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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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당국 유권해석 힘이 너무 실렸다”

판례 중심 법인세법 해설서 펴낸 김규수 공인회계사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1-09-19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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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당국 유권해석 힘이 너무 실렸다”
    간단한 의문 하나. 세금 문제에서 국세청은 객관적인 제3자일까, 아니면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하는 이해당사자일까. 다른 질문으로 바꿔보자. 국세청의 세금 처리에 이견을 가진 기업 회계 담당자들에게 세무당국의 판단은 ‘절대적인 결론’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판단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해석의 차이’일까.

    “세금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죠. 최근 세금 추징이 불거져 잠정 은퇴를 선언한 방송인 강호동 씨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법 해석이나 적용은 사안별로 납세자와 국세청 사이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누가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요.”

    최근 ‘법인세법’이라는 딱딱한 제목의 해설서를 펴낸 김규수 공인회계사(46·법률사무소 행복세상)의 도발적인 문제 제기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에서는 세무당국의 유권해석에 지나친 권위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호동 씨 사례에서 문제가 된 비용 처리 범위에 대한 이견도 국세청의 판단을 넘어 법원이 그간 쌓아온 재판 결과를 참고해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가 이번에 펴낸 책 역시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법인세법 전체를 설명한 전문서다. 기존에 나온 관련 서적이 주로 세무당국의 유권해석을 중점적으로 다룬 데 비해, 법원 판결로 법인세법을 심층 분석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는 설명. 세금 관련 서적이 대부분 내용별로 사례를 다루는 것과 달리 2000여 쪽에 걸쳐 법조문 순서대로 법인세법의 시작부터 끝까지 해설한 것도 이채롭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세무당국의 유권해석과 판례가 어긋나는 부분을 꼼꼼히 다룬 대목이다. 오랜 기간 회계법인 등에서 일하며 접한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녹여가면서 준비하는 데만 5년 가까이 걸렸다고. 사실 이러한 작업은 기존 회계업계에서는 사뭇 이단적인 행동에 가깝다. 김 회계사는 “다니던 회계법인을 그만두고 혼자 책을 준비하다 법을 다루는 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적합할 것 같아 법률사무소에 둥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기업은 대부분 세무당국의 판단을 별다른 고민 없이 따라가지만 실제로는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일단은 과세당국의 판단대로 세금을 납부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의제기를 통해 법률적인 최종 판단을 받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 또한 기업과 시민의 권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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