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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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언의 정치적 무게

20대 총선 결과는 레임덕 판별할 시금석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12-21 18: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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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달변(達辯)가는 아니다.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위헌 논란이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박 대통령은 “정치는 국민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의 대변자이자,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새누리당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국민의 대변자로서 민의를 받들어야 할 정치인이 자기 철학과 논리를 전파하는 도구로 정치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문장을 나열하듯 말하는 박 대통령의 어법에 대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11월 19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서 “예전에 전여옥 전 국회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을 두고 ‘말 배우는 어린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토크’라고 했었다”며 “너무 깊이 이해하려 하지 말고 어법 문제를 감안하고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박 대통령은 말할 때 문장이 굉장히 긴데, 비문이 많다”며 “주어와 술어가 많아서 문장이 어색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긴 문장을 얘기할 때는 위 사례처럼 그 의미가 명쾌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과거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강력한 정치적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2006년 지방선거 전 피습을 당했을 때 수술 직후 언급한 “대전은요?”는 대전시장 선거 판도를 바꿔놓았고, 2005년 7월 ‘대연정’을 제안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내뱉은 “참 나쁜 대통령”이란 규정은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박 대통령의 대표적 화법으로 남아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달라”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대통령 지시사항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2016년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도 현실화할까. 20대 총선은 2017년 대통령선거 전초전일 뿐 아니라 이른바 ‘대통령의 말발’이 국민에게 어느 정도 통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 여부를 판별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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