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9

2014.05.26

청정 자연이 키운 은어와 한우 맛난다, 맛나

전남 곡성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5-26 14:0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청정 자연이 키운 은어와 한우 맛난다, 맛나

    해발 700m를 오르내리는 전남 곡성은 음식이 특히 맛있다. ‘한림순대’의 똥순대, ‘금생춘’의 옛날 짜장과 짬뽕(왼쪽부터).

    강원 정선과 전남 곡성은 재래시장 덕에 유명해진 곳이다. 외진 곳에 있지만 기차가 다녀 사람 왕래가 빈번한 것도 닮았다. 인구 3만 명을 넘긴 곡성에는 1년에 40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전국 유일의 기차마을인 곡성 기차마을(오곡면 오지리)을 관광하고, 곡성장에서 특산물을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매월 끝자리 3일과 8일 열리는 오일장에 토요장이 더해진 곡성장은 재래시장답게 지역 식재료가 넘쳐난다.

    해발 700m를 넘나드는 곡성은 섬진강 맑은 물이 흐르고 일교차가 심해 작물이 다양하고 맛도 좋다. 5~6월 오곡면 압록마을에선 대한민국 최고의 은어가 잡힌다. 은어와 함께 맑은 물에 사는 참게도 유명하다. 맑은 물에서 자란 은어는 회로 먹으면 수박향이 난다. 여기에 고소한 은어튀김도 인기 많은 메뉴다. 압록마을에서 나는 다양한 민물생선으로 끓인 매운탕도 빼놓을 수 없다. 김치 달인으로 유명한 주인이 운영하는 ‘새수궁가든’은 좋은 식자재 사용으로 이름나 현지 주민이 많이 이용한다.

    큰 일교차는 소 사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북축산연구소가 있는 경북 영주나 한우로 유명한 강원 횡성 같은 곳이 다 일교차가 심한 곳이다. 곡성도 비슷하다.

    청정 자연이 키운 은어와 한우 맛난다, 맛나

    ‘옥과한우촌’의 육회.

    곡성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옥과면의 ‘옥과한우촌’은 크고 넓지만 사람으로 넘쳐난다. 소를 키우던 주인이 몇십 년 전 시작한 이곳은 곡성을 넘어 광주와 전남 일대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한우 중에서도 암소만 판매하는 식당은 생고기도 파는 일종의 정육점식당이다. 오전에만 먹을 수 있는 토시살 구이나 꽃등심도 인기가 많지만 한우를 날로 먹는 생고기도 좋다. 당일 잡은 암소 엉덩잇살과 기름기가 많고 단단한 차돌박이를 생고기로 판다. 참기름을 살짝 친 덕에 엉덩잇살은 차지고 고소하다. 얇고 길쭉하게 썬 차돌박이 생고기는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알맞게 난다. 생고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생비’(생고기를 얹은 비빔밥)나 ‘익비’(익힌 고기를 얹은 비빔밥)를 먹기도 한다. 전라도 비빔밥의 공통된 특징인 생고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곡성 오일장 앞에 있는 ‘순한 한우 명품관’은 곡성 사람이 최고로 치는 식당이다. 곡성축협에서 운영하는데 질 좋은 거세우를 맛볼 수 있다. 하루에 100그릇만 판매하는 갈비탕은 오후가 되면 떨어지기 십상이다. 시장 한편에 순댓국밥과 백반을 파는 식당이 5곳 몰려 있다. 장을 보러온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라 아침 일찍 문을 연다. 순대 속에 선지만 넣은 ‘똥순대’ 국밥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 똥은 돼지의 옛말인 ‘돗’에서 나왔다.



    곡성과 가까운 전북 남원에 주소를 둔 50년 역사의 중국집 ‘금생춘’도 곡성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주소지는 남원이지만 곡성과 맞닿은 곳에 자리해 곡성 사람은 이곳에서 짬뽕이나 짜장면을 즐긴다. ‘금생춘’의 성공 덕에 곡성에는 중국집이 많다. ‘금생춘’의 간판 메뉴는 짬뽕으로, 곡성 명물인 고춧가루를 사용한 국물은 얼큰하면서 단맛이 나지만 무겁지 않다. 제대로 뽑아낸 얇고 하늘거리는 면발도 상당한 수준이다. 국물과 면발이 봄날 연인처럼 가볍고 싱그럽다. 짜장면에는 ‘옛날 짜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고기가 귀한 시절 짜장면에는 주로 감자와 당근, 양파 같은 채소를 넣었는데 이를 ‘옛날 짜장’이라 부른다. 면발은 짬뽕과 같은 얇은 수타면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