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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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점입가경 중국 사드 보복

위기를 기회로… 지혜를 찾아라

정부 사드 일방 배치는 헌법 위반…중국 보복 원천 해결하려면 ‘MD체계 불참’ 등 선결돼야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yangmj@kyungnam.ac.kr

    입력2017-03-13 18: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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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중수교 25년 만에 최대 위기다. 한국은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 6일에는 사드 발사대 2기가 국내에 반입됐다. 중국은 반대로 보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행사를 통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은 사실상 중단됐다. 한중관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사드 발사대 2기를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군사작전을 하듯 주한미군 영내로 몰래 반입했다. 한미 당국의 사실관계 확인조차 그다음 날 이뤄졌다. ‘선(先)반입, 후(後)발표’ 모양새다. 탄핵정국에 사드정국이 추가됨으로써 국내 정세의 혼란은 가중됐다. 정치권의 견해는 상반된다. 범여권은 한미동맹·대북억지·군사주권을 내세워 환영을 표한다. 범야권은 국민주권과 헌법적 절차를 앞세우며 즉각적인 중단과 다음 정부로 이양을 주장한다.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이 맞물리면서 국민 여론도 두 쪽이 났다.



    사드 배치 비밀리 추진, 눈속임까지

    미국은 사드 배치를 한국의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한다. 중국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응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한국에 사드 발사대를 보낸 당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중싱(中興)통신(ZTE)에 벌금 11억9200만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부과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중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읽힌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했다고 규정한다. 한국이 잘못된 선택을 했으며, 이는 한국의 안보를 더욱 위험하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중국은 안보 이익을 수호하고자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하겠다며 강도 높은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압박 조치는 상상을 넘어선다.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문화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한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당국 간 회담이나 방문을 연기 또는 중단했다. 제조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 분야에서 압박을 가한다. 화장품과 유통업 통제는 시장경제의 정신을 위배할 정도다.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 공조는 제한적이다.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해 한국인에게 불편함을 준다. 또한 중국은 군 인사 간 대화 및 교류를 지연 또는 중단했다. 한국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한 모의훈련도 실시한 듯하다. 한국 유학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한류문화 차단 조치까지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이토록 위태로운데도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중(對中) 특사 한 번 보내지 않았다. 중재자를 활용하는 노력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야권 정치인들의 방중 계획을 방해하고 비판한다. “중국의 조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하나 마나 한 소리만 한다.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는 목소리만 낼 뿐이며, 그사이 국민 경제는 멍들고 있다.

    중국의 언행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의 편입이라고 주장한다. MD체계의 뿌리인 미국은 건드리지 않고 줄기인 한국을 때리는 것은 비겁하다. G2 국가라면 미국과 담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포위론에 맞서 신형대국론을 강조한다. 신형대국론의 핵심은 대결을 통한 일방적 승리가 아니라. 대화를 통한 상호 윈윈(win-win)을 지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상대로 한 지금 같은 일방적 압박은 신형대국론 정신에 위배된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실 국민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지역 주민과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회조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또한 군사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정책 변화는 명백히 국무회의 심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국무회의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의원들이 질의하면 마지못해 답변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눈속임까지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민의 재산, 생명과 직결되는 안보 문제를 이렇게 비밀리에 결정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행정을 펼치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또 있는지 자문자답할 필요가 있다.

    사드 장비 가운데 발사대 2기가 3월 6일 한국에 상륙했다. 2차, 3차로 장비들이 들어오고 운용 인원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 공여에 대한 소파협정(한미행정협정), 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운영체계 및 지원에 대한 협약 등이 번개처럼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모든 협정과 평가는 약식으로 진행될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조급하면 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는 한국형이 아닌 미국형 MD체계라는 점 때문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를 예고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결국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론은 삼분화됐다. 배치론, 철회론, 다음 정부 이양론이 그것인데, 사드 장비가 들어옴으로써 철회론은 힘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배치론은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용임을 강조한다.  이때 방어의 핵심은 사드의 기술성, 수도권 방어, 한반도 지형의 적합성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는 모양새다. 다음 정부 이양론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것인데, 사드가 배치된 후에는 이양론 역시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정책실명제 실시해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주권 위에 군림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매듭은 바로 성주군민들과 갈등이다. 이 부분을 제대로 풀지 않은 채 정부 단독으로 사드 문제를 진척시켜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1항은 국가와 국민에게 중요한 재정 부담이 발생할 때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다.

    국민 여론 수렴과 국회 동의를 거친 뒤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결론이 나오면 국민과 미국, 중국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사드 배치 결정권은 차기 정부에게 넘겨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은 국민과 국회의 의견 수렴을 무시한 채 대통령 뜻만 중시하는 전형적인 권위주의체제의 모습이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등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청문회가 반드시 열려야 한다. 정책실명제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너무 늦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그에 앞서 선행돼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사드 배치 및 운용에 관한 한미 간 협의권은 한국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 둘째, 한국은 MD체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셋째,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 중에는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은 영내에서 4대 전략자산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넷째, 북한의 비핵화가 동결, 불능화, 폐기 순으로 진행되면 동시 행동의 원칙에 따라 사드도 봉인하고 발사대와 레이더를 철수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 현 시점의 ‘사드 난국 타개’야말로 제2의 사드 사태를 예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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