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9

2014.05.26

목소리 힘은 빼고, 노래 맛은 살리고

아이유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5-26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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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 힘은 빼고, 노래 맛은 살리고

    아이유가 5월 16일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아이유는 1993년생이다. 그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명곡으로 채운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내놨다. 김광석, 이문세, 산울림, 조덕배, 김현식, 김완선. 모두 80년대 노래다. 과거 유산만으로 채운 ‘꽃갈피’는 그러나, 그저 그런 리메이크 앨범이 아니다.

    리메이크는 대부분 음악적 실패로 귀결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보통 리메이크 대상이 되는 노래는 발표 당시 크게 히트를 기록했거나 명곡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다. 원곡을 접하지 못한 세대라면 몰라도 동시대를 향유했던 계층의 머릿속엔 또렷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차별성을 두려 한다. 또는 원곡을 뛰어넘으려 하지만 결과는 무리수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이런 일은 굳이 음반이 아니더라도 비일비재하다.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일상적으로 목도하는 현상이다. 가창력이 고음역과 성량, 바이브레이션 같은 부수적 요소로만 평가되기에 벌어지는 ‘적폐’다. 리메이크가 종종 원곡에 대한 모독이나 심지어 ‘부관참시’가 되는 첫 번째 이유다.

    또 다른 실패는 리메이크 당사자가 원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벌어진다. 아이돌 그룹의 리메이크 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이런 종류의 리메이크는 대부분 가수 당사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 10, 20대 팬을 가진 가수에게 필요한 건 팬층의 외연을 확대하는 일이다. 예능을 통해서만 자신을 아는 기성세대에게 음악으로 어필하고 싶을 때, 과거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원곡을 해석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아쉬움을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두 가지 허점을 아이유는 영민하게 비켜 간다. 그가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오른 건 ‘좋은 날’에서 선보였던 삼단 고음 힘이 컸다. 넓은 음역대를 가졌다는 건 보컬리스트로서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아이유는 자신의 첫 리메이크 앨범에서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편곡은 단출하다. 심지어 ‘꿍따리 샤바라’는 우쿨렐레를 기반으로 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바꿨다.



    담백하지만 비어 있지 않은 이 소리들 위에서 아이유는 자분자분 노래한다. 그간 종종 뿜어내던 힘을 낮잠 자는 고양이의 발톱처럼 숨긴다. 김광석, 김현식 같은 전설적인 보컬리스트와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거대한 하늘 아래를 민들레 꽃씨처럼 떠다닌다. 아이유가 그동안 방송과 CF 등을 통해 ‘옛사랑’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같은 곡을 부르며 선보였던 방식이다. 힘을 빼는 대신 다른 것을 얹는다.

    이러한 방향성이 극대화된 곡이 산울림의 ‘너의 의미’다. 그동안 산울림 노래는 끊임없이 리메이크됐지만 김창완이 그 작업에 참여한 적은 없다. 이 첫걸음을 아이유는 헛되이 하지 않는다. 청년 시절 애수에 세월의 무게를 얹어 마이크 앞에 선 김창완과 거기서 세월만을 뺀 아이유 목소리는 39년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스며들 듯 섞인다.

    그래서 ‘꽃갈피’엔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욕심이 없다. 본질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방향성만 있다. 아이돌은 단명하지만 뮤지션은 영원한 법. ‘꽃갈피’는 데뷔 7년 차 ‘아이돌’ 아이유의 향후 경력에 하나의 분기점이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팬층의 외연을 대폭 넓힐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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