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1

2018.01.10

커버스토리

이름은 비슷한데 가격은 천차만별

가상화폐 완전정복❶…비트코인, 이더리움의 형제들

  • 입력2018-01-09 1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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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말 최대 화두는 ‘가상화폐’(암호화폐)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겪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 특히 연말 모임에서 가상화폐 투자로 큰 이득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처음 가상화폐거래소에 들어가면 당황하기 일쑤다. 널리 알려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 다양한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도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가상화폐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떤 특성이 있는지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가상화폐거래소에 처음 접속하면 이름이 비슷한 코인이 많이 보인다. 비트코인과 관련 있는 듯한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코인 골드’, 이더리움과 원조 싸움을 벌이는 듯한 ‘이더리움 클래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상화폐는 대표 이미지도 비슷하다. 하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름 외에는 완전히 다른 가상화폐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비슷한 이름을 갖게 됐을까. 

    이름이 비슷한 가상화폐는 원래 한 몸이었다. 분리가 처음 이뤄진 가상화폐는 이더리움으로, 해킹 때문이었다. 2016년 6월 17일 ‘The DAO’(DAO)의 취약점을 이용해 해커들이 약 360만 개의 이더리움을 훔쳤다. DAO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을 뜻하는 말로,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등 이더리움 개발진이 같은 해 5월 내놓은 계약 시스템이자 조직이다. 

    이 조직에 참여하려면 DAO 토큰(토큰)을 이더리움으로 사야 했다. 토큰이 있는 사람은 DAO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개발진의 계획이었다. 

    DAO 공개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더리움 840만여 개(당시 시세로 약 1500억 원)가 모였다. 토큰을 구매한 사람은 다시 이더리움으로 환불할 수 있었다. 해커들은 이 환불 시스템의 결함을 찾아냈다. 토큰을 환불신청해 이더리움을 받고 자신의 토큰을 돌려주기 전 다시 이더리움을 환불받는 식으로 코드를 조작해 약 360만 개(약 640억 원)의 이더리움을 훔쳐냈다. 

    다행히 해킹된 이더리움이 바로 해커들의 전자지갑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DAO 시스템상 환불한 이더리움은 ‘Child DAO’ 계정에 일시적으로 묶이기 때문. 48일 뒤에야 본인의 전자지갑으로 이더리움을 인출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개발진이 해킹 사실을 알아챈 것은 범행이 있은 지 21일가량 지난 뒤였다. 그런데 도난당한 이더리움을 되찾을 방법이 만만치 않았다. 만약 일반 은행계좌에서 해킹으로 돈이 인출되면 해당 계좌를 동결하고 거래를 무효화하면 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는 각 화폐마다 거래 기록이 남는다. 해커들이 가져간 이더리움을 무효화하려면 전 이더리움에 남겨진 거래 기록을 모두 지워야 했다.



    버려진 블록체인이 살아 돌아오다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 [TechCrunch]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 [TechCrunch]

    당시 개발진이 내놓은 해결책은 포크(Fork)였다. 포크란 일종의 가상화폐 업데이트로, 새로운 방식으로 블록을 나눈다는 의미다. 포크는 크게 하드포크와 소프트포크로 구분된다. 하드포크는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 기존 블록체인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반면 소프트포크는 새로운 블록체인이 생기기는 하지만 기존 블록체인과 공존하는 방식이다. 

    소프트포크를 하면 해커들이 Child DAO 계정에서 영원히 이더리움을 인출할 수 없도록 업데이트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더리움이 원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드포크를 하면 이더리움은 DAO 펀딩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하드포크가 완벽한 해결 방안이었지만 당시에는 이더리움의 개발 목적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도난된 이더리움을 회수하는 것은 이더리움과 DAO의 개발 목적인 탈중앙화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개발진은 처음에는 소프트포크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소프트포크 예정 시간에 디도스(DDos)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제보를 받아 취소했다. 결국 2016년 7월 20일 하드포크를 통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하지만 하드포크 시행 나흘 뒤 이더리움은 더 큰 문제에 봉착했다. 버려진 과거 블록체인이 부활한 것. 7월 24일 다국적 가상화폐거래소 폴로닉스(Polonix)는 하드포크 시행 이전의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이더리움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상장했다. 하드포크 과정을 거치면 과거 코인은 가치를 잃게 된다. 업데이트 이전의 이더리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블록체인의 이더리움을 재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 과거 코인이 계속 가치를 가진다면 발행된 이더리움 양이 사실상 2배로 늘어나는 것이어서 시장에 무리가 간다. 하지만 하드포크에 반대하는 세력이 이를 단행했다. 하드포크 이전의 블록체인을 상장해 다시 거래되게 만든 것. 

    이 사건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이더리움은 일시적 폭락을 겪었다. 이더리움 클래식도 처음에는 폭락을 겪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이내 폭등과 폭락을 거치며 거래량이 늘어 가상화폐시장에 자리 잡았다. 1월 4일 새벽 기준 이더리움 클래식의 국내 가격은 개당 4만 원 선. 이미 지난달 100만 원을 돌파한 이더리움에 비해서는 상당히 저렴하지만 국내 거래소에서는 거래량 상위권에 드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과 이름이 비슷한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골드도 하드포크를 통해 비트코인에서 분화된 가상화폐다. 가장 먼저 비트코인에서 독립해 나온 것은 비트코인 캐시다. 단 한 번도 해킹당한 역사가 없을 만큼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단단하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결제 속도가 느리다는 것. 이는 거래 내용 기록량이 적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해킹 등의 위험을 막고자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블록 크기를 최대 1MB로 제한했다.

    1위 가상화폐는 분화도 남달라

    ASIC 개발로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큰손이 된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TechCrunch]

    ASIC 개발로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큰손이 된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TechCrunch]

    처음에는 비트코인 거래량이 많지 않아 1MB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거래량이 폭증해 수용량 한계에 달하게 됐다. 수용량을 늘리는 방법 역시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소프트포크는 1MB의 저장량을 그대로 둔 채 ‘세그윗’이라는 절차를 거쳐 전자서명 데이터를 블록 내에 따로 저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거래 수용량을 2배가량 늘릴 수 있다. 반면 하드포크는 아예 블록 크기를 2MB로 늘리는 것이다. 이더리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하드포크를 하면 새로운 가상화폐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세그윗을 통한 소프트포크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세력들이 하드포크를 지지하고 나섰다. 

    채굴자들이 세그윗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소프트포크를 거치고 나면 비트코인 채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기 업계의 가장 큰손으로 꼽히는 비트메인(Bitmain)의 우지한 대표가 반대 세력을 이끌었다. 비트메인은 당시 비트코인 채산성이 가장 좋은 ASIC(주문형 반도체)를 개발해 업계 1위로 떠올랐다. ASIC는 내부에 탑재된 ‘ASIC 부스트’라는 기술 덕에 다른 채굴기에 비해 20~30% 높은 효율로 비트코인 채굴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세그윗을 거쳐 블록의 성격이 변하면 더는 ASIC 부스트를 사용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소프트포크를 선택했다. 지난해 5월 중국 채굴자 및 여러 비트코인 스타트업이 미국 뉴욕에 모여 세그윗을 선택하겠다는 협의를 내놓았다. 소프트포크가 단행되는 날짜는 같은 해 8월 1일이었다. 

    하지만 7월 17일 반란이 일어났다. 비트코인 채굴장과 거래소를 운영하는 ViaBTC가 8월 1일을 기점으로 비트코인 하드포크를 단행해 기존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온전히 보유한 알트코인(대안 암호화폐) ‘비트코인 캐시’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것. 결국 8월 1일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에서 독립했다. ViaBTC는 비트메인으로부터 2000만 위안(약 33억 원)가량을 투자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트메인이 비트코인 캐시 탄생에 주도적 구실을 했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캐시의 탄생을 두고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비트코인 캐시는 당초 합의를 어긴 결과물이며 나아가 가상화폐 생태계에 나쁜 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코인베이스, 폴로닉스 등 일부 대형 가상화폐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캐시의 상장을 거부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캐시에는 채굴자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비트코인 캐시 가격은 상장 첫날부터 200~400달러 급등락을 거쳤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캐시 취급 거래소로 몰리자 그동안 비트코인 캐시를 배척했던 거래소들도 취급하기 시작한 것. 이후 비트코인 캐시는 꾸준히 성장해 전체 가상화폐 가운데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의 뒤를 이어 시가총액 4위를 기록하고 있다(표 참조).

    비트코인 사분오열 가속화

    시작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비트코인 골드는 비트코인 계열 가상화폐의 채굴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를 해 탄생한 가상화폐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 전용 채굴기인 ASIC를 사용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었다. 이 때문에 ASIC를 제조하는 비트메인 등 중국계 회사가 채굴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이에 일부 개발자가 채굴업계의 입김에서 벗어난 비트코인을 만들겠다며 지난해 10월 25일 비트코인 골드를 출시한 것. 비트코인 골드는 ASIC로는 채굴할 수 없으며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로만 채굴이 가능하다. 비트코인 골드 역시 쉽게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비트코인 골드는 가상화폐 시가총액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 번의 하드포크가 성공하자 비트코인은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비트코인 다이아몬드’, 12월에는 ‘비트코인 플래티넘’과 ‘슈퍼 비트코인’ 등이 분화돼 알트코인 시장에 진입했다. 올해 1월에도 여러 건의 분화 일정이 잡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고 비트코인 캐시나 비트코인 골드처럼 쉽게 시장에 안착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드포크 개발진이나 이유를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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