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9

2017.10.18

커버스토리

인터뷰 | 최문순 강원도지사 “155만 도민은 준비 끝났다. 2500만 수도권 시민이 나서달라”

“UHD, 5G 활용한 첨단·문화올림픽…입장권 판매, 공연에 관심을”

  • 춘천=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10-13 14: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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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역을 출발한 ITX-청춘(靑春)열차는 청량리역을 지나자 초록 산을 품는다. 열차는 평내호평→청평→가평→남춘천역을 지나면서 차창에 다양한 수채화를 바꿔 달았다. 적당한 속도(최고시속 180km)는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한낮의 뙤약볕이 여름인지 가을인지 모를 9월 26일, ITX는 미술관이 된다. 춘천역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13분. 도시 간 급행열차(Inter-City Train eXpress)라는 이름에 걸맞다.

    “아이고, 먼 길 오셨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는 미안할 정도로 허리를 굽힌 채 기자 손을 꽉 잡았다. 6~7년 전 그가 18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출입기자로 몇 차례 만났을 때도 그는 항상 ‘격정적으로’ 인사했다. 기자는 오랜만에 만나 ‘정말 반가워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다. 진심이었다. 그에게 “강원도지사 접견실에서 보니 낯설다”고 하자 “전국을 돌며 올림픽을 홍보하느라 거의 일주일 만에 도청에 오니 나도 낯설다”며 장단을 맞췄다. 그동안 강원도지사로 일하며 느낀 소회, 그리고 기자와 그가 함께 아는 인물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ITX-청춘열차를 탔는데, 서울에서 출근시간이나 춘천 오는 데 걸린 시간이나 비슷하다. 심리적으로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그렇다. 수도권과 강원도가 아주 가까워졌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교통량이 분산돼 영동고속도로의 교통체증도 많이 줄었다. 서울에서 원주와 평창을 거쳐 강릉까지 가는 고속철이 12월 완공되면 용산역에서 강릉역까지 1시간 8분이 걸린다. 수도권에서 출근시간과 비슷하니 강원도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에도 좋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은 교통인프라를 구축해 강원도 관광과 올림픽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제 강원도는 대한민국 관광 1번지뿐 아니라 국제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





    “100% 완벽하다”

    경기장 시설 준비는 어떤가.
    “100% 완벽하다. 2~4월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인정받았다. 당시 종목별 대회에 참가한 대다수 선수와 관계자가 경기 후 쾌적한 자연환경, 깔끔한 시설, 좋은 빙질 등을 높게 평가했다. 올림픽을 1년 앞두고 경기장이 완성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는 개막했는데도 공사를 못 끝낸 경기장이 있었다. 현재 올림픽 개·폐회식장만 마무리 공사 중인데 곧 완공된다. 3번 도전 끝에 유치한 만큼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려면 경기장 12개가 필요한데, 이 중 6개는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6개는 신설했다.

    경기장 건립과 인프라 구축으로 부담이 되진 않나.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있다.
    “올림픽 경기장과 진입도로 등을 건설하는 데 부족한 재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올해 발행 예정인 지방채 450억 원을 포함해 시설투자에 따른 채무는 2922억 원이다. 우려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2022년까지 채무 제로(0)화를 발표했고, 내 업무 추진비부터 50% 삭감했다.”

    대회 이후 경기장은 어떻게 되나. 올림픽이 끝나고 경기장 활용 방안을 못 찾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기도 하는데.  
    “역사성이 있는 경기장인 만큼 가능하면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본다. 신설 경기장을 유지하려면 연간 95억 원가량 든다. 국가에 부담 주지 않으면서 상업적으로 활용하거나, 그게 안 되면 광역자치단체나 각 시·군, 대한체육회 등이 유지·운영비를 분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야외 스키 슬로프는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지 않는데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은 전기요금이 좀 든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 600년 역사에서 최대 이벤트가 될 거 같다. 이제 홍보와 손님 모시기에 주력해야 할 거 같은데.
    “인프라 구축은 마무리 단계인 만큼 콘텐츠를 채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흔히 올림픽을 스포츠 이벤트, 정치 이벤트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경제효과이고, 올림픽은 소비촉진대회이기도 하다.(웃음)”



    “‘상상초월 화면’ 보게 될 것”

    소비촉진대회?
    “이번 올림픽은 문화올림픽이기도 하다. 강원도에 오면 대회 기간(2018년 2월 9~25일)과 전후로 한 달 내내 한류 및 케이팝(K-pop) 공연, 전통문화 공연, 단종 국장(國葬) 등 114개 문화행사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무료다. (접견실에 설치된 TV를 가리키며) 그리고 저게 UHD(Ultra-HD) TV인데, 이번 대회는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으로 중계되고 5G(5세대 이동통신) 시범서비스도 한다. UHD는 HD에 비해 4배 선명하며, 5G를 활용하면 10초 안에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소치동계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경기 중계에 카메라 2대가 활용됐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 주변에 카메라 100대가 설치돼 화면을 잡는다(그는 마치 카메라 100대가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을 촬영하는 듯 주변을 빙 둘러보며 웃었다). 그러니 엄청난 영상을 처리하는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전송 속도도 빨라야 한다. 이번 대회를 TV로 지켜보면 ‘상상초월 화면’을 보게 될 거다. 우리가 88 서울올림픽이나 2002 한일월드컵 때 선명한 화질로 경기를 감상하려고 가전제품을 바꾸지 않았나. 이번 올림픽은 문화와 첨단기술을 접목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경제올림픽이 됐으면 좋겠다.”

    준비는 끝났는데, 과거 국제대회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좀 뜨지 않은 거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연아, 박지성 전 선수 등이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홍보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지사도 최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 집행위원장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이 됐는데.
    “그동안 조직위와 역할분담을 해왔다. 우리는 인프라 및 경관 조성을, 조직위는 경기 운영 및 홍보를 맡았다. 이제 우리 일이 거의 끝났으니 손 놓지 말고 홍보 마케팅에 함께 나서자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올림픽을 직접 챙기고, 문화체육관광부와도 협력하고 있다. 10월 1일부터는 국내외 언론 홍보를 통해 본격적인 바람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CNN 등 세계적인 방송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만나볼 수 있을 거다. 문제는 티켓(입장권) 판매인데….”

    ▼입장권은 얼마나 팔렸나.
    “티켓 100만 장(정확히 107만 장)을 팔아야 하는데 현재 31%가량 판매됐다. 동계올림픽 이후 열리는 패럴림픽(2018년 3월 9~18일) 티켓은 22만 장이 나가야 하지만 현재 수백 장밖에 못 팔았다. 올림픽은 강원도에서 열려도 사실 대한민국 전체의 올림픽 아닌가. 강원도민은 155만 명이라 한계가 있다. 교통인프라도 잘 갖췄으니 2500만 수도권 시민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특히 선진국에선 패럴림픽을 높게 평가하고 경기장도 꽉 채우는데,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는 따라가지 못하는 듯해 아쉽다.”

    웃을 때면 사라지는 그의 새우눈이 반짝였다. ‘토속적인’ 마스크를 가진 그가 슬픈 듯 눈을 껌뻑이는 모습을 보니 ‘어쩌나, 수도권 시민인 나도 입장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적이면서 솔직한 그의 눈빛은 어쩌면 정치인으로서 그의 경쟁력일지도 모른다. 10월 10일 기준 평창동계올림픽 입장권 판매량은 32만4000여 장, 패럴림픽은 9000여 장.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종목은 그나마 낫지만 스키 등 비인기 종목의 입장권 판매율은 10%대라는 게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보 불안 해소가 마지막 과제”

    9월 21일 로라 프레셀콜로비크 프랑스 체육장관은 ‘한반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평창동계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번복했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 수위가 높아진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각국의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데.
    “우리는 대한민국에 사니까 (안보 불안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실제 해외에 가보니 굉장히 불안하게 느끼더라. 단체관광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불안을 빨리 불식하는 게 올림픽 준비의 마지막 과제가 될 거 같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는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중국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최지(일본 도쿄)의 국가수반 등 20~25개국 정상이 함께 자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까. 실제 (무력)충돌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을 부지런히 알리려 노력 중이다. 동남아시아는 이해를 하는 편인데, 유럽 쪽은 상당히 긴장하는 거 같다. 유럽에 직접 가 설명하거나 유럽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비무장지대(DMZ)를 보여주면서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알리겠다.”

    북한 선수단이 올림픽에 참가하면 안보 불안은 어느 정도 불식될 수도 있겠다.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는 방법은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따거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초청으로 번외 경기를 뛰는 것 등이다. 북한 선수단이 출전권을 따내면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 발대식을 갖고, 크루즈를 타고 원산항에서 속초항으로 와 환영 행사를 가진 뒤 평창에 가는 안을 이미 북한에 전달했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진척이 없지만 북한이 ‘오케이’ 한다면 안 될 것도 없다.”

    출전권이 없는 북한이 올림픽에 나서려면 IOC의 특별출전권을 얻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 지사와 인터뷰 후 북한이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첫 출전권을 획득했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18)-김주식(25·이상 대성산체육단) 피겨스케이팅 조는 9월 29일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 페어 종목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총점 180.09점으로 종합 6위에 오르며 출전권을 확보했다. 관건은 북한이 이 선수들을 올림픽에 출전하게 할지 여부다. 김현선 북한 감독은 경기 뒤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출전 여부는 국가올림픽위원회 결정에 달렸다”고 밝혔다. 최 지사는 “개회식 직전까지 지켜봐야겠지만 북한 선수단이 묵을 숙소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정부도 6월 마식령스키장을 올림픽 훈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인권 문제가 걸림돌이 될 거 같다. 최근 스키장을 취재한 미국 NBC 방송은 북한 주민 수천 명이 제설 장비 없이 맨손으로 눈을 치우는 광경을 보도했고, 국제앰네스티도 “북한에서 스키를 탄다는 것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옆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으니….
    “북한이 해외에 (마식령스키장을) 자랑하고 싶어 하니 (북한이) 좋아할 부분을 제안한 거다. 비행기든, 크루즈든 구체적인 내용은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접경지 올림픽인 만큼 북한 선수단이 대회에 출전해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

    최 지사도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전’하나.
    “아이고, 일단 올림픽부터 성공적으로 치러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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