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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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광주제일고가 제일 잘나가 ~

문재인 정부 초대 인선에 담긴 ‘코드’ 셋 … 광주일고, 덕수상고, 남평 문씨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7-07 18: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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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그렇지는 않지만, 정권 따라 뜨는 학연이 있었는가 하면 지는 학연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태평성대(太平成代)’라는 말이 떠돌았다. 초대 정홍원, 2대 이완구, 3대 황교안까지 집권 4년 동안 국무총리가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었으니 이런 말이 나돈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경북 동지상고(현 동지고)와 고려대 출신이 약진했다.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역시 노 전 대통령의 모교였던 부산상고(현 개성고) 출신이 약진했다. 물론 연세대 출신을 다수 중용하긴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현 목상고) 출신이 잘나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의외로 문 대통령 모교가 아닌, 다른 학교 출신이 주목받고 있다.



    ‘호남홀대론’의 최대 수혜 고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광주제일고(광주일고)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초대 총리가 광주일고 45회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 총리보다 2년 선배인 43회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 총리보다 3년 후배인 48회,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은 한참 후배인 55회다. 총리와 사회부총리에 이어 검찰총장 후보자까지 특정 고교 출신으로 기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연히 광주일고가 제2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그래서 요즘  권에서는 ‘광주일고가 제일 잘나가’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광주일고 출신의 약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호남우대론’이다. 지난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을 괴롭힌 것이 바로 ‘호남홀대론’이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에서 호남을 차별대우했다는 것이 그 출발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대선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 때 다음과 같이 언급해 다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재인은 민정수석, 비서실장 시절 때 호남사람을 인사 차별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안 돼야 한다.” 호남홀대론은 2012년 대선 때도,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선거 때도, 지난해 4·13 총선 때도 제기된 바 있다.

    호남홀대론은 실체가 있는 주장일까. 문 대통령도 부분적으로나마 자인한 적이 있는데, 2월 15일 이렇게 언급했다. “참여정부는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등 한꺼번에 호남 인사를 기용하고 호남KTX 조기 착공,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겸허히 인정한다.” 물론 대통령이 되면 호남홀대론을 극복하겠다는 약속도 함께했다. “내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인사도 확실하게 탕평 위주로 해 호남을 비롯한 전국적인 통합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겠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 호남우대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호남 인사를 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우대론은 대선 이후 호남지역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과도 관련 깊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한 비주류가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후 호남홀대론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론이 제기되는 속에서, 문 대통령이 당대표 자격으로 이끈 지난해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호남에서 참패했다. 정당 득표율 면에서도 국민의당 47.9%, 민주당 30.3%로 17.6%p나 차이가 났다. 당시 전체 28개 의석 가운데 민주당은 3석을 확보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역전에 성공했고, 문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61.4%를 획득했다. 전체 득표율 41.1%로 당선하는 데 호남의 지지가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다. 지지율은 대선이 끝난 이후 더 상승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6월 3주 차 조사에서는 호남지역 99%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내기도 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이러한 압도적 지지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라도 문 대통령은 호남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차제에 국민의당을 고사시켜버리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은 최근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으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살려 호남 민심을 잘 공략한다면 두 당의 합당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합당은 곤란하다. 인위적 정계 개편 논란에 휩싸이면서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투항과 선별 복당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안 그래도 여소야대에 의석도 과반수에 크게 미치지 못해 국정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터다. 호남우대론이 의외로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국면인 것이다.



    흙수저의 전설, 덕출이들

    서울 덕수상고(현 덕수고) 역시 최근 이목을 끌고 있다. 먼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덕수상고 출신이다. 김 부총리가 임명됐을 때만 해도 덕수상고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정책을 수행할 핵심 보직인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에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을 임명하고, 대법관 후보로 조재현 변호사를 지명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더욱이 세 사람의 이력이 흡사해 흙수저의 전설로까지 회자되는 상황이다. 과거 몇몇 명문 상업고교는 집안형편이 어렵지만 공부는 잘하는 학생이 선호하는 학교였다. 무엇보다 졸업 후 취업이 용이했다. 일단 취업한 뒤 야간 대학을 거쳐 대학원 과정까지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실력은 넘쳐나지만 학력에서 정규 대학 출신에게 뒤지는 것을 보완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세 사람 모두 상고 졸업 후 은행에 취업했고, 야간 대학을 거쳐 고시에 합격한 경우다.

    이들의 기용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런 전례를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가는 상황에서 다시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모델을 제시한 격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만든 을지로위원회를 범정부 조직으로 운영할 태세다. 이른바 국가을지로위원회다. 여기에서 ‘을’은 바로 갑을관계서 을을 뜻한다. 을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그런데 이 국가을지로위원회에 조사권까지 부여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버금가는 위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업무 영역도 유사하다. 재벌개혁, 불공정거래 관행 해결이 주목표다. 아무튼 문 대통령의 이른바 J노믹스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재벌기업보다 중소기업, 기업주보다 노동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그러니까 ‘을’이 최대 관심 대상이다. 을을 위한 경제 수장이 ‘을’ 출신이라는 것은 상징성도 매우 크다. 이미지 정치라는 측면에서도 합격이라는 얘기다.

    덕수상고는 금융권에서는 이미 유명한 학교다. 금융권 임원 인사에서 이른바 ‘덕출이’가 약진해왔기 때문이다. 덕출이는 덕수상고 출신을 일컫는 애칭이다. 2015년에는 덕수상고 출신이 주요 은행 4곳에서 부행장으로 임명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 행장이나 부행장에 오른 덕수상고 출신도 여럿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체제가 들어선 만큼 금융권을 비롯한 재계 전반에서 덕수상고 출신이 더욱더 약진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여전히 인맥을 중시하는 기업 풍토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마저 덕수상고 출신이니, 인사담당 임원을 이 학교 출신으로 임명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듯하다.

    문 대통령은 경남고를 거쳐 경희대를 졸업했다. 김정숙 여사도 경희대 출신이다. 이 정도면 경남고와 경희대 출신도 약진할 법한데 아직은 눈에 띄는 바가 없다. 이 점은 사실 칭찬받을 일이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모교 출신을 요직에 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학연은 오히려 논란거리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남고는?

    물론 정권 초기인지라 더 지켜보긴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더욱이 여소야대다. 임기 초반 인선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래서 호남 출신을 중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또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마당에 상징적인 인선이 필요했고, 그런 점에서 상고 출신을 중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차후 인선에서는 학연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 특히 경남고가 예사 학교인가. 서울에 경기고가 있다면 서울 이남 최대 명문은 경남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학교 아닌가.

    바라건대 문 대통령은 끝까지 모교 학연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한다. 따지고 보면 모교 학연은 적폐의 한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적폐는 결국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 저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남이가’ 정신에 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어주고 당겨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실패, 곧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과 재벌개혁 무산의 이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부산상고 선후배 관계가 적잖게 작용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이학수 전 부회장이 ‘이건희전’을 쓴 심정택 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당시 재판부는 이렇게 적시했다. ‘원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고교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만나며 친하게 지내왔던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삼성 측이 원고를 통해 당시 정부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경남고 출신 가운데 어떤 정관계 또는 재계 인물과 가까운지 아직까지 논란이 된 바는 없다. 그러나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눈에 띄네, 남평 문씨

    문 대통령이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남평 문씨 일가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과 같은 본관이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과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스스로 본관이 남평 문씨고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했다며, 절반은 전라도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정치적 수사다. 또 문 특보를 비롯해 문 후보자까지 집안 연고로 임명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다만 큰 집안이 아니다 보니 눈길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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