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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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心’ 때문에 박 터지는 與

새누리당 7월 14일 全大 확정…친박 對 비박 당권 놓고 기싸움 한창

  • 손영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4-02-24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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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철도 아닌데 무슨 조기 전대론이야?”

    5월 14일 황우여 대표 체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전당대회(전대) 개최 주장에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이 내보인 반응이다. 김성태 의원 등 비주류가 ‘4월 전대론’을 주장했지만 당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6월 말~7월 초 전대 개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서청원, 김무성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도 “언제 전대를 개최하든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임에 따라 ‘지방선거 후 전대 개최’로 가닥이 잡히는가 싶더니 결국 2월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7월 14일 전대를 치르기로 의결했다.

    당내 비주류와 비박(비박근혜) 인사들을 중심으로 예정대로 3, 4월에 전대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의원 대부분은 지방선거 이후 전대를 여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부산의 한 친박 의원은 “전대를 하면 선거 열기로 당이 완전히 쪼개진다”며 “선거에 당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전대로 불필요한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립 성향의 의원은 “전대 개최 시기는 계파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당의 장기적 전략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선거 성적표가 최대 변수

    “지도부를 바꾼다고 지방선거 전망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나면 분명히 지도부 책임론이 일 텐데, 이것을 새 지도부에 떠넘기고 2~3개월 만에 지도부를 바꾸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지방선거 후 전대 개최라는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친박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당권주자들 사이에 미묘한 엇갈림이 있다. 당초 친박 주류 측에선 ‘8월 전대론’을 선호했다. 6월 지방선거는 물론 7월 재·보궐선거까지 치른 다음 당을 추스르기 위한 새 지도부를 출범하자는 논리였다. 예정대로 6월 지방선거 전 새 지도부가 출범할 경우 선거 결과에 따라 단명(短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실제 홍문종 사무총장은 2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8월 18일 전대 개최를 제안했다.

    ‘朴心’ 때문에 박 터지는 與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날짜가 정해지면서 당권 주자들의 득실 계산도 분주하다. 당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과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남경필, 이완구 의원(왼쪽부터).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방선거 이후 전대를 치르면 6·4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5월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장)을 겸하게 된다. 한 최고위원은 “비대위는 말 그대로 당이 비상상황일 때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며 “당의 정치적 일정 때문에 비대위 체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최고위는 ‘6월 30일, 7월 7일, 14일 중 하루를 선택하자’는 수정 제안을 내놓았다.

    전대 시기가 7월 14일로 확정됨에 따라 차기 당권주자들의 득실 계산도 분주하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전대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안팎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은 서 의원이지만 한동안 원외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다시 국회에 돌아온 만큼 당내 접촉면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전대에서 지방선거 성적표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서 의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에서 낙승할 경우 서 의원을 구심점으로 하는 친박 주류에 힘이 쏠리겠지만, 반대로 패할 경우 당내 비주류와 쇄신파가 친박 지도부에 선거 패배 책임을 물을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김무성 의원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

    5월에 치르는 원내대표 경선은 전대 결과를 가늠할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에선 원내대표-당대표가 영남과 비영남 조합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현 황우여 대표 체제도 인천의 황우여 대표와 대구·경북(TK) 출신의 최경환 원내대표가 투톱을 이뤘다.

    따라서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는 충청권 출신인 이완구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면서, 같은 충청권 출신인 서 의원이 전대에서 불리하리란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지 13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한 정갑윤 의원을 서 의원이 간접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충청 당대표-영남 원내대표 구도를 가져가야 전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남의 한 재선의원은 “이완구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전대에선 김무성 의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원내대표 선거 레이스에서 빠진 이주영 의원도 같은 지역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동시에 나오지 않는다는 정치구도를 의식한 측면이 컸다. TK 원내대표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朴心’ 때문에 박 터지는 與

    2월 20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왼쪽)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얼굴 붉히며 설전

    지방선거 후보자 선정부터 원내대표와 전대 출마자까지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면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의식한 행동도 두드러진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은 2월 14일 서울 한국공인회계사회관에서 열린 전국포럼연합·㈔21세기 분당포럼 주최 토론회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적화통일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무능하고 부패한 우리 정치권을 뒤집어엎어 혁명을 했다”고 말했다.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운 김 의원이 5·16을 ‘쿠데타’가 아닌 ‘혁명’으로 규정하며 청와대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김 의원의 이날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전대를 앞두고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여권의 우려를 불식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포석이란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우파적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며 ‘보수의 아이콘’임을 강조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원조 친박이다. 친박 1번으로서 친박을 다 만들었다”며 자신이 언론에서 비박 인사로 분류되는 것을 적극 해명했다.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몽준 의원 역시 2월 11일 “박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아는 사람으로서 나도 친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잘 좀 분류해달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박 인사인 정 의원이 스스로 친박이라 주장해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친박계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지원한다는 이른바 ‘박심 논란’에 정 의원이 일침을 놓은 것이라고 풀이한다.

    한편 2월 19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정몽준 의원과 친박 핵심 최경환 원내대표가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20일로 예정된 여야 의원 40명 안팎의 중국 방문 일정이 계기가 됐다. 최 원내대표가 “20일 본회의가 예정됐는데 방중단 규모를 줄이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정 의원은 “방중 일정까지 고려해 사전에 본회의 연기 요청까지 했다”고 맞받았다. 이에 최 원내대표가 “그런 보고를 못 받았다”고 했고, 정 의원은 “최 원내대표는 만날 목소리를 높이느냐”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어수선한 요즘 새누리당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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