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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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고창영 (사)강원도문화도민운동협의회 사무총장 “강원도민은 경기장 밖 국가대표”

“格 높은 시민의식 세계에 알릴 것 … 진정한 올림픽 유산은 사람”

  • 춘전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10-17 12: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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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오후 찾은 강원 춘천시 옥천동 강원도문화도민운동협의회(협의회·회장 김기남) 사무실은 분주했다. 고창영(48) 사무총장과 직원 몇몇은 홍보 계획과 행사 일정 등을 논의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문의 전화를 받으며 컴퓨터 작업을 했다. 사무실 한켠에는 행사에 쓰는 각종 피켓과 홍보물이 쌓여 있었다. 벽에는 강원도 시·군의 가을축제 일정과 행사 내용이 적혀 있었다. 회의실에서는 간간이 ‘◯ ◯축제 때 지원해야죠’ ‘꼼꼼히 체크하세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약속시간에서 20분쯤 지났을까. 고 총장이 황급히 회의실을 빠져나오면서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기자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무척 바쁘시군요.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오니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가을축제 홍보도 해야 하고….”

    힘드시겠어요.
    “아뇨. 힘들지는 않아요. 신나요.”



    의례적인 인사말로 들을 수도 있었는데, 고 총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힘들지 않다’는 몸짓을 했다. 우리 주변에는 가끔 ‘일할 때 힘이 난다’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기자는 이날 고 총장이 그런 부류의 인사라고 직감했다. 강원 원주 출신인 그는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관장과 한국여성민우회 원주지회 소장을 지낸 시인. 공모를 통해 2013년 9월부터 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했고 최근 재임용됐다. 먼저 협의회에 대해 물었다.



    文化도민의 친절함, 주인의식


    협의회는 어떤 곳인가요.
    “2011년 7월 3수(修) 끝에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잖아요.”

    그때 전 국민이 환호했죠.
    “맞아요. 당시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강원도민은 환호와 축하를 넘어 어떻게 올림픽을 준비하고, 어떻게 강원도와 대한민국을 세계에 보여줄지 생각했어요.”

    생각이 앞섰군요. 그래서 결론은….
    “강원도민은 ‘경기장 밖 국가대표’가 되자, 모든 도민의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과거 88 서울올림픽을 통해 ‘전쟁고아가 구걸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확 바꿨듯이, 천혜 자연환경과 전통 문화가 조화로운 강원도, 거기에 사는 문화도민을 알려야겠다는 뜻에서 협의회를 만들었어요. 올림픽 성공 개최를 돕고, 각종 문화·체육행사 때 범도민 문화도민운동을 펼치며, 선진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부응한 거죠.”

    주로 어떤 단체가 참여했나요.
    “강원도새마을회, 이·통장연합회, 한국예총강원도연합회, 해병대전우회강원도연합회, 대학교수, 언론사, 여성단체 등 강원도에 있는 시민·사회단체, 명망가 등이 대거 참여해 2012년 7월 발족했어요. 강원도 18개 시·군에 협의회를 조직했고, 이사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협의회 이름처럼 ‘문화도민’을 양성하는 게 목적인가요.
    “네, 맞아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은 경기장, 강원도민은 경기장 밖에서 뛰어야 해요. 세계인은 우리의 친절함과 주인의식, 문화를 체험하고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보면서 대한민국을 알게 되죠.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도민의 시민의식과 올림픽 참여 의지를 높이려면 교육 및 홍보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광화문에서 춤춰줄 거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18개 시·군 협의회를 중심으로 7주 과정의 ‘문화시민대학’을 열어 올림픽과 시민의식에 대해 강의하고 강원도 문화와 전통, 먹을거리와 관련해서도 교육을 실시해요. 국내외 관광객이 물어보면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소개할 수 있도록 해야죠. 직접 찾아가 교육시키는 ‘찾아가는 문화도민 교육’도 지금까지 393회 열었는데, 5만6000여 도민이 참여했어요. 숙박업, 요식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죠. 이런 일을 하려고 전문 시민강사 40여 명을 육성했고요.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강원지부와 연계해 ‘당신이 2018 모범운전자입니다’ 캠페인을 열고, 홍보 음악(웰컴 투 평창)과 안무(문화도민댄스)를 만들어 홍보도 하고, ‘다정다감하게 손님을 맞자’는 의미로 ‘다정이’ ‘다감이’라는 마스코트를 만들기도 하고…. 일일이 다 말씀드리기 벅차네요.(웃음) 협의회 사이트(www.gccca.go.kr)에 자세히 소개돼 있어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수호랑’(백호), ‘반다비’(반달가슴곰) 아닌가요.
    “맞아요. 우리는 2013년 9월 다정이, 다감이 마스코트를 만들어 도민 대상 교육이나 각급 학교 특강 때 홍보물로 활용했어요. 공식 마스코트가 나오기 전이라도 홍보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도민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홍보물이 필요했고, 공식 마스코트가 나온 후로는 협의회 캐릭터로 활용하고 있어요.”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겠군요.
    “그동안 여러 차례 조직위원장 면담을 신청하고 홍보 활동도 함께 하자고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다 이희범 위원장이 취임(지난해 5월)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이 위원장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왔더라고요. ‘같이 하자’고 해서 얼마나 반갑던지….”

    요즘도 ‘다정이’ ‘다감이’를 활용해 홍보 활동을 하나요.
    “그럼요. 각 지방자치단체 축제 현장이나 서울 등 대도시에서 ‘다정이’ ‘다감이’ 인형 복장을 한 홍보원정대가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죠. 우리가 만든 ‘웰컴 투 평창’ 노래를 알리면서 ‘문화도민댄스’도 춰요. 참, 기자님의 회사 앞에서 ‘웰컴 투 평창’에 맞춰 ‘문화도민댄스’를 쳐줄 수 있죠? 동료들과 함께 광화문 한복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려주세요. 인터넷에 있는 영상 보고 따라하면 되니 부탁드려요.”

    아, 네….
    시인이어서일까. 흔한 말로 영(靈)이 맑아서일까.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열정과 순수함이 강원도의 산과 바람을 닮았다.

    “각종 축제나 행사 때는 별도 부스를 만들어 ‘굿매너평창’으로 5행시를 짓거나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단어들이 쓰인 다트를 설치해 관심을 유도해요. 올림픽을 알리는 이동식 미디어 홍보차량은 강원도 시·군 구석구석을 돌며 홍보 활동을 하고, 여성단체를 통해 인형극 시민강사를 양성해 공연도 열고 있어요.”

    인형극 공연은 어디서 하나요.
    “11개 팀이 도내 도서관이나 유치원, 초등학교를 찾아가 유아, 어린이들에게 ‘친구를 기다려요!’라는 인형극을 공연해요. 주인공 ‘다정이’ ‘다감이’가 평창에서 열리는 세계 축제에 놀러오는 외국 친구들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자연스레 알려주죠.”

    다양한 활동을 하시네요. 과거에 비해 우리 시민의식이 높아졌는데, 이런 교육이 필요하냐는 비판도 있을 거 같아요.
    “왜 없겠어요. 문화도민운동 초창기에는 ‘우리가 어린이냐, 우리에게 왜 이런 교육을 시키느냐’고 반발하는 분도 많았어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래서요?
    “우리가 준비한 영상물을 보여주고 설명을 드리니 차츰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일회용품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모습이나 감정 조절을 못해 관광객에게 상처를 주는 언사들, 바가지요금을 요구하거나 무질서한 모습 등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올림픽 유치 때문이 아니라 강원도민이 이런 모습으로 세계에 알려져서야 되겠나’라고 호소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여요. 5년간 해보니 문화도민운동의 뿌리가 보이더군요.”

    뿌리라면….
    “강의할 때 질문을 던져요. 먹을거리, 공무원, 정치인, 언론 등을 거론하며 ‘안 보고도 믿는 게 있느냐’고 물어보면 별로 없다고 답해요. 결국 신뢰 회복이 중요한 거죠. 그래서 단순히 ‘깨끗이 합시다’ ‘질서를 지킵시다’ ‘친절합시다’고 할 게 아니라, 가진 사람이든 못 가진 사람이든 사람을 향한 깊은 마음,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의 뿌리인 거죠.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팔고, 내가 잘 방처럼 깨끗한 숙소를 제공해야 믿고 또 오겠죠. 바가지요금을 씌우면 결국 나쁜 입소문이 나고 관광객 발길이 끊기잖아요? 존중과 사랑, 신뢰를 심어주는 문화도민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승화했으면 좋겠어요. 올림픽 끝나면 결국 사람이 남잖아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대한민국을 괜찮은 나라로 만든 우리가 남는 거죠. 진정한 유산은 우리, 사람 같아요.”

    지금은 문화도민운동이 많이 알려졌지만 초창기 살림을 꾸리고 18개 시·군 협의회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초대 사무총장 공모가 났을 때 저는 정말 좋은 일을 멋지게 해보고 싶었어요. 사무총장이 되자마자 사무실 주변에 원룸을 구하고 새벽 1~2시까지 열심히 일했는데, 도내 순수한 민간단체들이 모인 협의회를 ‘특정 정치인의 사조직이다’ ‘협의회 부회장의 정치이력에 문제가 있다’ 등등 왜곡된 시선들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어요.”

    이 대목에서 인터뷰는 잠시 숨을 골랐다. 기자는 그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렸다. 어느새 그의 눈에는 작은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초창기 임원들이 전원 사퇴했고, 도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도 돌아갔어요. 이래서야 도민들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없잖아요. 텅 빈 사무실에서 새벽에 참 많이 울었어요.”

    현재 협의회 사무실에는 김기남 회장과 고 총장을 빼면 도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과 민간인 8명이 일한다. 면사무소 직원 수보다 적은 인력으로 문화도민운동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협의회를 꾸려 활동을 시작했는데 춘천, 원주, 횡성 등 경기장 건설이나 올림픽 경기 개최를 기대했다 무산된 지역이 상처를 받았어요. 서운했던 거죠.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고요. ‘그래, 내부적으로 조용히 준비하자’고 마음먹은 뒤 작사·작곡가를 찾아가 ‘웰컴 투 평창’을 의뢰했고, 안무도 만들면서 때를 기다렸죠. 도내 지역 축제 때 ‘웰컴 투 평창’ 문화도민댄스 공연을 하겠다고 하고는 ‘시장, 군수가 싫어할 거 같다’며 안 하겠다는 분들도 있었어요.(웃음)”



    대한민국이 강원도에 진 빚

    아니, 왜요? 다른 지역도 아니고 강원도인데….
    “ ‘평창’만 나온다고요.(웃음) 지역 축제 때는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음악이 나와야 하는데 평창만 나온다고…. 그래서 그럼 ‘광화문 연가’나 ‘안동역에서’ ‘부산 갈매기’ 같은 노래를 우리가 부르면 안 되느냐고 따졌죠.(웃음) 초창기에는 그랬는데, 이제 전국체전은 물론 각 시·군 조회 때도 ‘몸풀기 운동’으로 따라 하고 있어요.”

    남은 기간 할 일은 뭔가요.
    “고등학생인 아들이 일본인 또래를 데려온 적이 있어요. 한국과 일본 학교에서 추진하는 일종의 문화체험 홈스테이였는데, 일주일간 함께 지내면서 정이 들었어요. 그 친구 이름이 유스케인데, 떠나기 전날 ‘유스케야, 나는 한국인 엄마고 너는 일본인 아들이야. 앞으로 너희가 사는 세상에서 한국과 일본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해’라고 말했더니 유스케도 이해하고 고마워하더라고요. 올림픽 기간에 숙소가 마땅치 않으면 ‘내 집 방 하나 비워주기 운동’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해요. 투숙객은 최소한의 정보를 밝히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한국 가정을 체험하는 거죠. 검토하고 있어요.(웃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문화도민운동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손잡아주신 도민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교육을 받은 후에는 몸소 실천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 감사해요. 강원도민은 올림픽을 유치한 위대한 도민이니 이제는 대한민국 ‘변방’이라 생각지 말고 세계에서 큰일을 한 도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강원도가 ‘변방’이라고 생각하나요.
    “네. 곧 완공되는 동서고속철도(경강선·원주~강릉)는 철도 부설을 약속한 지 30년 걸렸고, 서울춘천고속도로는 민자(民資) 고속도로이며, 88 서울올림픽 기념식수용이나 각종 문화재를 복원한다며 강원도 낙락장송(落落長松)들을 가져갔죠. 강원도민은 나라를 위한 일이니 가져가라고 했고요. 태백은 석탄을 캐 지금의 부강한 대한민국이 되는 데 일조했고,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로 우리나라의 생명줄과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죠. 자신의 가슴팍을 파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던 곳이 강원도예요. 이제 대한민국이 강원도에 진 빚을 갚아야죠. 평창동계올림픽부터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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