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4

2011.09.19

2013년 균형재정 뾰족 수 있나

세수 늘리거나 세출 줄이기 쉽지 않아…부자 감세 철회로 연간 2조8000억 원 세수 증가 예상

  • 이귀전 세계일보 경제부 기자 frei5922@segye.com

    입력2011-09-19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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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균형재정 뾰족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이 7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5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가 ‘균형재정’ 달성에 목을 매고 있다. 이명박(MB)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전 세계적인 재정위기에 대응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다. 하지만 ‘균형재정’을 달성하기엔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균형재정을 위해선 세수를 늘리든지 세출을 줄여야 하는데, 정부는 양쪽 모두 선택하기 어려운 처지다. 결국 정부는 감세 정책을 철회키로 했다. ‘MB노믹스’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셈이다.

    균형재정은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일치해 흑자도, 적자도 없는 재정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곧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를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의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은 정부가 기존에 ‘2010∼2014 국가재정운용계획’(중기재정계획)에서 밝힌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2014년에서 1년 앞당기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계획에서 관리대상수지를 2010년 -30조1000억 원, 2011년 -25조3000억 원, 2012년 -14조3000억 원, 2013년 -6조2000억 원으로 적자 규모를 줄이고 2014년에 2조7000억 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표1 참조).

    그러나 2010 회계연도 국가 결산 결과, 관리대상수지는 13조 원 적자로 중기재정계획보다 적자 규모가 17조1000억 원 줄었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계획을 수립할 당시의 전망치(5%)를 훨씬 뛰어넘는 6.2%를 기록해 세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를 유지한다면 이 대통령 발표대로 2013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균형재정 딜레마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4.5%로 낮췄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기재정계획에서 연평균 국세수입 증가율을 9.1%로 제시했으나, 성장률 전망치 하향으로 국세수입 전망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더욱이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잡으려고 원·달러 환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 역시 세수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공기업 매각 등을 통해 세외 수입을 늘리는 일도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이하 재정부)가 지난해 말 밝힌 예산상 유가증권 매각수입은 총 1조5251억 원가량이다. 그중 기업은행 지분 일부 매각액을 포함한 일반회계의 매각수입액은 7857억 원, 인천공항 주식의 일부 매각을 가정한 특별회계 매각수입액은 7393억 원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보유 중인 65.1%의 기업은행 주식 가운데 ‘50%+1주’를 빼고 나머지를 올해 말까지 모두 팔기로 했다. 절반은 해외 투자자에게, 나머지 절반은 국내 투자자에게 블록세일로 매각할 방침. 이에 따라 재정부는 6월 21일 기업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은행 주가가 하루 사이 10% 가까이 폭락해 지분 매각이 불발로 끝났다. 인천공항 민영화 역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세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2013년 균형재정 뾰족 수 있나
    ‘MB노믹스’ 핵심 부자감세 철회

    세입을 늘릴 이렇다 할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면 세출을 줄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재정위기 등으로 불안 요인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또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보다 낮췄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지출마저 줄이면 목표했던 성장률 4.5%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2학기부터 전면적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등 복지 관련 요구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표2 참조). 총선과 대선이 열리는 내년에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에서 복지예산 증액 요구가 빗발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재정부는 현재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무상급식, 의료, 보육, 반값 등록금 같은 정책을 시행하려면 연간 50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치권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순 없겠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할 수도 없어 복지 관련 지출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부자 감세’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감세 정책은 근로 및 투자 의욕과 기업가 정신 고취, 소비 여력 증가를 통해 경제 성장을 유도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감세로 대기업 이익이 늘면 그 효과가 중소기업으로, 사회 전반으로 ‘흘러넘칠 것’이라는 정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부유층과 서민층 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5대 재벌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대비 설비투자액 비중은 각 0.9%, 13.7% 감소했으나, 사내유보금은 같은 기간 24조7000억 원, 토지자산은 44조8000억 원 급증했다. 정부는 감세를 통한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낙수)’ 효과를 기대했지만, 재벌들은 이에 화답하지 않았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균형재정을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MB의 발표로 감세 정책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더구나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감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정치적 여건도 정부에 불리하게 조성됐다.

    결국 정부는 9월 7일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인세는 현행 ‘2억 원 초과’ 구간을 둘로 나눠 중간 구간은 예정대로 세율을 20%로 내리고, 최고 구간은 22%를 유지키로 했다. 정부는 중간 구간을 ‘2억 원 초과~500억 원 이하’, 최고 구간을 ‘500억 원 초과’로 구분했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 구간인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세율을 35%에서 33%로 인하할 예정이었지만, 35%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를 통해 세입은 2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복지 재원을 확충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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