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1

2017.06.07

커버스토리

“증시, 오를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 ‘이익’에 기반을 두고 움직이는 선진국형으로 탈바꿈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bks.com

    입력2017-06-02 14: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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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사상 최고치(2300)를 넘은 후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3월부터 국내외 경기 회복 흐름이 뚜렷해진 게 주가 상승의 한 원인이 됐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저금리·저성장·저물가로 대표되는 ‘뉴노멀(New Normal)’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동반 상승 중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제조업 PMI(기업 인수합병 후 통합관리)와 산업생산 및 무역 규모의 증가도 눈길을 끈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성장률 추정치 또한 올라가고 있다.
     


    매출 · 영업이익 상승   …  투자자 신뢰도 높아져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p 높은 3.5%로 상향 조정했다. 신흥국 역시 지난해 4.1% 성장률에서 올해 4.5%, 2018년 4.8%로 반등세를 이어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경기 회복과 함께 방향 전환 기대까지 더해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몇 안 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전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이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는 덕분이다. 4월 우리나라 수출은 510억 달러(약 57조69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2% 늘었다. 2014년 10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2011년 12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수출이 6개월 연속 증가해 해당 지표의 신뢰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1~2월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5.7%로, 10대 수출 대국 중 가장 높았다.

    이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망치 역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당초 2.5%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했다. 상향 폭이 0.1%p에 지나지 않아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지만, 일단 상향 추세에 들어갔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 수치를 보면 전망치가 더 올라갈 개연성이 있는데, 일사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증가해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경기 회복은 기업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일사분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예상보다 이익이 많이 발생한 것인데, 이에 따라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었다. 최근 우리 주식시장은 주당순이익(EPS) 증가는 빠른 데 반해 주가 상승률이 느려, 다른 신흥국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았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는데, 결국 이러한 ‘저평가’의 매력이 외국인 매수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익과 함께 매출도 늘었다. 일사분기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8% 증가했다. 매출이 제대로 늘어난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12년 이후 4년 동안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상장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가율 사이클은 네 가지 국면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이익이 늘어나지만 매출은 정체되는 상황이다. 이는 비용 절감이 이익을 늘리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 회복 초기에 많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익과 매출 증가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이 일정 단계에 들어서면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도 상승한다. 이는 네 가지 국면 가운데 주가에 가장 우호적인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매출이 늘지만 이익 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 마지막은 이익과 매출액 모두가 줄어드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  +  금융 완화, 일석이조

    지금 우리나라 시장은 두 번째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사분기 매출액이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국면 전환이 더 확고해졌다. 일사분기 이익은 영업 증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익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어느 때보다 높다. 비슷한 상황이 2002년에도 있었는데, 해당 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12.3%, 95.2%를 기록해 주가 상승의 토대가 됐다.

    업종별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 실적의 문제는 조선, 건설, 화학, 철강 등 규모가 크고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2011~2014년 이들 업종의 영업이익이 43조 원이나 감소해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최근 이들 업종의 이익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공급 조절로 업황이 개선된 데다, 국내외 수요 또한 증가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업종의 이익 증가분이 조선을 포함한 중화학공업 기업들의 적자에 의해 상쇄됐지만, 이제는 둘 다 늘어나는 상태로 변화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정책과 현실 경제 간 시차도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금리를 3번 올렸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저금리와 고(高)유동성이라는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어떻게 회수할지 결정하지 못했고, 유럽은 자금 회수는커녕 양적완화를 끝낼 시점조차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저금리 상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0년 사이 미국 금리는 3번의 방향 전환이 있었다. 첫 번째가 1920년인데, 5%까지 올랐던 국채 수익률이 13년간 고점 부근에서 횡보하며 하락을 준비했다. 두 번째는 41년으로, 2.3%까지 하락한 금리가 상승으로 전환될 때까지 10년이 걸렸다. 그사이 금리는 좁은 폭 안에 머물며 바닥을 다졌다. 80년 딱 한 해만 금리가 정점을 기록한 후 빠르게 하락했다. 당시 금리상승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린 정책 때문으로 정책이 바뀌자 급격히 떨어졌다.

    이미 국제 금리는 저점을 지났다.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의 바닥을 통해 1.2% 수준에서 더는 낮아지기 힘들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드디어 네 번째 전환점을 넘은 것인데, 앞으로 금리는 오랜 시간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움직이는 범위는 1%p를 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금리하락이 미국은 32년간, 우리나라도 20년 가까이 계속돼 금리가 상승으로 방향을 트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미국 금리의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3~4%p에 불과할 때도 금리의 방향이 바뀌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이번에는 그 차이가 14%p에 달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여건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저성장 요소들이 강해 상당 기간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현실은 여전히 완화된 금융환경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다 보니 현재 경기 회복과 금융 완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 투명성 강화

    외국인 매수가 규모에 비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은 상승 초기라 거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주가가 박스권을 뚫음으로써 잠시 관망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달간 주가가 급등한 이유도 외국인 매수가 컸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도로 일관하던 기관투자자도 매수에 동참할 전망이다. 대세 상승이 시작된 후에도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을 사지 않았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매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조정에 들어갈 경우 기관투자자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기업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해진 것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라는 제도가 있다. 서양에서 집안일을 맡아보는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자도 고객의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잘못된 체계를 방치한 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한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지금은 네덜란드와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서구 10여 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하고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기금(GPIF)을 활용했다. 국민연금기금 스스로가 제도 시행에 나섰을 뿐 아니라, 운용회사를 평가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곳에 가산점을 줌으로써 다른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기금과 공무원공제 등 총 214개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고 됐다. 

    우리나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단체의 반대로 시행이 늦어지다, 지난해 말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인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제정됐다. 전체 7개 원칙으로 구성됐는데, 기관투자자가 고객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책임을 이행하면서 의결권 행사에 관한 내용과 이유를 적절한 방식으로 알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제도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이 없지만, 새 정부가 제도 도입과 정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관투자자가 여러 부분 가운데 배당과 이사회의 독립성에 관심이 큰 만큼, 이 제도를 통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미국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기업 투명성을 투자자들이 재평가했기 때문인데, 동일한 흐름이 우리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당분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지표 회복과 금융 완화라는 두 축이 주가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3000에 얼마나 빨리 도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와 이에 따른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 그리고 일사분기 실적으로 확인된 이익 추정치의 신뢰도 회복 등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5월 말 현재 우리 상장기업의 12개월 예상 배당성향은 18.78%로, 다른 신흥국의 배당성향 34.30%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앞으로 배당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주식시장의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주가는 지난 6년 동안 머물던 박스권을 뚫고 나왔다. 투자자들이 새로운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많은 투자자가 인정할수록 주가 상승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박스권을 뚫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주가는 저점이 된다. 당분간은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경향은 외국인 매수 때문에 더욱 강해지고 있는데, 외국인이 하루 거래대금의 10%에 달하는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 투자자의 동참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주가지수를 처음 발표한 것은 1975년이다. 지금까지 42년 5개월이 지났는데, 해당 기간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한 건 5년 10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6년 7개월은 주가가 횡보하거나, 하락하거나, 떨어졌다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가 고점을 경신하는 이른바 대세 상승이 전체의 15%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은 매우 드문 상황에 속한다.  



    선진국형 시장으로 변모 중

    그동안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제 및 산업구조가 바뀌었을 때다. 첫 번째 상승기는 1970년대 중반으로 중동 특수에 따른 건설업 호황 덕분이었다. 코스피가 150에서 1000까지 올라간 1986~88년은 두 번째 상승기다.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바뀌며 주가가 상승했다. 그전까지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은 중복투자와 낮은 기술력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3저 호황을 계기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구조가 바뀌었다.

    세 번째는 2003~2007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기업 수익구조가 좋아진 게 상승 원인이었다. 그간 우리 시장은 전형적으로 계단식 움직임을 보였다. 구조 개선이 주가에 반영되는 동안에는 급등하지만, 그 과정이 끝나면 또 다른 변화가 있을 때까지 주가는 장기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네 번째 대세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그래프1 참조) 더욱이 주가 흐름이 과거와는 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어난 3번의 상승기는 경제와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주가 상승을 촉발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과거에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익을 기반으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어 과거에 비해 상승 논리가 단순해졌다.

    이는 긍정적 변화다. 주가 움직임이 선진국형으로 바뀌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상승 속도는 더딜지 모르지만, 지속 기간은 더욱 길 것으로 전망된다. 1980~90년대 미국 주가 움직임을 보면 한번에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작은 폭이나마 꾸준히 오르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주가가 정확히 ‘이익’에 기반을 두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 시장은 그동안 급등과 장기 정체를 반복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승 원인의 변화를 반영해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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