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0

2017.03.22

커버스토리 |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담긴 숨은 1인치 ⑤

불안한 문재인 대세론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이후 지지율 답보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ankangyy@hanmail.net

    입력2017-03-17 17: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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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신념과 태도, 그리고 행위 사이에서 내면적 일관성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본능을 가진다. 주변의 객관적 사실과도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을 때 대중은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본능이 작동된다. 2007년 대선 당시 여권 유력주자였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최고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정 후보는 26.1% 득표율을 보였다. 여론조사보다 10%p 이상 늘어난 것이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선거(대선)의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합은 15~20%를 오간다. 이에 비해 범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합은 70% 전후까지 치솟았다. 탄핵정국에서 기인한 결과이긴 하지만 균형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1위 독주는 여러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독주나 범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는 과잉여론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반적으로 집 유선전화로 하는 여론조사는 보수의견을, 휴대전화는 진보의견을 표출한다. 과거에는 유선전화 응답률이 2배 이상 높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 응답률이 더 좋다. 보수층 강세지역인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전·충청은 응답률이 좋지 않다. 반면 진보층 강세지역인 광주·전라, 서울은 응답률이 매우 좋다. 20∼40대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데 비해 50대 이상은 답변을 거절하거나 회피한다.





    충성도 약한 지지층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 지지율이 30∼38%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지만 전화면접조사에서는 26.4%로 30%를 밑돈 적도 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ARS 여론조사는 조사 시기의 정치사회 분위기나 노출 빈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탄핵정국 때문에 관심이 집중된 문 전 대표와 범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 거품이 낄 여지가 많다.

    3월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37.1%의 지지율을 기록해 3월 2주차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율도 2.7%포인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1.8%포인트가 올라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이라고 보기 어렵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헌재) 탄핵인용을 전후로 발표된 주요 전화면접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불안한 문 전 대표 대세론을 보여주는 실마리가 들어 있다. 3월 13일 서울경제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8.0%이다. 헌재 탄핵인용 이후 더 떨어진 것이다. ‘없음/모름’이라는 응답도 21.7%에 달했다. 무선전화 비중이 81.0%에 달해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진보진영 대선주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했는데도 그랬다(표 참조). 만약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비중을 반반씩 했다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더 떨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3월 6일 조선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30.0%로 2위보다 2배 이상 앞서 있다. 문 전 대표는 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1위가 맞붙는 5자 대결에서 41.5%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 경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12.0%), 이재명 성남시장(8.5%) 지지자 중 절반을 조금 넘는 11.5%만 흡수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면 안 지사, 이 시장 지지자가 대거 이탈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3월 6일 한겨레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지율 32.8%로 압도적 1위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지지율은 충성도가 약하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55.8%만 문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다른 범야권 대선주자를 지지하거나 ‘없음/모름’이라며 빠져나갔다. ‘기타/비투표/잘 모름’이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2.2%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정치무관심층이다. 실제 투표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견고한 지지기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권교체냐 인물이냐

    3월 2일 내일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6.4%로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초 지지율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인터넷 조사(문자메시지 발송 및 링크 설문에 응답·60%)의 문 전 대표 지지율은 32.4%로 무선전화 지지율보다 낮다. 유선전화(40%) 지지율은 17.3%에 불과하다. 인터넷 조사는 응답자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링크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화면접조사보다 충분히 생각한 다음 응답할 수 있다. 문 전 대표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인터넷 조사 기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없음/모름’이라는 응답도 27.4%로 나타나 아직 대세 정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여론조사가 정확한지 판단할 수 없지만, 조사 방법에 따라 문재인 대세론에는 대세가 담겨 있지 않다.

    그동안 문 전 대표가 1위를 유지해온 이유는 탄핵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는 정권교체 및 심판 분위기를 확산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척점에서 초반 대선정국을 주도했다. 문 전 대표는 탄핵정국으로 형성된 촛불민심 때문에 별다른 검증 없이 공짜점심을 챙긴 셈이다. 이제 공짜점심은 끝났다. 탄핵은 사라지고 후반 대선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 전 대표는 한층 거세질 당 내외 대선주자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대통령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제18대 대선 사후조사’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의 후보별 투표 이유에서 인물·능력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특히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소속 정당보다 후보의 신뢰·약속 이미지, 공약 및 정책, 여성, 능력, 안보 등에서 높게 평가했다. 이에 비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정권교체 및 심판, ‘상대 후보가 싫어서’ 등을 선택 이유로 꼽았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는 인물평가에서 졌고, 이는 곧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정권교체, 정권심판만으로 대선에서 승자가 될 수는 없다. 대선에서는 인물이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인물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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