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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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서진전략…新실크로드 열린다

서부대개발 통해 서유럽까지 교역 확대…한국 기업과 정부 적극적인 관심 필요

  •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pskim@hri.co.kr

    입력2013-12-09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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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서진전략…新실크로드 열린다

    중국 서부대개발 거점 도시인 청두, 충칭, 시안은 대형 백화점과 고가 명품 매장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동부 연안 대도시와 맞먹는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평일 밤 늦게까지 쇼핑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청두의 최대 번화가 춘시로.

    2013년 11월 12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결과에 대해 국내외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어찌됐든 중국 경제가 변화하리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변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부정적 의견도 많다. 특히 최근의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타개책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이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성장 방식의 변화를 강조한 부분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발도상국은 생활수준 향상이나 서비스업, 내수 성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가 넓고, 정확한 인구규모를 추산하기조차 어려운 중국은 더욱 그러하다. 중국 경제의 미래가 정부 의도대로 진행된다면, 서비스업과 내수시장을 포함한 실제 경제성장은 겉으로 보이는 수치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성장 방식 변화는 2001년부터 2050년까지 지속되는 서부대개발과 궤를 같이한다. 동부 연안에 비해 낙후한 서부 내륙 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서부대개발의 중심은 생활수준 향상, 지역 시장 활성화, 지역 안정, 친환경 성장, 도시화 등으로 3중전회에서 강조된 부분과 일치한다. 이 밖에 서부대개발의 드러나지 않은 목적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은 서부대개발을 통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서쪽 접경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크게는 서유럽까지 교역로를 확보하고자 한다.

    ‘유라시아 랜드브리지’ 기회

    현재 중국의 핵심 교역로는 동부 연안에 자리한 항만으로, 상하이항에서 출발한 배가 서유럽에 도달하려면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 입김이 강한 지역으로 중국 처지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서부와 유럽 간 육로 개발은 물자 이동의 새로운 옵션이 되는 셈이다. 서부대개발을 지역 경제개발 차원을 넘어 국제 경제 및 정치적 관점, 이른바 ‘서진전략’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서부전략은 한국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 서부라는 뉴프런티어로 진출할 기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한반도와 서유럽을 육상으로 잇는 ‘유라시아 랜드브리지’의 기회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서진전략 키워드로는 서고동저(西高東低), 서향개방(西向開放), 기초설시(基礎設施), 신형성진화(新型城鎭化), 외국원소(外國元素)를 들 수 있다. 이 중 서고동저와 서향개방은 서진전략의 목적에 해당하고 기초설시, 신형성진화, 외국원소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성장 속도는 서부, 중부, 동부 순으로 높은 특징(서고동저)을 보인다. 최근 중국국가통계국은 2012년 국가 경제성장률을 7.7%라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동부 지역 경제성장률은 7% 이하, 중부 지역은 8%대, 서부 지역은 10%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이는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이란 측면에서 좀 더 주목해야 할 수치로, 지난 10여 년 동안 진행된 서부대개발 정책의 중간 결과이자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서부 접경 국가와의 정치, 경제적 유대 강화와 신(新)실크로드 개발(서향개방)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 대부분이 동의하는 서진전략의 또 다른 목적이다. 이미 중국은 2001년 출범한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4개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교역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서부 지역에 개방형경제실험구를 설립하는 등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 처지에서 보자면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만만치 않은 세력이 자리 잡은 동쪽 지역은 안정 상태 유지에 힘쓰고, 그 대신 서쪽 지역을 세력 확장 돌파구로 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서진전략의 수단 측면을 보면 먼저 인프라 개발을 들 수 있다. 서부대개발 1단계(2001~2010)는 전력, 천연가스, 수자원, 철도 등 중국 동부와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인프라 건설이 중심이었다. 반면 앞으로의 20년(2단계· 2011~2030) 동안 인프라 투자의 중심은 서부 내륙 자체의 개발(기초설시)이 될 것이다(표 참조). 여전히 서부 지역은 교통, 수도, 에너지, 산업 및 주거 등 막대한 인프라 수요가 남아 있다. 이는 인프라를 만드는 건설 부분은 물론, 인프라를 활용하는 각종 산업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지역 경제 성장에서 가장 필요하면서도 손쉬운 방법인 인프라 투자를 마다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中 서진전략…新실크로드 열린다
    지역별로 각각 다른 특징

    도시화 역시 서부 내륙 개발 수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도시의 건설(신형성진화)은 최근 중국 도시화정책에서 최대 화두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지속가능은 환경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모두 의미한다. 중국에서 환경문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중대 사안으로 녹색산업 육성, 친환경시설 건설 정책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농민공(農民工) 수가 3억 명에 달하는 중국 특성상 주민이 자기 지역에서 취업하고 소비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사회, 즉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동부 지역의 이미 만들어진 도시들은 차치하고라도 서부 내륙에 형성 중인 새로운 도시들에 대해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간 중국 정부는 국내 개발 과정에서 해외 투자 유치(외국원소)에 적극적인 정책을 운용해왔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개방성은 서부 개발에서도 주요 수단이 된다. 국내 자본과 기업들만으로는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확충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글로벌 자본 유치에 노력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이 서부 지역에 생산기지를 설립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협력업체들이 산시성 시안에 진출하는 등 서부대개발에 관심을 보인다.

    중국의 특징을 파악하려면 ‘하나의 국가 중국’이라는 특성과 ‘중국 안의 다른 국가들’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진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큰 목적과 일반적 수단은 국가 차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의 경제성장 방향이나 외교정책에 정확히 부합하도록 기획된 전략이라는 뜻이다. 반면 지역별 발전 속도, 핵심 산업 및 경쟁력 등에서 서부 내륙은 동부 지역과 다르며, 서부 내륙 안에서도 지역별로 각각 다른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서부대개발 대상 지역이 12개 성(省)에 달하고, 다양한 민족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생활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서부 내륙의 해외 투자 수요나 진출을 위한 지역 모니터링은 지역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중국을 거쳐 서유럽까지 이어지는 신실크로드 구축에 대한 한국 기업과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기회의 창은 쉽게 열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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