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3

2019.08.23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긴급 진단 ! 빅데이터 문답으로 풀어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19-08-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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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뉴시스]

    8월 12일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분양가 상한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삶에서 가장 비싼 재화인 ‘아파트’의 가치를 정부가 평가하는 것이다. 보통 땅값(택지비)과 공사비(건축비)라는 명확한 명분하에서 공공성의 잣대로 아파트 값이 정해진다. 과연 그 공공성을 ‘민간택지’에 적용했을 때 시장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정부 의도대로 ‘부담 가능한’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돼 무주택 실수요자가 마침내 서울에 집을 마련하게 될까. ‘규제 후 급등’의 패턴을 벗어나 진정한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 문답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와 서울 부동산의 미래에 대해 알아보자.

    Q1 왜 규제지역 지정을 위한 ‘필수 요건’을 변경했나

    어느 지역을 분양가 상한제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필수 요건’과 ‘선택 요건’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필수 요건은 규제 대상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주택 가격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하던 ‘지표 기준’에서 ‘투기과열지구’가 필수 조건이 되도록 변경했다(표1, 그림1 참조). 이는 ‘서울 전역’의 재건축을 ‘지금 당장’ 잡기 위함이다. 투기지역은 서울 일부 지역만 해당되는 데다,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이 해당되며, 국토부에서 지정할 수 있어 필수 요건으로 안성맞춤이다. 또한 기존대로 지표 기준을 적용시키자니 서울 집값 상승폭이 +1% 안팎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필수 요건뿐 아니라 선택 요건도 일부 변경했다. ‘분양 가격’ 요건에 분양 실적이 부재한 자치구의 경우 상위 지역(특별시·광역시)의 상승률을 적용하도록 추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양천구에 최근 1년간 분양이 없어 기준으로 삼을 분양가가 없다면 서울시의 분양가 상승률을 적용할 수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시 분양가는 21%나 상승했다. 굳이 다른 선택 요건(청약경쟁률, 거래)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 [필수 요건]+‘분양가 상승률(서울 21% 상승)’ [선택 요건] 만으로 손쉽게 서울 전역의 재건축을 당장 규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Q2 과연 폭등한 분양가가 시장 불안의 원인일까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배경으로 분양가 상승을 집값 불안의 진앙(震央)으로 지목했다. ‘분양가 상승  →  기존 주택으로 수요 이동  →  기존 주택 상승’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데이터를 살펴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난 5년간 분양가는 34% 상승한 반면, 실거래가 상승률은 44%였다. 분양가보다 집값이 10%p 더 상승했다(그래프1 참조). 이는 모두 정부에서 제공한 통계로 비교한 것이다. 심지어 2018년은 실거래가보다 분양가가 더 ‘쌌다’. 물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분양가 ‘상승폭’은 가팔랐다. 다만 이유는 있다. ‘강남·서초 분양 비중이 이전보다 2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강남 분양가는 3.3㎡당 1500만~2000만 원이지만, 강남 분양가는 3000만~4000만 원이다. 강남권 분양이 증가하면서 서울의 평균 분양가가 올라가 보일 수 있다. 공급 부족으로 강남과 비강남의 시세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단순하게 평균 내 ‘분양가 폭등’으로 결론짓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굳이 ‘분양’에서 집값 불안의 원인을 찾는다면 갈수록 바늘 문이 돼가는 ‘로또 분양’일 것이다. ‘몇십 대 일’ ‘몇백 대 일’의 청약률이 ‘새집 갖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니, 고령주택도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또 분양의 원인은 무엇일까. 공급 부족과 시세보다 싼 분양가가 그 원인이다. 정확한 진단에서 올바른 처방이 나오는 법이다.



    Q3 분양가 상한제로 서울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고 2년 후 집값이 폭등할까

    과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된 2007년 이후 서울 분양 물량은 이전(연평균 4만5000호)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지속됐다(그래프2 참조). 심각한 것은 입주량 감소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반발로 밀어내기 분양에 따라 2008년 입주량이 급증했지만, 2009년 이후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2012년 2만 호까지 떨어지게 됐다. 안정적인 주택 공급은 단지 행정상 인허가, 혹은 분양 물량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실제 입주 가능한’ 아파트의 꾸준한 공급이 지속되는지 여부로 따져야 한다. 단지 사업을 허가했다고 해당 아파트가 100% 완공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공사는 개시했지만 분양가 상한제로 시장 위축이 심화하면 수익성 악화에 따른 시공사 부도로 ‘공사 중단’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모든 리스크를 이겨낸, ‘들어가 살 수 있는’ 아파트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입주량’이다. 보통 인허가 및 분양 후 2~3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서울에는 연간 4만 호 입주가 예정돼 있다. 지금 당장 공급은 안정적이나, 인허가 감소의 시차가 반영될 2021년부터는 결국 ‘공급 감소’가 될 수 있다. 


    2년 후 공급 감소 얘기가 회자되면서 ‘2년 후 집값 폭등론’이 대두되고 있다. 2021년 입주가 급감하는 와중에 인허가까지 감소한다면 공급 반등의 ‘희망’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은 필자가 누차 강조하듯이 ‘공급’보다 ‘가격’이 중요하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실시 후 공급량은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집값 역시 하락했다(그래프3 참조). 당시 분양가 상한제 실시 전 한 해에만 10% 넘는 폭등이 있었다. 


    2019년 서울 집값은 과거 저점 대비 평균 1.6배 상승했다. 또한 최근 새 아파트의 가격 급등으로 대세 상승 가늠자인 중년 아파트 역시 새 아파트를 따라가기에 벅찬 가격 수준이 됐다(그래프4 참조). 이 와중에 새집 부족 상황이 입주 10~15년 된 아파트마저 ‘새집’으로 취급하는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거래가 집중되고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그림2 참조). 해당 연차의 아파트는 향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그 대상이 되려면 길게는 30년 이상 남아 있다. 대세 상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신고가’, 특히 ‘고령주택의 기로에 선’ 아파트에 유의해야 한다.

    Q4 전매제한 10년 연장,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까

    분양가 상한제와 동시에 ‘전매제한 개선’도 함께 발표됐다. 전매제한이란 본래 ‘분양권’, 즉 ‘준공 전’ 아파트의 명의변경을 제한하는 것이 취지였다. 이를 10년까지 제한하면 이미 실물이 돼버린 ‘재산’의 거래를 길게는 8년간 묶어둬야 한다. 결국 인허가 감소뿐 아니라 ‘시중의 새 아파트’ 매물까지 잠가놓기에 서울의 ‘집맥 경화’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좋은 집은 잠금 장치에 묶여 있지만,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는 계속 존재하게 마련이다. 매수 포기→새집으로의 전세 수요 이동이 이어져 전세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또한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서울 인근 수도권까지 확산될 수 있다. 서울 출퇴근자가 많은 경기도의 ‘귀한 새 아파트’ 가격이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것이다.

    Q5 분양가 상한제의 분수령은?

    이번 국토부 발표가 나오기까지 그 강도와 시점을 놓고 당정 협의가 쉽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역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분양가 상한제’ 검색량은 지난해 ‘역대급’으로 불리던 ‘종부세’(158만 건)를 능가하는 185만 건이다.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령 개정이 예고된 10월까지 가는 길 역시 순탄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미 이주와 철거를 완료한 재건축단지의 경우 과거처럼 유예기간을 두지 않아 파장이 크다(표2 참조). 마침 해당 단지들이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릴 만큼 ‘세대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또한 투기과열지구 추가 여부, 분양가의 70%를 차지하는 ‘택지비’ 산정의 합리적 기준 마련도 쟁점 사항이다. 이 모든 것은 시행령 개정 전인 9월에 윤곽이 나올 것이다. 현명한 조율안으로 서울에 ‘부담 가능한’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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