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9

2016.08.03

커버스토리 | 결산심사 하나 마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결산만 잘해도 예산 수십조 절감 가능

결산 국회에 부정적인 양당 지도부, 일하는 국회에 역행하는 것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7-29 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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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국회에 들어와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게 결산에 너무 관심이 없다는 점이에요. 다들 예산에만 관심을 가져요. 국민이 낸 세금이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쓰였는지, 낭비 요소는 없는지 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모두 관심이 없더라고요.”

    지난해 사석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국회 의정활동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결산을 형식적으로 하는 국회도 문제가 많지만, 언론도 결산에는 도통 관심을 갖지 않더라”라며 뼈 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7월 한 달을 결산 국회로 하자”

    그로부터 1년여 뒤인 7월 10일, 국민의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들이 “입법 및 예산 편성에 비해 결산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기존 양당체제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결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발표했다. 국민의당 예결위원들의 ‘결산심사에 임하는 입장과 심사 기조’ 발표는 1년 전 안 의원의 얘기를 상기케 했다. 안 의원의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당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는 징표로 다가왔다. 안 의원으로부터 국회 결산심사가 왜 중요한지, 국회 결산심사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듣기로 했다. 7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 의원과 대면했다.

    안 의원은 먼저 ‘축적’을 화두로 꺼냈다. “지난 1년 동안 읽은 여러 책 가운데 ‘축적의 시간’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며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실패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축적을 통해 더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축적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결산심사 역시 축적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현행 국회 결산심사의 문제가 뭐라고 봅니까.

    “(결산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어요. 보통 8월 말까지 결산심사를 마쳐야 하는데, 상임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보면 그 방대한 분량을 이틀에서 사나흘 만에 끝내요. 그러다 보니 지엽적인 문제 몇 가지만 짚고는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자족감에 빠져 넘어가곤 하죠. 결산심사를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예산심의도 부실하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결산심사를 강화하려면 심사 기간을 대폭 늘려야겠군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최소 7월 한 달 정도는 결산 국회를 열 필요가 있죠. 한 달로도 부족할 수 있어요. 상시 결산을 해야 해요. 엉뚱한 아이디어일 수 있는데, 보좌관 가운데 한 명은 의무적으로 공인회계사로 채용해 1년 내내 정부 예산 집행 명세를 결산하게 하면 어떨까 싶어요. 결산 전문가들이 그렇게 달라붙어서 정부 예산 집행 명세를 꼼꼼히 따져보면 예산 수십조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거예요.”

    ▼예·결산심사 지원을 위해 국회에 예산정책처를 두고 있는데 충분치 않나요.

    “자체 분석도 하고, 의뢰하면 분석해주기도 하는데 정부 예산이 워낙 방대해 현재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회계사 보좌관 300명 채용이 어렵다면 예산정책처 인원을 더 늘려 상시 결산을 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구라 정부 예산 집행 명세를 ‘셀프감사’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려면 예산안 심의권을 가진 국회로 감사원을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헌법에 나온 감사원의 주요 기능 가운데 첫 번째가 정부 예산에 대한 결산이에요. 국회로 옮기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국회가 불편하다면 독립기구로 두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결산 잘하면 ‘쪽지예산’ 문제도 해결될 것”

    감사원의 국회 이관은 헌법 개정 사안이다. 이 대목에서 안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이후 국회 일각에서 제기된 개헌론과 관련해 몇 가지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에 의지가 약하고, 개헌을 요구하는 정치인들도 개헌 각론에서는 의견이 나뉘어 개헌을 추진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만약 개헌이 이뤄진다면 권력구조 개편보다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는 개헌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동안 국회 결산심사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7월 한 달을 결산 국회로 열자고 주장했지만, 거대 양당(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없었어요. 양당은 결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요.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무엇보다 결산심사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양당 지도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죠.”

    ▼결산 국회를 여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여러 핑계를 댑니다. 정기국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져요. 만약 결산심사를 제대로 하면 정부가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잘못 썼는지 문제점이 드러나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준비를 오히려 더 잘할 수 있어요.”

    ▼부실한 결산심사도 문제지만, 의원들이 정부 예산안 심의 때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데 신경 쓰기보다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으려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쪽지예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문제가 심의 때마다 제기되는데 결산을 잘하면 쪽지예산 문제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결산심사를 잘해서 효과 없는 쪽지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해야죠. ‘이것 봐라. 쪽지예산이 별효과 없이 혈세만 낭비하지 않았느냐’고 결산 때 제대로 따지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쪽지예산이 확 줄지 않겠어요. 잘못된 예산에 대해 책임을 묻는 과정이 없으니까 쪽지예산 등이 계속 반복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회가 결산을 제대로 하면 국가 예산을 수십조 원 절약하거나, 같은 액수라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끈질기게 부실한 국회 결산심사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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