저도 보건복지부의 발표 내용이라 추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고 당시 입원 환자는 324명. 의료법의 요양병원 야간당직 인력 배치 기준을 보면 입원 환자 2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등 간호인력 2명을 두게 돼 있다. 하지만 화재 당시 병원 전체에 당직 의사는 1명뿐이었고, 별관 건물에는 간호조무사 1명밖에 없었다.

    장성 요양병원 참사 세월호 판박이

    용의자가 방화 후 3006호 창고를 빠져 나오는 모습(왼쪽). 5월 28일 오후 공개된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병원 내부 모습.

    요양병원 크게 늘어나 걱정

    문제는 이런 요양병원이 2000년대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 2월 자료를 보면 2004년 115곳 1만4000병상이던 게 2012년 3월 기준으로 937곳 13만4509병상에 이르렀다. 이 중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곳은 200곳에 불과하다. 사고가 난 효실천사랑나눔병원의 경우 지난해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 후 전국 각 요양병원에는 부모를 모셔놓은 환자 가족 측의 안전사항 점검 요청이 이어졌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5월 29일 효실천사랑나눔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개인용 컴퓨터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병원 운영 전반의 문제점과 화재 당시 병원 측 근무 상황 및 환자들에 대한 구호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파악하는 한편, 별도의 수사본부를 설치해 방화 용의자 김모(81) 씨를 상대로 방화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5월 1일 뇌경색증으로 효실천사랑나눔병원에 입원한 김씨는 사건 당일 0시 15분쯤 담요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자기 병실인 3002호에서 나와 0시 16분 42초 화재 발생 장소인 3006호 창고로 들어갔다. 5분 뒤인 0시 21분 30초에 나올 때는 빈손이었다. 창고에서 불길이 솟은 시점은 약 3분 뒤인 0시 25분이었다. 화재 현장에서는 라이터 등 인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CCTV를 근거로 김씨를 실수 또는 고의로 불을 낸 용의자로 지목한 상태다.

    장성 요양병원 참사 세월호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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