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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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중·러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경쟁

서울~부산 4분 만에 주파…MD체계 무력화하는 꿈의 신무기, 조만간 실전배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6-05-16 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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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국, 러시아의 극초음속 비행체(hypersonic vehicle)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마하 5~10 속도로 지구 전역을 30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차세대 무기로 일종의 미사일이다. 속도가 너무 빨라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뚫고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꿈의 신무기’다. 이들 세 나라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극초음속 비행체의 시험비행을 최근 성공시키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극초음속 비행체는 이르면 2020년대 실전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다. 최소 마하 5는 돼야 한다. 시속 6120km에 해당하는 마하 5는 서울과 부산을 4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비행체가 공기 중에서 비행할 때 마하 1을 넘으면(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경우) 초음속 비행이라 하고, 마하 5를 넘으면 극초음속이다.



    사드에 맞서는 신무기 과시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크게 3가지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체로 이용하거나 공중에서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을 발사하는 방법, 지구 궤도상에서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하는 방법 등이다.

    먼저 ICBM은 속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니트맨(Minuteman)-III ICBM의 최고속도는 마하 25에 이른다. 미국은 ICBM의 추진력을 이용해 106km 상공까지 올라간 후 작은 날개를 가진 글라이더 형태로 비행하는 방식의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 글라이더는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정보를 수신해가며 목표 지점까지 극초음속으로 날아간 뒤 목표물을 정확하게 파괴한다. 이런 방식이 ICBM에 비해 훨씬 더 정밀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미국은 2011년 11월 마하 20(시속 2만4000km)으로 날아가는 HTV-2라는 극초음속 비행체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크루즈미사일의 개발 속도도 빠르다. 미국은 2013년 5월 태평양 상공에서 B-52 폭격기 날개 하단부에 탑재한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라는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X-51A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점화하고 고도 1만8000m에서 마하 5.1 속도로 날아갔다. 이 정도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인천까지 1시간 30분이면 날아갈 수 있다. 1500km를 비행하는 데 2시간이 걸리는 토마호크 미사일에 비해 X-51A는 같은 거리를 15분 남짓이면 날아간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X-51A의 이론상 최고속도는 마하 15(시속 1만8360km). 이러한 비행을 가능케 하는 스크램제트 엔진은 고온고압으로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분사해 발생하는 연소 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고온과 고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특수 재료를 사용한다.

    미국이 개발 중인 가장 비밀스러운 극초음속 비행체는 무인 우주왕복선 X-37B이다. 최대 9개월 동안 우주에서 머무를 수 있고 임무를 마친 뒤 자동으로 대기권에 진입해 활주로에 착륙하는 X-37B는 높이 2.9m, 길이 8.8m, 무게 5t으로 우주왕복선 4분의 1 크기다. 명목은 우주왕복선이지만 지상목표를 타격하거나 위성을 파괴하는 우주전투기 또는 군사위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최고속도는 마하 25로 전 세계 어디라도 30분 내 갈 수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 발사됐으며 모두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이 비행체가 앞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는 현재로선 일급비밀. 미국 공군연구소(AFRL) 소장인 토머스 마시엘로 중장은 2021년까지 극초음속 비행체가 실전배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의 선두주자를 자임해온 미국은 최근 중국이 극초음속 비행체의 시험비행을 거듭 실시하자 상당히 놀란 눈치다. 중국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4월 22일까지 DF-ZF(미 국방부 제식 명칭 WU-14)라는 극초음속 비행체의 시험비행을 일곱 차례나 실시했다. 미국이 ‘WU’라는 알파벳을 붙인 것은 산시(山西)성 우자이(五寨)에서 발사됐기 때문. 14는 2014년을 뜻한다. 이 비행체는 일단 ICBM을 개조해 만든 운반 로켓에 실려 지상에서 발사된 뒤 로켓과 분리돼 대기층에 진입하고 무동력 상태에서 최대 마하 10 속도로 활강해 날아갈 수 있다. 중국이 WU-14를 실전배치할 경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구축해놓은 MD체계는 자칫 무력화될 수도 있다.



    ‘게임 체인저’의 등장

    WU-14는 일반 탄도미사일 탄두와 달리 대기권으로 들어온 뒤 내부에 있는 소형 보조추진엔진을 이용, 방향을 수정해 크루즈미사일처럼 움직이면서 극초음속으로 하강한다. 일반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대기권에 들어오기 전 탄두가 분리되고, 이때 탄두는 일반적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 미국 MD체계는 상대방이 발사한 미사일의 탄도와 속도, 방향에 따라 방어 지점을 계산해 미사일을 막는 방식이므로 자유롭게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WU-14를 요격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연례보고서에서 ‘극초음속 비행체는 중국 차세대 정밀타격수단의 핵심으로, 현존하는 미국 MD체계를 완전히 무력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리제(李杰) 해군 군사학술연구소 고급연구원은 “중국은 극초음속 비행체 DF-ZF 시험을 통해 인민해방군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WU-14를 실전배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빠질 수 없다. ‘프로젝트 4202’라는 이름하에 YU-71로 알려진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해온 러시아는 4월 19일 SS-19 탄도미사일에 장착한 YU-71을 공중으로 날려 대기권을 벗어나기 직전 미사일과 분리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최소 5년 전부터 시작된 이 극비 프로젝트의 목표 역시 미국 MD체계 무력화. 더불어 러시아는 마하 6 이상인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 3M22 지르콘의 실험을 내년까지 완료하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2018년 키로프급 핵추진 순양함 나기모프함과 2022년 표트르 벨리키함에 탑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항공기와 잠수함용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도 개발할 방침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가 ‘새로운 창(槍)’인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분야에서 총력전을 벌이게 되는 셈. 이 비행체가 미래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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